0. 결론: 모든 속도 영역에서 재미와 스포티함을 전달하는 운전 집중도가 높은 시끄러운 차 또는 "딱 이거"

1. 타고 내리기 그리고 이것저것
타고 내리기 불편합니다. 문을 열 때부터 저렴한 느낌이 살짝 풍기는 건 어쩔수 없지만 안타깝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문 크기를 작게 만들려고 그랬는지 2인승이라 뒷좌석을 신경 쓸 일이 없어서 그랬는지 일반 쿠페의 문과 다르게 열려있는 문보다 (제 몸에 맞춘) 시트가 좀 뒤로 나가 있고 시트 높이가 낮다보니 불편합니다.
트렁크는 생각보다 쓸만합니다. 직원은 백팩하나는 충분이 들어간다고 농담삼아 말했지만 실제로 기내용 여행 가방 하나에 백팩 몇 개 더 넣을 수 있을 듯 합니다.

2. 실내
혼자서 또는 둘이서 여행 가기에 문제가 없을거라는 생각을 트렁크를 보며 해봤지만 자리에 앉으면서부터 생각은 좀 달라졌습니다. 운전석이든 조수석이든 다리를 편하게 앉으면 등받이를 "빠딱" 세워야합니다. 분명 리클라이닝이 되는데 그 한계점은 제가 운전을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자리에서 약 2cm 정도 움직이는 거 같네요. 혹시나 해서 옆으로 누워보지만 시트 포지션이 기본적으로 아주 낮아 불편하게나마 눕는 포즈가 만들어지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조수석은 왼쪽 다리 놓는 곳이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어서 운전자와 함께 운전에 집중하지 않으면 주행 내내 차렷자세로 힘들게 있어야 하므로 어쩌면 시트를 없애고 새우잠을 자는 자세로 누워있는게 더 편할 듯합니다.

3. 운전자세
시트는 작습니다. 운전하는 동안에도 폭이 좀 작다라는 느낌이 드는데 운전자로써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딱 봐도 사이드가 두터운 버킷시트는 아니지만 앉으면 주위 구조물에 의해 몸은 자연스럽게 고정이 되니 코너링 때 몸이 옆으로 날아 갈 염려는 전혀 없었지요.
시트는 높낮이 조절이 안되고 처음부터 마냥 낮게 설정되어 있습니다만 앞 부분을 올렸다 내릴 수 있어 자세잡는데 불편함은 전혀 없었습니다. 2019년형부터 생겼다는 텔레스콥 스티어링 휠 덕분에 시트를 앞으로 불편하게 당길 필요도 없지요.
가장 중요한 기어스틱과 페달의 높이... 환상적입니다. 기어스틱은 중립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과의 거리가 제 손 한뼘이 좀 안되고 클러치 페달의 높이와 작동 범위가 아주 아주 적당했습니다. (물론 제 취향은 예전 르망의 1cm는 될까말까하는 무거운 클러치의 느낌이지만 요즘 운전해 본 수동 차들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다만 조금 불편했다면 너무 얇은 스티어링 휠과 너무 작은 기어봉이었는데, 차가 작다고 다 그렇게 작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했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두터운 센터 콘솔과 상대적으로 큰 부피를 차지하는 후륜으로 연결되는 변속기의 위치 때문인지 오른쪽 무릎은 일반차량보다 (몇몇 운전자에게는 불편할 정도로) 왼쪽에 위치해 있어 힐앤토를 사용하고자 할 때 평소자세로는 많이 어색했습니다. (실제로 익숙해지면 이 위치가 더 안정된 힐앤토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듭니다...) 암튼 저는 약 30분 정도 운전에서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고 왼쪽 무릎은 또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마지막으로 헤드룸... 시트가 낮아 헤드룸은 주먹 하나 이상 남았습니다. 다만 천장을 내려놓았을 때 (표현이 이상하네요) 앞 유리 창틀이 눈 앞에 보이므로 좀 무섭습니다. 혹시나하고 몸을 앞으로 굽혀보니 머리가 창틀에 닿네요. 급브레이크 시 또는 앞 차량 추돌 시 과연 살아남는게 가능할까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지우려면 그나마 뚜껑을 닫는게 심리적으로 어쩌면 실제로도 더 안전할 거 같네요.

4. 주행
일반적으로 딜러에 차를 오래 세워두면 시동 소리가 시끄럽고 초기 주행시 엔진 소리가 거칠며 브레이크에 녹이 있어 브레이크를 잡으면 오래된 중고차를 타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좋은 딜러샵에서는 테스트 드라이브를 위해 차를 가져올 때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객에게 차를 가지고 옵니다. 하지만 오늘은 직원과 함께 가서 더러운 차에에 앉아 제가 시동을 직접 걸었습니다. 콰과광~~~ 이런 폭발적인 엔진 소리를 언제 들어봤는지 모르겠네요. 아... 생각 났습니다. 2006년에 타 본 푸조 206cc. 일반적인 고객은 아마 이 소리를 들으면 그냥 내릴지도 모르겠지만 206cc로 좋은 주행 경험이 있던 저에게는 앞으로 느껴볼 주행 감각을 미리 알려주는 듯 하여 웃음이 살짝 나왔습니다.
후진으로 차를 빼고 앞으로 천천히 나가봅니다. (2019년형부터는 후방카메라도 함께 하네요...) 낮은 속도에서 저단 기어 변속이 아주 부드럽습니다. 하지만 엔진소리는 장난 아닙니다.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엔진이 따뜻해진 상황에서도 뚜껑을 닫은 상태에서 엔진 소리는 정말 시끄럽네요. 거짓말 안하고 주행을 마쳤을 때 귀가 살짝 멍멍할 정도입니다. 약 1,500 RPM이 넘으면 좀 시끄러운 소리가 올라오고 다른 차량과 맞춰 주행할 때 1단으로 갈 수 있는 회전수가 약 2,500RPM 정도 되던데 한 6,000RPM 쓰는 줄 알았네요. 하지만 그 만큼 차도 함께 튀어 나갑니다. 얼마전 GTI에서 엔진 회전수 상승이 예상보다 늦어 실망했다면 이 차는 자연흡기인데 기분 좋게 빠른 속도로 엔진 회전수를 올려나갑니다. (역시 차는 가벼워야...) 그리고 2,500RPM에서 츄파츕스같은 기어봉을 잡고 2단, 3단으로 바꾸더라도 가벼운 차체를 밀어 다른 차보다 빨리 갈 수 있는 힘은 충분합니다. 수치적으로 약한 힘과 토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추월가속이 괜찮았습니다.
차가 차인지라 고속도로에 올라 4단으로 기어를 고정하고 운행하는데 순발력이며 남아있는 힘이며 바디모션이며 모든게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너무 시끄러워서 빨리 고단 기어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좀 많아집니다. 6단에서도 마냥 조용한 건 아니긴 하지만 귀가 아플 정도는 아니고 낮은 포지션에서 올록볼록 후드를 지켜보며 바닥을 정직하게 읽어가며 운전하는 느낌이 너무 좋아 상대적으로 소음에 신경이 그렇게 많이 쓰이지는 않네요. 하지만 이 차로 고속도로 운전만을 논하기에는 아쉽습니다. 직원도 당연히 알고 있었고 그래서 시골 코너길을 밟을 수 있게 안내를 해줬습니다.
코너링에서의 안정감과 재미는 솔직히 이미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에서도 느꼈습니다. 코너에서 속도를 마구마구 높여도 스티어링 휠로 보정하는 정도가 제한적일 정도로 비교적 뉴트럴에 가깝고 라인을 잘 따라가는게 좋았습니다. 전문가 리뷰를 보면 롤링이 꽤 많다고 했는데 스포티한 승용차와 비교할 수준은 아닌듯 하네요.
코너를 돌다보면 확실히 작고 가벼운 차체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어려운게 없지요. 보통 너무 안정적이면 재미가 없어질 가능성도 있는데 왜 그런건지, 엔진 소음때문인지, 작은 실내 사이즈에 따른 조여옴 때문인지, 뭔가 항상 긴장감을 가지게 만드는 운전이 참 기분 좋았던 거 같습니다. 소음을 제외하면 지금보다 더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을 자꾸 가지게 하는 차라서 그런 듯 합니다.
여기에 승차감을 잠시 언급하면, 일반적인 운전자라면 좀 딱딱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출퇴근용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안락했습니다. 조금 거친 노면에서 콩콩콩 하는 건 있는데 부드럽게 잘 받는 편이라 잘 조율했다는 생각인데 최근 제 성향이 다시 예전처럼 약간 거친 느낌이 좋아져 객관적인 의견 전달이 가능할 지는 모르겠네요.

5. 사야할까요? 말아야할까요?
집에 가족을 위한 차가 한 대가 있고 출퇴근용 차로 혼자 운전하는 차가 필요하다면... 저는 그냥 이 차로 갈 거 같습니다. 직진과 약간의 코너에서도 재미라는 걸 느낄 수 있고 코너가 나오면 웃음이 나오는 차입니다.
조금 꺼려지는 요소라면, 약간 큰 엔진소리를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도 실내에서 퍼져나오는 엔진 소음은 다이나믹함과 피하고 싶은 소음 사이에서 적당히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애매하네요. 마즈다 2.5리터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약간 고운 음색이나 현대 3.8리터 V6 자연흡기의 고회전에서의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라면 조금 더 반길 거 같습니다. 이것도 뭐 개취니까요...
그리고 심리적인 불안함. 차가 작고 실제로 머리가 앞유리 창틀에 닿기 때문에 '사고나면 진짜 죽는다'라는 생각 때문에 앞에 차가 있으면 불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한 방... 뒷좌석이 없다는 것... 좋은 차에 제 가족을 태우지 못하면 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차입니다. 가족 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간혹 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하는 상황에 대비도 해야하고...

6. 정리 그리고 마즈다 6
마즈다 6를 구입했던 이유는 적당한 승차감, 적당한 공간, 적당한 스포티함, 수동 변속기 등을 모두 고려하여 최적화한 결과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최적화를 했다는 말은 스포티함에서는 스포츠카보다 못하고, 절대적으로 편안한 차에 비해 승차감이 나쁘고 적당히 큰 차에 비해 공간의 이점이 없는, 한 마디로 조금씩 부족한 차라는 의미도 됩니다. 그래서 항상 주행하면서 적당한 만족감과 함께 부족함을 아쉬워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오늘 미아타 주행을 마치자 마자 타 본 제 차는 의외로 미아타에 근접한 스포티한 주행을 부드럽고 조용히 해 내는 괜찮은 차 였다는 생각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일본차라서 팔려고 하고, 아주 스포티하지 않아 팔려고 하고, 아주 편안하지 않아 팔려고 하고, 클러치가 불편해 팔려고 했는데... 이젠 좋은 점에 집중을 좀 해줘야겠습니다.

이상 제 멋대로 소감 하나 남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