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 상태와 주행 거리를 토대로 '11년식 C300라 추정했습니다.


그간 쭉 유럽/아시아쪽 출장만 있었는데 6년 만에 미국에 가게 되었습니다.

출장 가서 렌트해 본 지가 너무 오래되서 살짝 고민을 했지만 이동 거리가 꽤 되서 결국 렌트 예약을 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한 후 Hertz로 향했습니다.

출장 비용이 허용되는 차량 class가 도요다 코롤라 수준이라 업그레이드가 안 되냐고 물으니 돈을 내랍니다.

코롤라가 영 별로였던 기억이 있고 업그레이드 팁(?)도 생각이 나서 요리조리 시도해 봤지만 무료로는 안 된다는군요.

그래서 하루 20불을 내고 말리부로 업그레이드를 한 후 차에 가 보니 이전 버전의 NeverLost가 달려있네요.

다시 사무실에 가서 뭐라뭐라 하니 왠걸, 갑자기 C300을 빌려준다는 겁니다. 가격은 여전히 20불/1일.

뒤도 안 돌아보고 차로 향했습니다. 사실 벤츠를 처음 몰아보는 거라 NeverLost가 있건 없건 그냥 타려고 했지요.


외관은 다들 아시다시피 평범합니다. 그리고 540 처분 후 하체/엔진/미션 쪽만 보는 습관이 생겼네요.

그래서 그쪽 위주로 글을 쓰겠습니다만 결론적으로 꽤 실망했습니다.

C 타시는 분들께는 죄송합니다만 미국 버전이라 그런지 좀 심하게 말해 제 뉴EF가 고급/소형화된 느낌이었습니다.


일단 하체가... 하체가 이상합니다. 꿀렁댄다고 해야 할까요. 뭔가 느슨합니다.

얼라인먼트도 안 맞아서 왼쪽으로 쏠려서 적응하기 힘들었고요.

빌스타인 HD가 달려있던 540과 비교하는 게 그렇지만 적극적으로 스티어링 휠을 조작해도 차가 게으르게 반응합니다.

540은 도로를 너무 읽어대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는데... C300에는 그런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없습니다.

4만 마일 이상 뛴 차라 그런지, 아님 원래 미국 C300이 이런 건지 몰라도 암튼 어중간한 하체 세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편안해지더군요. 4일간 빌렸는데 그걸 3일 째쯤 깨달은 것 같습니다.


산호세, 샌프란시스코, 팔로 알토 등을 오갔습니다만 US 101 노면 상태가 생각보다 안 좋더군요.

도로에 상처가 나거나 한 곳은 거의 없는데 높이가 달라지는 부분이 꽤 있다고 할까요.

C300이 잔 범프를 흡수하는 느낌이 괜찮더군요. 서스가 좀 하드하다는 사실은 속도방지턱을 만나서야 알았습니다.


엔진/미션은 정말... 하체보다 더 실망했습니다. 밟으면 한 1~2초 있다가 치고 나갈 준비를 할 정도로 반응이 느립니다.

기본 제원은 228마력, 30.6kg 토크네요. (출처: http://blog.daum.net/lkmotors/6)

지금 타는 뉴EF는 콱 밟으면 튀어나가는 시늉이라도 하는데, 이놈은 거짓말 보태서 언제 치고 나갈지 예측이 안 됩니다.

NA로 알고 있는데 터보 랙이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좀 타니 적응이 되서 추월할 때 서두르게 되더군요.


물론 배기량이 되니 펀치는 좀 있습니다. 느리고 천천히 날라가서 문제지요.

누가 그러더군요. 브라버스/AMG가 아니면 벤츠는 원래 그렇다고...

느린 반응 역시 한 3일 타니 적응이 되더군요. 편하게 타야 하는 차라는 사실을 자꾸 생각해야 했습니다.

E/S 모드가 있는데 둘 다 그게 그겁니다. E가 아주 약간 연비가 더 나온다던데 전 무조건 S로 탔습니다.

변속 충격도 있습니다. 동승자는 못 느꼈다는데 하루에 몇 번씩 꼭 잊지 않고 엉뚱한 타이밍에 쾅 때려주더군요.

아무래도 미션 쪽은 관리가 제대로 안 된 듯 싶었습니다.


브레이크는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정말 세팅을 잘 해 놨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한 번은 앞 차를 확 받을 뻔한 적이 있었는데 뒤늦게 상황 파악 후 약간 힘 줘서 밟으니 여유 있게 제동이 되었습니다.

위의 경우 외에 급제동은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만 암튼 브레이크에 대해서는 별다른 적응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540과 비슷한 느낌이라 할까요. 속도 줄일 때와 멈출 때, 급정거할 때 모두 내 마음대로 되는...


연비는 16~24mpg 사이였습니다. 1시간 가량 차가 막힌 적이 3번 정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냥 보통 수준입니다.

고속:시내 비율은 7:3이었고 평균 연비를 변환하니 대략 9km/L 정도가 나오네요.

배기음은 진짜 없습니다. 액셀을 꽉 밟으면 나긴 하는데 엔진/미션 반응과 마찬가지로 소리가 터지는 시점도 늦습니다.

그래서 갑갑했습니다.


인테리어는 좀 고급스러운 수준입니다. 아주 좋지도 않지만 나쁘지도 않습니다.

계기반은 시안성이 좋습니다. 트립 컴퓨터와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은 편리했습니다.

속도계 중앙의 LCD(LED?) 해상도가 더 높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각종 세팅을 위한 기어 아래쪽에 있는 다이얼을 돌리는 느낌이 좋더군요.


왼쪽 사이드미러 문제도 있습니다. 너무 확대되서 사각이 엄청나게 컸습니다.

같은 문제가 있는 뉴EF 왼쪽 백미러에는 곡면 거울을 붙여서 해결했지요.

숄더 체크를 매번 하면서 차선 이동/우회전했는데 두 번이나 접촉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안전 때문인지 B필러가 좀 두꺼워 보이던데 요놈도 사각 확대(?)에 한몫 했습니다.


오디오 음질은 별로였습니다. (뉴EF엔 오디오 작업 되어 있음)

그리고 크루즈 컨트롤 레버가 시그널 레버 위쪽에 있어서 자꾸 두 번씩 조작을 하게 되더군요. 불편했습니다.

앞/뒤 주차 센서가 없고 그 덕에 뒷 범퍼에 상처가 많았습니다.



결론: 나름 편했지만 재미는 없는 차였습니다.

한 10년 뒤에 이 차를 타라면 그렇게 하겠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그 때에는 분명히 S가 더 어울리겠지요.

그래서 살면서 제 차로 C클래스를 탈 일은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차를 빌릴 땐 볼보 C70 컨버/벤츠 E350 컨버나 인피니티 G37s를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참, C300을 탈 기회를 준 직원이 처음에 분명히 하루 20불이라고 했는데 결재할 때 보니 30불이더군요.

처음 차를 빌려준 직원은 친절한 중국계 아저씨였는데 나중에 그 사람 이름을 대도 메모가 안 남아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결국 30불을 내야 했습니다. 뭐 원래 50~60불 한다고 했으니 어쨌든 운이 좋았던 것 같긴 하네요.



끝으로 호텔 주차장에서 매일 봤던 닷지 챌린저 사진을 올립니다.

미국 머슬카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놈은 각이 살아있어서 그런지 마음에 드네요.

상태가 매우 좋은 것을 보면 주인이 잘 관리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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