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달려줄 것 같았던 새 엔진은 만 2일만에 산산이 부서졌다.


잉골슈타트 아우디 AG 본사 본청 건물내부





오일압력이 0라는 것은 두가지를 의미한다.
오일펌프가 작살났다?
오버홀 할 때 신품으로 교환했고, 순수 기어방식의 구조상 오일펌프가 멀쩡하다가 갑자기 작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일이 모두 빠져나갔다?
엔진이 부서졌음을 의미한다. 커넥팅로드가 부러졌다는 이야기가 되고, 어찌되었건 엔진은 죽었다고 봐야 한다.

다시 아우토반 상황으러 넘어와 클러치를 밟았을 때 시동이 꺼졌지만 어두운 아우토반 갓길에 차를 세울 수는 없었다.
아내가 거의 울먹이고, 안절부절 못한다.
침착해야 한다.

기어를 6단에 넣고 클러치를 떼서 강제로 엔진을 구동하자 엔진이 작동한다.
밸런스가 전혀없다.
억지로 돌기는 하지만 언제 멈출지 모르고 속도는 미세하게 조금씩 떨어져서 이미 80km/h이하로 떨어졌다.
4차선으로 달리지만 뒤에서 트럭이 빵빵 거리고 난리도 아니다.

다행히 평지이지만 이대로 얼마나 굴러갈 수 있을지 모른다.
휴계소 표시가 나오는데 2km나 남았다. 아니 2km밖에 안남았다.

휴계소로 빠지는 램프에 올랐다.
젠장 좌측으로 빠져야 휴계소로 진입하는데 우측으로 진입해서 편도 1차선 국도로 연결되는 곳으로 잘못 빠진 것이다.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우측 노견 비슷한 쪽으로 차를 꺽었다가 유턴을 할 심산으로 속도를 줄이는데, 편도 1차선 도로에서 한번에 유턴이 쉬울리가 없었다.

가속패달을 놓으면 시동이 꺼진다.
속도가 줄어도 시동이 꺼진다.
중요한 것은 시동모터로는 시동을 되살릴 수 없다.

1단으로 떨어트리고 유턴을 거의 마무리 지을찰라에 시동이 꺼졌다.
가로등하나 없는 음산한 국도의 한복판이고 길을 잘못들어 거의 500m는 차를 밀어야 한다.
게다가 살짝 오르막이라 혼자서 밀어 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내가 거의 재정신이 아니었다.
아기를 안고 내리려는 찰라 차에 있으라고 하고 밖으로 나갔다.
지나가는 차를 세우려 해도 모두 도망치듯 외면했다.
비까지 내리는 상황에 추돌사고가 날까 너무 무서웠다.

야광조끼를 꺼내 입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트렁크에 잔뜩인 짐을 모두 빼내야하는 상황이라 도저히 그럴 경황이 없었다.

비상등을 켜고 있었지만 차들이 갑작스레 서있는 차를 만나 놀라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둡다. 비가 온다. 엄청난 위협이 느껴졌다.

지나가는 골프 플러스를 거의 강제로 세웠다.
안에는 젊은 여자 3명이 타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할 정신도 아니었다.
"차를 밀어달라."
"안에 아기가 타고 있다."
"오르막이라 혼자서 밀수가 없다."

20대 초반 여자 2명이 뛰쳐 내리더니 RS2 미는 것을 도왔다.
차를 미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로 기운을 쏟아붓고 차는 주유소 옆 맥도날드에 세울 수 있었다.

정말 고마운 아가씨들이었다.
더러워진 손을 닦으라며 물티슈도 주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젊은 여자들이 음산한 국도에서 위기에 처한 차를 밀어주기 위해서 내리는 행동을 하진 않았을 것 같다.

낙천적 성격의 젊은 친구들은 짜증은 커녕 나름대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는지 연신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아우디 본사 After sales에서 일하는 스테판에 전화를 걸었다.
그 친구 집으로 가던 길이었고, 대략 100km정도 떨어진 곳에서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 친구가 레카차를 보내서 우리는 차를 싣고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아우디 AS에 차를 입고시켰다.

아우디 AS에 도착했을 때 본넷안에서 손바닥만한 쇠덩어리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엔진의 하부가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우리 가족은 아우디 AS주변 작은 호텔에서 1박을 했다.
수시간 전에 있었던 악몽이 슬라이드처럼 머리속을 스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스테판이 100km나 달려와 우리를 픽업해주었고, 우리는 잉골슈타트 아우디 본사를 구경할 수 있었다.
잉골슈타트를 가볍게 돌아본 후 우리는 스테판의 A4 1.9 TDI 아반트를 타고 Wolfsburg까지 편안하게 올 수 있었다.

그친구는 Wolfsburg에서 30분 떨어진 곳에 사는데, 주중에는 잉골슈타트에서, 주말에는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전날 저녁 늦은 시간이라 Hamon motors에 연락이 안되었었다.

다음날 아침 Hamon motors에 전화를 걸었다.
엔진이 박살났다. 어떻게 된 것이냐?

to be continued...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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