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년형 뉴EF 1.8 베타와 02년형 E39 540i를 타고 있습니다.

세워놓고 보면 색상과 크기가 모두 비슷하지만 타면 탈수록 다른 차라는 걸 느낍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 큰 맘 먹고 갈 때마다 차가 너무 막히고 주차할 곳 없는 이태원에 가 봤습니다.

점심을 먹고 좀 돌아다니다 보니 폭스바겐 매장이 보여 골프 TDI에 타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있는데

무척 친절한 딜러분이 원하는 차량 시승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먼저 GTD를 얘기했는데 계약을 해도 2달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물론 시승차도 없고요.

그래서 매장 앞에 있던 흰색 GTI를 20분 정도 타 보았습니다.


별 생각 없이 들어가서 타 본 터라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딜러분이 남산 쪽으로 가서 한 번 돌아보는 건 어떻냐고 하시더군요. 코너링이 좋다면서요.

(이후의 이야기에는 주로 540과의 비교가 많습니다. 짧은 시승이었고 주관적인 평가가 많은 점 양해 바랍니다.)


어느 분이 올려주신 GTD 시승기에서 본 것처럼 XDS 덕분인지 FF의 느낌이 별로 들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잘 들어갔습니다.

거짓말 좀 보태서 540으로 턴을 할 때처럼 꽤 날카롭게 돌아가더군요. 이래서 재미있는 차라는 얘기를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540이 꽤 무거운 차라 아주 날렵하진 않지만 빌스타인 HD 서스 덕분에 칼질을 해도 휘청거림이 없거든요.


다이나믹한 코너링과 더불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매우 빠른 변속, 가볍고 작은 차체, 스티어링 휠 그립 등입니다.

요즘 차이니만큼 편의 시설(아이팟 연결 포트 등등)도 풍성해서 좋더군요. 순정 네비도 좋아 보였고요.

S 모드로 놓고 달려보았는데 적응이 덜 된 탓인지 오래된 차를 타면 종종 그러듯이 변속이 부드럽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뉴EF와 540이 모두 변속이 빠른 차가 아니어서 그런지 D 모드에서의 경쾌한 변속이 정말이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브레이크 페달은 살짝만 밟아도 콱 차를 잡아버리더군요. 비교를 하자면 GTI >>>>>>> 540 >>> 뉴EF 정도의 느낌입니다.

540의 제동력도 좋은 편인데 중간 이상의 힘으로 밟아야 브레이킹이 확실해지거든요. GTI는 좀 신경질적이었습니다.


와이프가 같이 있어서 심한 급가속/급제동/코너링 테스트는 못 했습니다. 금방 소리를 지르는 터라...

확 밟으면 튀어나가긴 하는데 어중간하게 가속하면 터보 랙이 느껴졌습니다. 터보 랙인지 엔진/미션 세팅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다소 급격한 가속 시 배기음과 가속력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물론 배기 튠이 되어 있는 540과는 비교가 어렵지요.

토크를 비교해 보니 GTI가 대충 29kg/m3, 540이 45kg/m3 정도네요.

이래저래 시내 주행에는 GTI가, 고속 크루징 시에는 540이 더 어울릴 듯 한데 GTI로 고속 주행을 못 해 봐서 아쉽군요.


승차감은 일반 서스 치고는 매우 딱딱한 빌스타인 HD이 장착된 540보다 약간 부드러운, 딱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속도방지턱을 타 보면 좋았을텐데 그런 곳이 없었네요.

그런데... 무게 차이 때문인지 GTI가 살짝 낭창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와이프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540이 낫다고 하네요. 튜닝 서스 때문에 540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무거우면 둔하지만 안정적이고, 가벼우면 날렵하지만 심리적인 안정감은 떨어지는... 뭐 그런 차이가 아닌가 합니다.


원래 GTD를 원했던 이유가 4도어 중형 세단만 4대 째라 좀 지겹기도 했고 보다 작고 실용적인 차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허나 540를 타 본 이상 기본적인 성능이 없는 차라면 또 만족을 못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생각을 해 보니 안전이 보장된 뻥 뚫린 직선 대로에서 밟는 건 좋아하지만 와인딩에는 별 관심이 없네요.

그렇다면 K5 2.0T가 답인가? 생각을 해 보면 연비 때문에 다시 디젤에 눈이 가고...


GTI를 타고 나니 540 괜히 샀나 생각이 들더군요. 괜히 눈만 높아지고 욕심만 커져서 말이죠.

압구정에서 SLS도 보고... (차고가 생각보다 무지하게 낮아 놀랐습니다)

아무튼 재미있는 경험을 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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