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esign & Space

전반적으로 최신 벤츠의 흐름, CLS나 B클래스에서 이어지는 유려한 곡선을 많이 들어간 디자인.

개인적으로 벤츠는 곧추선 라디에이터 그릴과 각진 헤드램프로 이어지는, 다소 고압적이어 보이는 디자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스타일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어디서 봐도 밴츠 ML이라는 것, 그리고 구형과 확실히 차별화된다는 측면에서는 잘 된 디자인라고 판단됩니다.

 

실내에 앉아서의 첫 느낌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최소한 E클래스의 아방가르드 트림의 느낌.

C클래스나 E클래스 엘레강스 트림의, 다소 원가절감의 느낌이 흘러나오는 디자인과는 차원이 다르네요.

전반적인 재질감도 흠잡을 데가 별로 없습니다.

다만, 인스트루먼트 패널 내 공조장치 사이의 검은, 딱딱한 플래스틱은 재질을 바꾸던지, 아님 좀 가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북미를 주 타깃으로 해서인지, 벤츠에서 익숙한 계기판 내의 아날로그 시계가 없습니다.

최근의 벤츠답게 쉬프트 레버는 칼럼식으로 적용되어 있습니다.

 

공간은 전반적으로 여유가 있습니다.

전반적인 공간감은 E클래스 대비 약간 큰 정도, 그러나 가운데 뒷좌석의 공간은 드디어 사람 탈만한 공간이 나옵니다.

5명이 크게 불편함 없이 장거리도 이동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트렁크 공간은 적당히 넓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중요시 되는 골프백 4개가 들어갈 수 있는 지는 실제 해 보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감동적일 정도로 넓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2. Road Impression

처음 시동을 걸고 놀란 건 지나칠 정도로 정숙하고 진동이 없는 아이들링.

시승차가 나오고 제가 2번째로 시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선 시승자로 인하여 살짝 예열이 되어 있긴 했지만,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Eco Start Stop Function이라 부르는 ISG기능이 들어 있어서 정차 시의 진동이 예전처럼 중요한 항목은 아니겠으나. 제가 여태 경험한 수많은 4기통 디젤 차 중에서 이 부분은 단연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ISG의 완성도 또한 높았습니다.

적어도 정차와 동시에 시동이 꺼지는 순간은 눈치는 챌 수 있지만, 위화감이 없습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뗌과 동시에 시동이 걸리는 느낌은 사람에 따라서 불쾌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속도에 대해서는 불만을 갖기 어려워 보입니다.

320d도 별 불만은 없지만, 감성과 속도에서 ML쪽이 한 수 위라고 보여집니다.

 

2255kg의 차량 중량, 벤츠답지 않게 배기량 대비 출력이 높은 엔진.

2천 바의 커먼레일 압력을 통해 거의 리터당 100마력을 뽑아내는 엔진.

과연 어떤 매칭감을 보여줄 지가 가장 궁금했었는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어느 영역에서도 터보 레그를 느낄 수 없었고, 초반부터 뿌듯하게 나오는 토크로 인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도로의 흐름보다 빨리 달리는 데 어떠한 어려움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최근 평이 좋은 320d의 경우도 감속 후 재가속 시에는 터보 레그가 느껴지는 구간이 존재했는데, ML은 그러한 구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시내에서도 고속화 도로에서도 퍼포먼스 측면에서는 크게 불만이 없었습니다.

이날 기록해 본 최고속은 계기상 195km/h.

대략 170km/h까지는 별다른 부담 없이 쉽게 이루어지고, 그 이후는 가속이 좀 둔해지기는 하지만 꾸준히 가속됩니다.

제원표상 최고속인 210km/h까지 무리 없이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속 시에 진동은 거의 느낄 수 없었지만, 엔진 소음은 좀 있는 편입니다.

4기통 디젤 엔진에 멋 있는 사운드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전반적으로 불쾌하지는 않으나, 우리 나라 소비자들의 취향을 감안해 보면 조금 더 조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시끄럽다고 보기는 좀 어려운 정도.

 

벤츠의 7단 AT인 7G트로닉 플러스와의 매칭도 좋은 편입니다.

처음 7G트로닉이 적용된 차를 몰아 보고 내리막길에서는 똑똑하게도 제대로 엔진브레이크를 걸어주는 부분을 보고 무척 감동을 받았었는데, 사실 요즘에는 ZF 등 타사의 AT의 수준이 최소한 동급 정도의 레벨을 보여주고는 있습니다.

ML의 자동변속기는 전형적인 벤츠의 모습, 즉 쉬프트 다운이 반박자 느린 반응을 보여줍니다.

이제는 조금 빨리 판단하고 변속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경쟁차들 대비 살짝 느린 것은 여전합니다.

사실 벤츠의 특성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만, 가장 아쉬운 것은 90km/h 안팎의 속도에서 7단으로 고정되는 듯 싶은데, 기어비가 너무 낮아서 약간 갸르릉대는 느낌이 듭니다.

7단 기어비를 조금 높이던지, 아니면 순항 시 7단이 맞물리는 시점을 조금 늦춰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전반적인 승차감은 벤츠답게 약간의 롤링을 동반하는, 소위 한국사람들이 '쿠션감이 좋다'고 생각하는 승차감을 보여줍니다.

시내에서는 편안하긴 하지만, '고속도로 가서도 이렇다면 꽤 불안하겠는데?'라는 우려가 들 정도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입니다.

하지만, 역시 벤츠답게 고속 주행감은 발군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높이가 높은 차지만 190km/h가 넘는 상황에서도 불안감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풍절음이 좀 심해지는 속도는 대략 150km/h 부근.

체감 속도는 110-120km/h 정도였기 때문에, 풍절음이 심하다는 생각을 살짝 할 정도로, 고속 크루징 능력은 뛰어납니다.

BMW와 아우디가 아무리 좋아져도, 고속 크루징 능력만큼은 벤츠가 넘사벽이 아닌가 싶은..

 

거의 칭찬 일색으로 시승기가 이어진 것 같지만..

가장 불만인 부분은 연비입니다.

적산거리는 제가 제대로 확인을 하지 못 했지만, 제가 차를 받았을 떄의 트립미터는 10.6리터/100km.

최고속 테스트 등 좀 과격하게 시승을 하긴 했지만, 막히지 않는 시내와 고속화도로 주행비율 3:7 정도는 한 것 같은데, 차를 반납할 떄의 연비는 16.3리터/100km.

최고속 테스트 직후에는 18.2리터/100km까지 떨어졌습니다.

일상적으로 ML이 저런 주행 스타일에 어울리는 차는 아니겠지만, 다소 가혹한 주행이었음을 감안해도 4기통 디젤엔진 장착 차량에서 기대하는 연비보다는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3. Verdict

큰 차체, 경쟁력 있는 가격, 풍부한 편의 장비, 고급감..

전반적인 상품성은 흠잡을 데 없고, SUV를 타면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희망한다면, 에스컬레이드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연비를 제외하고는 크게 단점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역대 X5에게 계속 밀려왔던 ML에게 반격의 기회가 오지 않았을까..

SAV를 지향한 BMW와는 다른 방식으로, 벤츠다운 차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