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평어체인 점 양해부탁드려요!)

보잉 747을 끌었던 1세대 투아렉 V10의 최대토크는 겨우(!?) 76.5kg.m 이었다. 
크고 무거운 비행기를 거뜬히 끈 녀석의 힘은 누가 봐도 장사였지만 그만큼 식욕이 왕성했다는게 문제였다. 
커먼레일 디젤 터보 5.0리터 엔진은 연비가 7km/l 정도에 그쳐 결국 내겐 드림카 아닌 드림카로 남아 기억 속에 잊혀져 갔다. 
녀석을 살 바엔 차라리 형제차 카이엔 S가 낫다고 생각했다. 
물론 둘 다 살 돈은 없지만. ^^

폭스바겐은 다운사이징에 능하다. 
1.6리터 TDI 파사트(유럽형)나 1.2 TSI 엔진의 골프를 보면 말이다. 
게다가 폭스바겐 차들은 배기량을 확 줄여도 경쟁모델의 윗급 엔진들 보다 더 잘 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도로의 폭스바겐 차들을 보면 괜한 아우라가 느껴진다.

이번 2세대 투아렉도 엔진 크기를 확 줄였다. 기존 5.0리터 엔진의 자리는 V8 4.2리터 엔진이 채웠다. 
여기에 아우디 A8과 공유하는 8단 AT를 물렸다. 이 미션은 변속이 아주 빠르고 직결감이 예술이다. 
투아렉 4.2 고객들은 이 8단 변속기에 목례해야 한다. 투아렉 4.2 수동기어는 대중에게 위험한 존재기 때문이다. 
어설픈 운전자가 발놀림을 실수했다간 무시무시한 토크로 클러치를 싹 태워먹을 가능성이 높다.

탑기어의 기어비는 무지막지하게 길다. 8단 2,000rpm에서 속도계가 160km/h를 가르켰다. 
이 상황으로 항속할 때 연비는 리터 당 10km를 가볍게 넘겼다. 
공인연비는 10.4km/l로 1세대 V10 대비 45%나 좋아졌다. 
더 커진 토크로 이번에도 역시 보잉 747을 끌 수 있지만 밥은 적게 먹게 된 것이다. 
요 이쁜놈 어찌 이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실제로 총 400km를 타는 동안 차를 거의 무자비할 정도로 혹사시키며 달렸지만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9km/l를 웃돌았다. 
연료탱크는 무려 100리터로 가득 넣으면 주행가능거리가 천키로를 넘긴다.

잠깐 시승기의 첫 줄로 돌아가서, 왜 1세대 투아렉의 최대토크에 ‘겨우’라는 표현을 썼냐면 
2세대 투아렉의 토크가 80kg.m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제로백은 무려 5.8초. 참고로 투아렉의 무게는 2,445kg다. 아반떼 MD의 두 배다.

이 차의 공식 명칭은 ‘폭스바겐 투아렉 V8 4.2 TDI R-Line’ 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R-라인이다. 
곳곳에 R-라인 엠블럼을 더하고 새로운 앞뒤 범퍼 디자인에 원형 머플러 2개를 꽉 끼웠다. 
휠은 20인치, 타이어는 네바퀴 모두 275/45 사이즈. 
검정 보디에 달린 멋진 앞범퍼 탓에 얼굴이 정말 한 포스 한다. 

전통적인 철제 서스펜션의 V6와 달리 V8은 에어서스펜션을 장비해 차고를 노말, 오프로드, 
특수오프로드, 로드(적재) 네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스포츠-노말-컴포트의 주행모드를 선택하면 서스펜션 감쇠력과 차고를 지가 알아서 조절한다. 
내 맘에 쏙 들었던 모드는 당연히 스포츠였다. 
차고를 노말보다 낮추고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옥죄어 난 핸들 잡고 악셀 밟고 달리기만 하면 된다. 
참고로 에어서스펜션의 차고 변화 폭은 아주 커서 특수 오프로드에 차고를 맞추면 
휠하우스에 내 머리가 들어갈 정도로 높이를 띄운다.

투아렉의 V8 디젤 엔진은 최고였다. 
차에서 내려 당장 엔진룸을 열어 재끼고 뽀뽀라도 해주고 싶었다. 
아이들링에서만 디젤엔진임을 어렵게 눈치챌 수 있을 뿐 진동과 회전질감이 디젤보다는 가솔린에 더 가까웠다.
레드존까지 아주 산뜻하게 회전하고 디젤 엔진 특유의 꽝터보스런 느낌이 없이 리니어하게 출력을 뿜는다. 

스로틀 반응은 웬만한 가솔린보다 더 빨라서 악셀을 “훅-훅-” 때려 밟으면 즉시 엔진이 “왁-! 왁-!” 하는 소리를 내며 응답했다. 
때론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악셀이 예민해서 시내에서는 오른발에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아주머니들은 싫어할 듯. 물론 난 너어무 좋았다.

염화칼슘으로 미끄러운 노면에서 풀악셀로 스타트하면 네바퀴가 모두 미끄러질 정도로 힘이 넘쳤다. 
올림픽대로에서 알짱대는 IS250을 악셀 한방에 순식간에 쩜으로 만들어버릴 만큼 추월가속은 예술이다. 
최대토크가 81.6kg.m인데 어련했겠나? 
폭스바겐이 제시한 제로백 5.8초는 굳이 복잡한 어플리케이션이나 계측기로 재보지 않아도 믿음이 가는 수치였다.
무엇보다도 이 차는 마구마구 쏘면서 달릴 때 스포티한 V6 휘발유 엔진의 소리가 났다. 
황당해서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신호대기만 빼면 디젤임을 잊었다. 정말! 정말! 정말로.

와인딩은 늦은 밤 남산을 두어 바퀴 타본 정도지만 코너에서 느낌은 분명 카이엔과 아주 비슷했다. 
카이엔 중에서도 터보의 느낌이 떠올랐다. 
즐겨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레일 타듯 돈다는 표현이 딱 적당할 정도로 롤을 억제하고 내가 원하는 라인을 그려준다. 
의도치 않게 라인이 부풀거나 쪼그라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SUV지만 핸들링도 즐거웠다.

(마음 착한)내가 핸들을 내줘 실컷 시승한 친구도 위 시승기 내용에 100% 동의했다. 
그 친구는 나보다 더 이차에 반했는지 다음날 내게 전활 걸어 쉼 없이 투아렉 4.2 칭찬을 해댔다. 
그는 투아렉의 상향 평준화된 밸런스와 엔진에 깜짝 놀랐다고 10분 내내 떠들었다. 
전화기 속에 참새 한 마리가 앉아있는 것처럼 머리가 지끈거려서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였다. ㅠ.ㅠ 
친구 말대로 분명 투아렉 4.2는 아주 훌륭했다. 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