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 있는 포르쉐 딜러쉽 중 하나인 Pfaff에 친구랑 구경을 갔었습니다. 
ON20080128101817289_6f51c27390dc4111a3134c4d8491f3401-orig.jpg
딜러쉽 홈페이지에서 찾아왔습니다. 사진에 있는 모델이 제가 시승한 차량입니다.


주차장에 86년식 빨간색 슬랜트노즈 카브리오가 주차되어 있길래 89년식 이전 포르쉐 혹시 다른거 또 있냐고 물어보았죠.. 87년식 검은색 카브리오가 있다고 합니다..한번 보자고 했더니 차 몰고 와서는 바로 시승해보라고 하네요.. 임팩트범퍼 버전 911은 꿈에서나 타보던 드림카였는데 웬 떡인가 싶어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플로어 마운티드 페달이 낯설어서 밟는 각도가 어색했지만 (게다가 파워 브레이크가 작동이 안 되더라구요, 제가 알기로는 77년이후 모든 911은 파워 브레이크가 있는데.. 고로 vacuum line 쪽 문제가 아니였나 생각됩니다) 토크가 좋아서 그런지 클러치를 대충 밟고 떼도 별다른 충격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고, 기어변속감도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이 만족스럽더군요 (87년부터 g50 트랜스미션을 사용해서 좀더 편한 기어변속이 가능해졌다고 들었는데, 유일하게 몰아본 911이라 비교할 대상이 없습니다) 

체감 가속력은 생각외로 크게 느낌이 없더군요. 물론 속도계를 보면 살살 밟는데도 쭉쭉 올라가는게 보이지만 몸통으로 느껴지던 가속력은 오히려 친구의 초기형 944(2.5L 150마력)에 동승했을 때에 비해 드라마틱하지 않았습니다.. 혹은 너무 더워서 제정신이 아니였는지도 모릅니다. (슬랜트노즈를 놔두고 87년식을 탄 이유가 87년부터 a/c 유닛이 업그레이드 됬기 때문에 그걸 느껴보고 싶어서였는데..하필 에어컨이 고장난 차였습니다. 딜러가 계속 작동해보는데..뜨거운 바람이 얼굴과 발밑으로 나오는데 참..ㅎㅎ) 

앞에 엔진이 없어서 그런가 매뉴얼 스티어링 휠은 굉장히 가볍더라구요. 저속에서는 제가 타고다니는 e30이랑 비슷하거나 더 가벼운 느낌이였습니다. 한손 힘으로도 무난히 U턴정도는 가능하고 주차도 문제없습니다..보통차에서 앞타이어 사이즈 225 넘으면 매뉴얼 스티어링으로 멈춰있는 상태에서 돌리기 정말 힘들었는데요..

시승모델은 17인치 컵 트위스트 휠이 끼워져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차감은 좋았습니다. 주행구간 중 포장 공사하는 구간이 있었는데...좀 무리일것 같은 상황에서도 큰 충격 없이 잘 넘어가 줍니다.. 80년대 차인데도 불구하고 코너링 시 스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도 그렇고.. 단단하면서 불쾌하지 않은 일상생활에 아주 적합한 세팅인 것 같더라구요.


아쉬운 점은 인테리어 퀄리티와 버튼의 조작성이였습니다. 동시대 BMW 나 벤츠에서 볼 수 있었던 고급스러운 재질에 빈틈없는 조립품질을 기대 했었는데..좀 많이 떨어집니다. 전자식 버튼 대신 레버와 회전식 다이얼로 가득한 대쉬보드는 무슨 70년대 골드스타 가전제품 조작하는듯한 기분이 들고 플라스틱 트림도 관리상태에 따라 수축 및 변형의 기복이 심해 보였습니다.  

여러모로 평소에 경험했던 FF 세단이나 FR 세단과는 차원이 다른 차라 걱정했는데 막상 몰아보니 크게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착좌감이나 시야, 승차감 등등 4계절 내내 몰기에 충분히 편안하지 않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거기다가 공냉식 수평대향 엔진의 소리는 정말 듣기가 좋았습니다. 

바깥 온도 38도를 찍는 미친듯한 더위에 지쳐 사진한장도 찍지 못한게 후회되네요. 허접한 시승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