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결론: 비싼 가격에 맞는 적당히 부드러운 고성능 소형 차로 자연흡기를 따라하려는 터보엔진을 얹어 재미라는 부분을 말하기에는 이제 좀 애매한 균형잡힌 이쁜 차

1. 서론: 쓸 데 없는 이야기들
미국에서 자리 잡아가며 가족 모두 안정된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다보니 또 다시 병이 도졌습니다. 아내도 그 동안의 제 노고를 취하하고자 꿈의 차를 한 대 사라고 합니다. 제 꿈의 차는 의외로 소박(?)했습니다. Clark Plaid 천 시트가 있는 GTI 수동 그리고 마즈다 미아타 MX-5. 돈을 많이 주면 더 좋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차량들은 다행히 꿈의 차 리스트에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안 사고 싶은 건 아니지만... 포르쉐...) 미아타로 갈아 타 볼까하고 오일 갈러 간 김에 유심히 보았습니다. 의외로 운전석에 앉아서도 불편함이 느껴지고 조수석은 고통스러움까지 더해져 다시 포르쉐 718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GTI가 현실적이고 가족 4명이 합법적으로 탈 수 있는 차이기에 폭스바겐 매장으로 드디어 향했습니다. 꿈의 차 리스트에 들어있지는 않은 벨로스터N과 함께 필요없는 차를 구매하게 될까봐 일부러 여태껏 단 한번도 시승을 안 해본 GTI... 두둥...
과연 mk8 골프가 공개된 이 시점에 기본 4,000불 할인을 하는 mk7 골프 GTI가 얼마나 가치가 있을 지 한 번 들여다봤습니다.
서론(구입하려는 이유)은 솔직히 A4지 10장에 써도 모자랄 정도이고 이런 중병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 줄 또 다른 환자분들이 다수 계시는 곳이기에 다 풀어 써 볼까하다가... 그냥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2. 내외장 디자인
개취라 설명 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만, 전 역시 작은 해치백을 너무 좋아합니다. 바로 옆에 서서 보고는 아내와 함께 "이거다"했습니다. 크기와 디자인이 딱 저희 부부가 선호하는 수준에... 새 빨간 토네이도 레드 색상. 그리고 가장 저렴한 S 등급에만 있는 GTI 전통의 Clark Plaid 문양의 천 시트 그리고 아주 단정한 폭스바겐 특유의 실내 디자인. 뒷좌석 등받이 각도를 제외하고는 완벽했습니다. 제 차와 아내 차 1/4 정도밖에 되지 않을 거 같은 트렁크도 작은 크기의 불편함 보다는 아기자기함에 더 초점이 맞춰질 정도로 완벽해 보였습니다. 벨로스터 N이 사고 싶은 차에 들어있긴 하지만 꿈의 차 리스트에 없는 작은 이유 중 하나가 실내 디자인인데... 디자인이 구매 평가항목에서 크지 않음에도 GTI의 직선은 정말 마음에 듭니다.

3. 클러치 페달 그리고 기어스틱
대중 브랜드 차량 중에 폭스바겐과 혼다의 클러치 페달 느낌은 가장 뛰어나다고 전문가들이 이야기합니다. 당연히 GTI의 페달 느낌은 제 차보다 낫습니다. 취향보다 높은 곳에서 페달을 밟아야 하지만 제 차보다 낮으며 프리플레이 구간도 넓지않아 실제로 클러치가 붙는 느낌이 없는 안타까움은 있지만 부드럽고 쉽게 작동가능합니다. 막 좋아서 "아 이 느낌 때문에 사야겠다"하는 생각은 안 드네요.
기어스틱은 골프공 모양으로 특이함은 있지만 가죽이 아니라 플라스틱이어서 빠르게 변속할 경우 미끄리지기 쉬웠습니다. 천천히 부드럽게 운전할 때는 한 번도 그런적이 없었지만 빠른 운전을 하면서 손까락으로 가볍게 4단을 넣을 때 어찌나 미끄러지던지 고성능 차량에서 별로 맞지않겠다는 느낌이 좀 들었네요.
기어스틱의 위치는 신경 쓰이지 않는 범위 내에 잘 얹어놓은거 같습니다. 5단이 멀게 느껴진 적이 없고 너무 낮은 곳에 있다고 생각도 안 들었으니까요. 기어를 넣을 때도 스바루 WRX처럼 어딘가 고장난 거 아닌가 할 정도의 극단적으로 짧은 거리가 아닌 스포츠 드라이빙을 하면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이동거리를 보였습니다.

4. 여유로운 운전
GTI로 왜 여유로운 운전을 논하냐고 하시겠지만 전 수동, 자동 불문하고 부드러운 운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빠르게 운전하는 건 어떤 차로도 적당히 즐기면서 운전이 가능하므로 차량 평가에 있어서 부드러움이 가능은 한 가를 놓고 많은 점수가 왔다갔다합니다. 그래서 이번 GTI 딜러 시승을 두번 하면서 첫 번째 주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빠르지 않은 상태에서 부드러운 주행만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지만 GTI는 (제 생각에) 정말 부드럽습니다. 변속도, 승차감도, 스티어링 휠의 감각도 피아노 음악을 적당히 크게 틀어놓고 시골 길을 운전하기에 아주 괜찮은 차 입니다. (옆 창문으로 바람소리는 꽤 낮은 속도에서 들려오긴 하지만...) 동승하신 직원 분이 여태까지 테스트드라이브 한 사람 중에 이렇게 부드럽게 수동 운전을 한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합니다. 아마 GTI 운전 한 사람 중에 그렇다는 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첫 번째 딜러 방문에서 3,000 RPM 이상을 다운 시프트 할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쓰지 않았으니까요... 
일부로 고속도로에서는 다운 시프트도 많이 해 봤는데 정말 부드럽네요. 마즈다 6와 다르게 어떠한 조작에서도 회전수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느낌이 매우 좋았습니다.
이렇게 첫 번째 시승을 마치고 이제 이 필요없는 차를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5. 시트 느낌
고민의 핵심은 전체적으로 마즈다6에 비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운전 감각뿐 아니라 시트에도 있었습니다. 마즈다6의 시트는 처음부터 편안한 느낌으로 앉지 못하다보니 운전 후 약 10분이 지나면 허리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출근 시간 30분, 퇴근 시간 50분 동안 허리가 정말 힘들어 운전에 집중을 잘 못합니다. (스포티한 운전을 위해 시트를 좀 바짝 당기면 그나마 통증은 좀 줄어들지만...) 반면 GTI의 시트는 평평하고 딱딱해서 앉아보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조절 가능한 럼버서포트 없이도 마냥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두번째 시승을 40분 정도 거칠게 했는데 정말 허리가 불편하다고 생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네요. 특히나 양 옆에서 자세를 딱 잡아주니 흐트러짐없는 운전 자세에도 상당히 많은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나의 행복을 위해 큰 돈을 써야할까? 아내와 함께 그 답을 찾기 위해 함께 두 번째 시승을 과격하게 해 보기로 하고 딜러샵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6. 코너링, 가속
GTI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직원 분이 자기가 발견한 환상적인 경로가 있다며 즐겨보자고 하십니다. 첫 번째 주행과 다르게 시트를 바짝 당겼습니다. 코너링 때 스티어링 휠을 적극적으로 돌려야하기 때문이지요. 기어도 가까이서 조작해야하고... 그랬더니 클러치 페달의 문제점이 살짝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높네요. 조절이 필요해 보입니다. 주행 내내 운전에 완전히 집중하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빠른 변속 시 발이 클러치를 완전히 떼지 못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다리 긴 사람들이 만들었을텐데... 시트 앞부분을 들어올리지 못하는 구조라 좀 아쉽네요.
또 다른 스포츠 드라이빙 방해요소는 위에서 언급한 플라스틱 기어봉이었습니다. 너무 미끄러워서 빠른 변속을 위해서는 상당히 세게 잡고 있어야 합니다.
솔직히 이 둘을 제외하고는 소형차 치고는 꽤 괜찮은 바디모션을 보여주기에 기존 소형차 운전자들이 많이 좋아할 거 같습니다. 하지만 같은 가격대에 좀 더 많은 옵션을 가지고 있는 중형 세단인 마즈다 6와 비교하면 어떨까요? 두 차를 비교해보면 마즈다 6가 1인치 낮고 1인치 넓습니다. 무게는 약 170 키로그램정도 무겁지만 노면을 잡는 능력자체가 마즈다 6가 오히려 나은 느낌이다보니 무게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빠른 코너링에서의 느낌은 서로 많이 비슷합니다. 차체의 롤이 둘 다 적당히 억제되어 있어 상당히 빠르고 안정적으로 코너를 치고 나가지요. GTI 코너링이 만족스럽긴 하지만 저의 경우는 제 차를 팔고 돈을 더 주고 사야하니 분명 제 차보다 눈에 뛰게 좋아야하는데 서로 비슷하니 슬슬 답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편안해서 GTI가 좋다고 해 놓고서는 이제와서 스포츠 드라이빙으로 평가를... 네... 돈이 걸려있으니까요...)
답을 주는데 있어서 엔진의 반응 역시 한 몫 했습니다. 예전 제네시스 G70 수동을 운전하면서 받은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고성능이라고 불리는 차량에 얹혀있는 터보엔진에서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은 편안함 보다는 어느 순간 적극적인 엔진의 반응일텐데 꽝터보를 기대하고 있던 저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네요. 각 단에서 레드존으로 향하는 바늘의 속도가 엄청 빠르지 않을까했는데 자연흡기인 제 차의 엔진반응과 비슷해서 솔직히 많이 심심했습니다. 터보의 장점이 높은 토크로 변속을 하지 않고도 적당히 추월가속능력을 확보하는 건데 GTI에게도 힘 좋은 미국 차량들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기어 변속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네요. 또 다시 예전 스포티지의 가솔린 터보가 생각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벨로스터N과 골프R이 고민되는 순간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아직도 할인율이 아주 낮은 벨로스터N을 고민하기는 좀 이르고 40,000불이 넘는 R을 고민하는 순간 훨씬 많은 걸 고려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플 뿐입니다.
아무튼 제 차보다 대략 마력은 20%, 토크는 거의 40% 높은데 무게가 더 적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도로에서 비교시 체감 성능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더군다나 회전수를 높일 때 사운드가 서로 성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GTI 것은 그냥 거칠기만한 느낌이 강하여 고양이가 웅웅 거리는 소리와 비슷한 마즈다 6가 좀 더 제 귀에는 듣기 좋았습니다.

7. 운전모드
노말, 스포츠 그리고 개인 세팅, 3가지 모드가 있는데 수동 변속기에 있어서 차이는 엔진 사운드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어차피 변속은 사람이 하는 거니... 하체 세팅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잘 못 느꼈습니다.

8. 정리
시작은 지름신의 방문이었지만 이제 훨훨 떠나보낼 수 있게되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차가 부드러워졌습니다 (정말?). 그 전 세대 GTI를 타보지는 않았지만 전전 세대 2.5L 일반형 골프보다 재미 면에서 못하다는 생각이 앞서네요. 반면 경쟁자들이 그 자리를 채워가는 듯 합니다. (현대 i30 N-Line이 너무 궁금한데 딜러에 들어오지를 않네요) 
결과적으로 대략 13,000불 정도 돈을 절약하게 되었고 그 돈으로 65인치 엘지 UHD TV를 딜러에서 오는 길에 500불이 안되는 가격에 장만했습니다. (마즈다 6 이기에 옮길 수 있었기도 했지요)

9. 쓸 데 없는 이야기 좀 더 그리고 마즈다 6
차량을 필요없이 사려고 했던 몇 가지 이유 중에 1) 고속에서 너무 가볍고 미끄러운 스티어링 휠, 2) 작동범위가 태평양만한 클러치 페달과 유격, 3) 불편한 시트, 4)일본 브랜드, 일본 생산 차량, 5) 출퇴근 길 코너 길 부재 (재미있는 차라면 직진에서도 낫지 않을까해서...)가 있었습니다. GTI를 거의 살 생각으로 마음을 먹고 이제 마지막이겠지하며 제 차로 5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는 코너길로 향했습니다. (이게 출퇴근길로 연결만 되었어도...) 뭐 숫자(속도)를 자세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많이 높은 속도로 시골 코너길을 이 차를 구매한 후 처음으로 미친 듯이 공략하고는 중형세단으로써 말도 안되는 코너링 성능을 느꼈고 마치 차를 새로 산 기분이었습니다. 한국이었으면 아반떼로 낮은 속도에서도 즐길 수 있는 코너 길이 많아 하루하루 출퇴근 길이 너무 즐거웠는데 여긴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야하니 가족 중심의 삶을 살고 싶은 저에게는 자동차 생활과 관련해서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던 모양입니다. 첫째 아들에게 앞으로 아이스하키하러 가는 길에는 산길로 가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괜찮다고 합니다. (멀미를 많이하는 꼬만데...)
아무튼, 이젠 허리 통증 때문에 허리 받침대나 시트를 알아봐야하는데 추천해주실 만한거 없으실까요? 참고로 허리 받침대는 좋다는 거 많이 써 봤지만 일반적으로 적당한 두께를 가지므로 코너링에서 몸을 지지하지를 못해서 한계에 부딛혔습니다. 시트는 그냥 디자인으로 등받이 부분이 평평한 스파코의 R333이 괜찮아 보이는데 동네가 작아서 실제로 앉아보고 구입하기가 어렵네요. 경험 있으신 분 추천 부탁드립니다. GTI 시트도 따로 구입해서 장착이 가능할런지 모르겠네요.
아참, 이번에 가격 조사하면서 알게되었는데 나온지 2년이 좀 넘은 티구안 할인을 많이 해 주네요. 미국 오면서 아내 차로 실내외 디자인에 반해 당연히 티구안을 사려고 했는데 그 때 타 본 차가 세금 포함 4만불 조금 안되는 가격이었는데 주행을 해 보고 너무 실망해서 안 샀지만 그 이후로 너무 안 팔렸는지 공식 가격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이 내렸습니다. 근데 거기다가 이번에 비슷한 등급의 거의 풀옵션 차량이 6,000불 정도 할인해서 30,000불 정도에 팔고 있네요. (딜 하기 이전 가격이 그렇습니다.) 초반 가격 정책과 인터넷 상에서 확인 할 수 있는 소비자 가격이 차량 판매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거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소비자 분들이 수입차라고 마냥 구입하지 마시고 꼭 한 번 시승을 해 보시고 본인에게 맞는 차인지 확인 해 보고 타는 것도 올바른 구매요령이라 생각합니다.

이상 글 하나 대충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