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ab 9-3 Aero 2.8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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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은 지나치게 민감하다, 2 부근에서 일찌감치 변속, 2단이 1500 부근에 걸린다. 깁숙히 악셀을 밟으면 잠시 망설이다가 2500 부터 고무줄이 차를 잡아다니듯이 쭈욱 나간다. 등이 시트에 지긋이 파뭍인다. 알피엠과 속도계가 동시에 치솟는다.  4 부근에 가니 이미 국도에서는 내면 안되는 속도. 악셀에서 발을 땐다. 바로 5단변속, 아무렇지 않았다는듯 차는 1500에서 순항한다.


딜러에서 국도로 합류하는 지점. 차에 오른지 1분도 되지 않아 저는 이미 이성을 잃었습니다. 코너링이고 디자인이고 뭐고 이제 눈에 뵈는게 없습니다. 9-3이와 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시동 걸때의 묵직한 배기음과 어느기어에서든 차를 잡아당겨주는 터보 하나로 저는 수많은 차들을 뒤로하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당시가 2010 8월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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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제원을 짚고 넘어가보겠습니다.

 

FF

2.8l V6 & 트윈스크롤 터보

255hp, 35.7kgm @1800-4500rpm

6 수동

6.2-6.6

125mph(≈200kph) 리미터 작동

235/45/17

1440~1500kg



Design & Function,


공격적으로 변한 후기형보다 2003년에 출시되었던 초기모델이 아직도 익숙합니다. 앞부분은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해 좋으나 전면 오버행으로 약간 둔해보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절제된 느낌의 뒷부분이 점점 마음에 듭니다. 적당한 직경의 듀얼머플러가 조화를 이루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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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좋아하려 해도 힘드네요. 역시 플라스틱 재질이 좋지 못하다 보니 디자인이 무난해도 정이 안가는듯 싶습니다. 다행히 지극히 간단하여 복잡함으로 인한 불편은 없습니다. 크고 얇은 전형적인 GM 핸들은 가장 불만스러운 부분중 하나입니다. 굵고 거친 가죽을 비엠 핸들을 잡으면 뭔가 자신감과 차와의 일체감을 느끼게 되는데 말이죠. 시트는 가장 밑으로 내리면 편한 자세가 나오며 조금만 내려가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매우 좋은 평을 받곤 하는 시트는 모양은 독일차의 세미버켓들과 흡사하나 넓직하며 푹신하고 미끄러운 가죽 재질로 되어있어 그리 잡아주지는 못합니다.  오랜 시간 운전에도 불편한 점은 없으며 특히 헤드레스트가 자연스러운 위치에 있어 편합니다. 기어봉은 약간 촌스럽게 생기긴 했으나 손에 감기는 맛이 매우 좋습니다. 가장 흔히쓰는 1-2단의 변속이 약간 뻑뻑한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추위가 심한날에는 더하더군요. 그외 변속감은 부드러운 편이며 터프하게 변속되는 독일 차들과 달리 부드럽게 들어갑니다.


뒷자리의 공간은 3시리즈나 구형 a4 흡사하다고 느껴지며 트렁크의 공간은 넉넉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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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의 자랑인 나이트패널은 솔직히 쓰임새를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rpm게이지 없이 변속연습하는 정도). 반면에 속도계 밑부분에 위치한 SID 정보창은 조작성은 약간 떨어지나 매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연비, 공기압 체크는 물론 접었었던 뒷좌석 시트가 다시 고정되지 않았다는 것도 지적해줍니다. 뭔가 긴장감 넘치고 세련된 독일차들의 계기판에 비해서는 매우 차분한 초록색의 조명과 정직한 글씨체로 정보전달력에 충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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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ing,


센터페시아에 키를 꼽고 시동을 걸면 매우 두터운 배기음이 들립니다. 아쉽게도 운전석에서는 들리지 않지만 밖에서 들어보면 터보 특유의 절제되었으면서도 힘이 느껴집니다. 공회전시에 악셀을 빠르게 놓으면 푸푸풋 하면서 blipping(맞나요?)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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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들의 간격은 적당한 편인것 같으며 악셀의 유격 짧고 가벼워서 반만 밟아도 풀악셀과 다름없으며 아주 살살 밟아야 차분한 운전이 가능합니다. 브레이크는 지나치게 깁숙하게 밟아줘야 하는데 이는 지나치게 부식된 디스크 등과 연관되어 있는거 같아 제차만의 문제로 보이며 후반에는 만족스러운 감속이 되어 익숙해졌습니다. 클러치는 매우 가벼운 편이며 다른 오너들도 자주 지적하는 부분입니다패달들은 일제 수동차량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분명 제가 좋아하는 비엠의 무거운 악셀과 팍팍 꽂히는 브레이크 와는 대조적입니다.


1단은 매우 민감하여 출발용으로만 사용합니다. 아쉽게도 2단과의 기어비 차이가 커서 2500이상에서 2단을 넣어야만 1500대의 터보랙을 피할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2000 부근에서 변속해도 편안한 운전이 가능합니다.  아쉬운 점은 변속시 알피엠이 매우 느리게 떨어진다는 점인데 클러치를 갈지 않고 2단넣기전 알피엠이 떨어질때까지 기다리려면 정말 한참이 걸립니다. 약간 올라갔다 내려오는 느낌인데 플라이휠도 그렇고 터보와도 연관이 있지 않나 싶네요. 파란불이 들어오기 무섭게 밟아대는 미국 오토메틱 차들과 변속하는 시점이 달라 일상주행시 초반에는 뒤처지거나 클러치를 비벼가며 따라붙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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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매우 조용히 운전하는 평소에 일어나는 상황들이구요반응시간에 차이가 있을뿐 어느 기어에서든 악셀을 지긋히 밟으면 차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드러냅니다. 정말? 달리자고? 2초간 묻는 터보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갑자기 고개가 젖혀지며 핸들이 살짝 꿈틀거리고 앞부분이 약간 들립니다. 어느기어에서든 알피엠이 속도계 바늘을 함께 힘차게 끌고올라가며 정신이 돌아오면 이미 고속도로 제한속도에 다다릅니다. 2단의 경우 70마일 (110km) 부근에서 레드라인에 걸립니다. 조용하다가 4 부근부터 우렁찬 소리를 내며 회전질감은 의외로 우수한 편입니다.저의 부족한 글솜씨로 엔진을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며 기분좋은 호쾌함으로 시작하여 폭력적인 가속으로 이어진다고 생각됩니다.역시 사브는 제로백보다도 국도에서 60-100km 등의 가속을 순식간에 해치우는 맛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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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차들의 장기인 고속도로  주행보다는 80-100km 사이의 적당히 구불구불한 국도에서 2000부근에 5단을 넣고 달리다 보면 차와의 일체감을 느낄 있습니다.. 뒷바퀴를 살짝 돌려준다는 기술(매우 미세한 각도라고 합니다) 덕분인지 차의 추종성이 가장 빛나는 시점이라고 봅니다.  서스펜션은 비엠, 아우디보다 약간 부드러우나 이동거리가 짧아 약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속도를 올려 커브에 진입하면 초반에는 많이 쏠리는 느낌이지만 의외로 마지막에는 버텨주는 쪽에 속합니다. 하지만 6기통을 장착한 FF답게 저속에서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면 상당한 언더스티어로 보답해 줍니다. 200km 부근의 리미터 작동 때문에 초고속의 안정성은 판단하기 힘드나 분명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연비는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시내주행에서는 실망스러운6.5km/l (16mpg) 보여주나 고속도로에서는 110-130km 차분히 주행시 11.5-12.3km/l (27-29mpg) 보여주며 트립컴퓨터 상의 연비는 실연비랑 1mpg 약간 안되는 적은 오차를 보였습니다


Conclusion,


무엇보다 9-3 이의 가장 큰 매력은 2천부터 서서히 터지는 끈끈한 토크가 아닌가 싶습니다. 동급에서 이러한 특징을 가진 차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으며 이제는 6기통 과급차량이 많아졌지만 엔진이 처음 소개되었던 2005 당시에는 비엠의 35i 계열 엔진만이 비슷한 만족감을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피크파워 면에서는 2000년대 중반의 250마력 G35 모델들과 언뜻 비슷하다고 있지만 그  파워를 추출하는 과정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신형 A4 장착되는 211마력 엔진도 비슷한 토크수치에 기대를 걸었지만 배기량 때문인지 아쉽게도 rpm에서는 힘들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짜임새있는 주행을 추구하는 비엠이 붙는 수트라면 9-3이는 헐렁한 츄리닝 느낌입니다. 내구성, 인테리어 등으로도 느껴지는 엉성함이 불만스럽기도 하지만 국도에서 시원하게 한번 달려주면 모든걸 잊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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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가 흔히 사람들이 추구하는 차와는 다르다는 묘한 자부심 또한 느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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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조용히 운전하다가도 악셀을 조금만 밟아주면 바로 두터운 가속을 보여주는 호쾌함이 마음에 듭니다. 겨울의 사고 등으로 우예곡절이 많았지만 차와 다시 만나게 가을이 벌써 기다려지네요. 조만간 구입기도 올리기로 하겠습니다


쓸데없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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