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골프"는 특별한 의미를 간직한 차입니다.
 
14년전 돌아가신 아버님의 마지막 차가 1세대 골프였답니다.
 
아버님이 1973년에 미국에 가셔서 꽤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는데
 
미국에 가시고 몇 년 뒤인가 골프를 사시곤
 
롱비치에서 애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주시며
 
"이게 "골프"란 독일차인데 굉장히 좋은 차란다.."라고 자랑스레 쓰신 편지 내용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 납니다.
 
미국 생활이 생각보다 궁핍하셨는지 골프가 너무 좋아서인지 모르지만
 
80년대 말 중병에 걸리셔서 귀국할때까지 그 차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저도 새 차 구입 후에도 만 13년된 포텐샤를 아직 가지고 있는걸 보면
 
저희 집 안 내력 같기도 하구요.
 
전 그 당시 첫 차인 프라이드를 타고 있었는데 병으로 귀국하시는 아버님을 보며
 
"차도 가지고 오시지..." 하며 속으로 아쉬워했었답니다.
 
그리고나선 오랜 세월 "골프"를 잊고 살았었는데
 
골프 TDI 부터 시작해 어느새 골프 매니아가 되어버린 제 자신을 보니
 
아버지의 영향이 적지 않게 스며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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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던가 5세대 GTI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했을때부터
 
이제나 저제나 국내에 소개 되는 날만을 기다렸습니다.
 
아마 출시가 빨랐다면 제 애마가 되었을지도 모를 GTI 를 두 차례에 거쳐 시승 해봤습니다.
 
GTI가 나왔음에도 아직 끌리는 골프 TDI와 비교해가며
 
우선 외모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 보겠습니다.
 
 

 
 
GTI의 성격상 2월 9일 발표회장에서 본 빨간색 같은 강한 원색이 더 잘어울릴것 같지만
 
(개인적으론 쉐도우블루 GTI가 이쁠것 같습니다만..)
 
시승차는 예전의 TDI 시승차와 같은 은색입니다.
 
 
*GTI

 
 

 
 
확실히 3도어가 훨씬 이쁜것 같아요.
 

 
 
*TDI

 
제원상 차의 사이즈도 약간 차이가 나지만 그릴과 범퍼 디자인으로
 
고성능의 이미지를 물씬 풍겨 줍니다.
 
그릴을 두르고 있는 빨간 라인과 "GTI" 앰블럼에서 포스가 느껴지죠.
 

 
 

 
 
나름대로 뛰어난 순발력을 지닌 TDI 지만 상대적으로 순둥이 처럼 보이네요..^^
 

 
기본 적용된 17인치 휠도 유니크하고 멋집니다.
 
두께가 얇았다면 테크아트 휠 과도 비슷했을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뒷모습은 머플러와 이름표 말고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이제 문을 열어보겠습니다.
 
3도어답게 앞좌석 문은 길고 묵직한 느낌입니다.
 
*GTI

 
*TDI 앞 문

 
*TDI 뒷 문

 
GTI 5 도어도 거의 비슷하겠죠? 
 
실내를 살펴 보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지만 스티어링휠은 정말 멋집니다.
 
작고 그립감 좋은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큼직한 rpm게이지와 300km까지 표시된 스피도미터 역시 GTI 스럽습니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습입니다.
 

 
 
마치 "골프"공만큼 작게 느껴져 앙증맞고 작은 제 손에 쏙 들어오는 기어봉도 맘에 쏙 듭니다..^^
 

 
 
센터페시아는 기어봉빼고는 같아 보입니다.
 
*GTI

 
*TDI

 
 
* GTI 앞 시트

 
*TDI 앞시트

 
GTI의 액티브 헤드레스트 빼곤 비슷해 보입니다.
 
둘 다 운전시 몸을 잘 지지해 주는 것 같습니다.
 
*GTI 뒷좌석 레그룸

 
*TDI 뒷좌석 레그룸

 
사진 상으론 TDI가 많이 넓어 보이지만 GTI도 나름대로 편안합니다.
 
앞 좌석 간격이 동일하지 않았을 수도 있구요.
 
같은 3도어인 미니 쿠퍼S보다는 훨씬 편안합니다.
 
*TDI

 
 
또 맘에 든 부분은 다단계로 높이 조절이 되는 팔걸이 입니다.
 

 
 

 
 

 
위로 올리고 팔을 걸치면 쿠션감까지 느껴져 상당히 편안했습니다..^^
 
빼놓을수 없는 실용적인 트렁크 공간

 
패들쉬프트는 마세라티 쿠페 패들쉬프트와 매우 비슷한 느낌으로
 
자세히 봐야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도 뒤에 완전히 숨어있는 벤츠 SLK 의 변속 버튼보다는 찾기 쉽죠..^^

 
리터당 100마력을 뽑아내는 강력한 2.0 터보 엔진

 
 
함께 시승하기로 한 동생을 기다리며 이곳 저곳 감상하며 사진도 찍은 후
 
4시 반이 지나 시승에 들어 갔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미인 딜러분은 동승하지 않으시고 저희에게 맘껏 느껴 볼 수 있는 자유를 주십니다.
 
레버를 스포츠 모드에 놓고 매장을 빠져 나와 차가 뜸해지길 기다려 일차선을 향해
 
악셀을 밟았습니다.
 
대치동 매장 앞 길이 가파른 언덕길임에도 넘치는 힘을 주체 못하고 대각선을 순식간에
 
가로 질러 갑니다.
 
아이들링시 숨어 있던 엔진음이 실내로 들어오며 감성을 자극합니다.
 
예전 TDI때는 유턴한 후 내리막을 내달리며 일어난 휠스핀에 감동 받았었는데
 
GTI는 그 짧은 오르막 구간에서 이미 절 흐뭇하게 만드는군요.
 
요즘 연비 좋기로 소문난 E200K를 타고 다니다 보니 GTI의 연비도 문득 궁금해 졌습니다.
 
시승 시간도 여유있게 받았던 터라 일정 구간은 연비 체크도 해보려고
 
스티어링휠의 트립 버튼을 눌러 연비 모드로 바꿔보니
 
앞서 시승했던 분들이 신나게 밟은 흔적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누적 연비가 6KM/L정도 되더군요.
 
D모드에 놓고 살살 다녀볼까 했는데 GTI는 제 발을 가만히 안놔둡니다.
 
D모드로 놓으면 예전 TDI때와 마찬가지로 RPM이 뚝 떨어지며 고단을 사용하지만
 
1,800~5,000 RPM 까지 플랫하게 나오는 28.6 KG의 강한 토크가
 
살살 다녀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저를 도와주질 않더군요.
 
'음...역시 GTI타고 연비 모드로 달릴 사람은 없겠지.'
 
미처 한 블럭을 못가고 다시 S모드로 바꿔버립니다.
 
대치동에서 구룡터널로 가기위해 가는 내내 계기판을 쳐다볼 여유 없이
 
GTI의 순발력을 맘껏 즐기며 차와 차 사이를 질주합니다.
 
번잡한 시내에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차 중 하나 입니다. 
 
차들이 꽤 많은 시간대였지만 구룡터널로 들어가며
 
100~140 정도의 구간을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속 주행 해보기엔 차간 거리가 너무 짧아서 
 
예전에 골프와 페이톤 TDI로 200 이상을 달려 볼 수 있었던
 
분당-내곡간 도로에서 180 이상 찍어보기도 힘들더군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GTI의 가장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구간 이기도 합니다.
 
단 160 이상의 속도에서 급제동을 할때 차체가 미묘하게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전 TDI때는 태풍 나비를 뚫고 200KM로 주행을 하고 제동을 해도 불안감이 안들었었는데
 
이상하더군요.
 
시승차는 그 당시 400KM정도인가 밖에 안된 그야 말로 BABY GTI 였습니다.
 
브레이크가 길이 안들어 그런가..하고 애써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려 했지만
 
함께 시승했던 동생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암튼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른 시승차를 타며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분당 내곡 도로가 끝나고 유턴해서 4거리 맨 앞에 서서 0-100을 측정할 준비를 했습니다.
 
노란불로 바뀌고 옆에 있던 차들이 슬금 슬금 앞으로 나갈 조짐을 보입니다.
 
S모드에 놓은체 풀 악셀과 동시에 스톱 워치를 누르자 짧은 휠스핀을 동반하며
 
차가 튀어 나갑니다.
 
300KM 까지 표시 되어 워낙 촘촘한 계기판에 눈을 고정시키고 100KM에 도달하자 마자
 
스톱워치를 누르며 시간을 보니 7.03초...
 
제원상 6.9에 거의 근접한 랩타임이 나옵니다.
 
아까 옆에 서있던 차들은 약간 휘어진 도로 저 뒷편을 벗어나지도 못해 보이지 않습니다.
 
첫번째 카메라 근처에 오며 속도를 80에 고정시키고 스톱워치를 리셋합니다.
 
카메라 밑을 통과하며 잰 80-120은 4.22초.. 
 
빠르다고 느꼈던 골프 TDI의 0-100이 8.43초.. 80-120이  6.19초 였으니
 
얼마나 빠른지 감이 오실겁니다.
 
예전에 골프 TDI 시승기 답 글에 배지운님이 80-120을 실측하셨던
 
결과를 써주셨는데 옮겨 보면
 
"80-120 제가 측정했던 차들은 아카디아 6.1초, SM7 3.5 5.3초, XG 2.5 수동 6.3초,
구SM5 6.7초, 투스카니 2.0 수동 6.4초 등이었습니다.
자동4단/5단, 수동/오토에 따른 기어비 차이로 일률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6초 초반이면 스포츠카가 아닌 이상 좋은 수준이라고 봅니다."
 
이 데이터를 봐도 골프 GTI의 4초 초반의 80-120 추월가속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감이 옵니다.
 
서울 방면 분당 내곡도로가 끝나갈 즈음 중부 하남 만남의 광장으로 가기 위해
 
성남쪽으로 차를 빼고 동승중인 동생에게 운전을 넘겼습니다.
 
CLK320를 가지고 마치 CLK55AMG인양 몰고 다니는 친구로 GTI의 칼질 능력을
 
느껴보기 좋은 기회였습니다.
 
역시 GTI가 임자를 만난듯 자유 자재로 도로를 질주합니다.
 
그런데 급차선 변경시 롤링이 느껴집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스가 단단하다못해 딱딱해서 장시간 탑승시 허리가 아파오는
 
쿠퍼S가 한 수 위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가 많은 고속도로 였지만 노련한 차선 변경으로 210KM까지 달려 볼수 있었는데
 
180~200KM 정도까지의 스트레스 없는 가속이 그 이상으로 가면서 더뎌지는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제동과 차선 변경을 해가며 그 정도 속도까지 나와줬다는건 GTI의 능력이라고 하겠죠.
 
초고속 부분에 대한 느낌은 추후 도로가 한가할때 다시 시승해보고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만남의 광장에서 고생한 GTI에게 휴식을 주기위해 후열을 해주는동안
 
담배를 한 대씩 나눠 피우며 서로의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그 날은 뛰어난 달리기 실력에 감동한 반면 뭔가 2% 아쉬움을 뒤로한체 
 
딜러분께 재시승 요청을 하고 돌아 왔습니다.
 
그리곤 최근 며칠간 시승복이 터졌는지 골프 GTI 첫 시승 후
 
그저께는 볼보 시승행사가 있어서 S80 T6 / S80 2.0T를 중부고속도로에서 시승해 볼 수 있었고
 
어제밤에는 평소 시승해보려고 엄두조차 못냈던 마세라티 쿠페까지 시승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차마다 느껴지는 매력은 참 대단해서 예전 노총각때 선보러 나가기 전보다 시승 전이
 
더 두근 거리고 기다려집니다.
 
암튼 이번 주 까지만 대치동에 시승차가 있을거란걸 알고 있어서
 
주말전까지 시간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딜러분께서 또 연락을 주셨습니다.
 
역시 같은 시간대인 4시 반부터 6시까지...
 
같은 시승차 였기에 브레이크 문제가 마음에 걸렸지만 혹시나 하고 재시승을 했습니다.
 
근데 정말 희안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불과 며칠전 고속주행시 급제동할때 나타났던 불안한 기미가 싹 사라졌더군요.
 
마치 불량이었던 브레이크 디스크를 매끈하게 다듬어 놓은듯 그 증세가 사라졌습니다.
 
주행 거리가 며칠새 부쩍 늘어나며 길이 들었을 수도 있을까요?
 
그래도 순정파라고 자부하는 저 조차도 GTI를 소유하게 된다면
 
좀 더 강력한 브레이크와 더불어 권영주님이 써주신 빌스타인 PSS9 을
 
심어주고 싶을것 같습니다.
 
그래야 뛰어난 달리기 능력에 걸맞는 좀 더 적극적인 주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만남인만큼 한결 친근한 마음으로 분당 내곡을 돌아보고 왔습니다.
 
이번엔 패들쉬프트를 주로 사용해봤는데 엔진 브레이크시 RPM은 상승되는데
 
차의 속도가 별로 줄지 않는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이번 역시 0-100 과 80-120을 측정해봤는데
 
S모드가 아닌 수동 1단에 고정시키고 재본 0-100은 6.91초..
 
80-120은 4.03으로 1차 측정보다 약간 앞선 결과가 나왔습니다.
 
분당 내곡으로 가는 중간에 닥실버 쿠퍼S가 있어서 함께 달려보자는 제스춰를 보이긴 했는데
 
잠깐 따라와 주시는가 싶더니 이내 정속 주행을 하셔서 좀 아쉬웠습니다.
 
제 개인적인 느낌으론 쿠퍼S가 이미 발표된 출력 스펙으로 터보를 장착한 신형을 내놓는다면
 
비슷한 가격대의 고성능 GTI에 상당히 고전을 하게 될 것 같더군요.
 
기왕 슈퍼챠져 대신 터보를 택했으니 GTI에 근접한 성능의 쿠퍼S가 출시되길 기대해봅니다.
 
언젠가 3도어 GTI를 세컨카로 갖게 되길 희망해보면서 주절 주절 긴 시승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