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장난감을 타고 다니지만 저희 집에는 아주 예쁨을 받는 귀염둥이가 있습니다.

온 가족이 운행은 잘 하지 않으면서 아주 고이고이 잘 모셔두는 (퇴근하면서 항상 차 잘있나 보고 들어가신답니다;;) 그런 녀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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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자유게시판에도 한번 얼굴이 팔린 이 아이입니다.

아버지는 운전이 업이신지라 주말엔 차를 쳐다도 안보시고(당신 타시라고 새차뽑았건만;;)

어머니는 면허가 없으시고(최근에 나도 따볼까? 하시는데 만키로도 안뛴 차가 운전교습용이 될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네요 ㅠㅜ)

동생은 맨날 늦게 들어오고 (여자가 생기면 뻔질나게 끌고다닐거라 생각됩니다.)

저는 따로 나와서 살면서 장난감을 타고 다니고...


이런 상황이니 차는 출고한 지 반년이 지났는데 아직 만키로도 못탔구요 6천키로나 탔나? 싶습니다.

앞뒤로 달린 블박땜에 뻑하면 방전입니다. -_-;;;;


그러던 와중에 얘를 데리고 하루에 좀 멀리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인천-->부산-->거제도-->통영-->인천)

그때의 인상을 글로 남겨보겠습니다.


출발당시 이녀석은 천키로도 안뛴 녀석이었습니다.


고속도로에 올라갔는데 항상 이슈가 되었던 MDPS는 고속도로에서는 조금 나은 편이었습니다.

물론 뒤에 부모님이 계시고 풀시트 상황이라 얌전히 운전해서 그런 것도 있는데 기존의 MDPS들의 기억에 비교해보면 꽤 발전이 있더군요. 예전에는 너무 빡빡해지면서 반응이 둔하거나 생각보다 빡빡해지지 않는 그런 문제들이었는데 그나마 얘는 -썩 마음에 드는 느낌은 아니지만- 예측가능한 일정한 느낌을 만들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준중형이라 그런지 휠하우스 방음은 그닥 많이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 고속도로가 시멘트이다보니 소음은 감안해야 합니다.

시트가 꽤 마음에 드는데 장시간 운전을 해도 땀이 차지는 않더군요. 신기했습니다. 쿨링시트도 아닌데 말이죠.

(저 땀이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 장난감은 천연가죽인데 통풍이 안되서 미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차의 추세(대시보드가 높고 앞이 잘 안보이고 윈드실드가 납작한 형태)에 비교해보면

그나마 승용차 답게(K5렌터카 타보고 많이 놀랬어요) 앉아서 운전할 수 있는 부분도 괜찮았습니다.


내려가는 길에는 액티브 에코가 켜있었는데 차가 무진장 안나갑니다.

아니 그거보다 속도에 비해 너무 빠른 변속을 합니다. 끽해야 시내구간 40~50km/h 정도인데 이미 변속기는 5단에 꽂아놓고 있습니다. -_-;; 그러면서 거제도의 오르막 고갯길들을 올라가는데 어지간해서 시프트 다운을 안합니다...... 여기서 좀 당황했습니다. 자동변속기 차에서 보는 수동변속기의 그 갤갤거림...

대신 구라인지 진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난리를 떨어도(스로틀을 안열어주니;;;) 연비는 11.0km/L이상은 꼭 찍혀있더군요. 기름을 퍼묵퍼묵하는 제 장난감에 비해 유일하게 부러운 점입니다. (거의 뭐 15L/100km ~ 20L/100km ㅠㅜ)


올라오는 길에는 화병이 날 거 같아서 액티브에코를 끄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쪼금 더 나가는 거 같긴한데... 거기서 거기더군요. 정확히 말하면 변속을 그나마 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게 한다고 할까요? (언제쯤 이녀석의 140ps를 느껴볼지 궁금합니다. 6,300rpm이라는데...)

대전통영고속도로는 교각이 좀 많아서 그런지 도로 이음새에 대한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었는데 사람이 다 타고 있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나름 편평비가 얇은 타이어라 그런지 (215-45-17) "아 이건 튀겠다"싶은 부분에서도 잘 잡아주고 착지(?)에서도 한번에 딱 앉아주었습니다. 굉장히 의외로 놀란 부분이구요. 새차라 그런지 배기량의 한계인지 140정도까지 밖에는 나가지 않았는데 여기까지 올라가는데도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재밌는 것은 액티브에코를 껐다고 차가 막 잘나가는 건 아닌데 기름은 꽤 먹습니다. -_-;;;


오디오는 아이폰에 연결해서 듣는데 음질은 괜찮고 아이폰의 사용법에 맞추려고 노력한 흔적도 보였습니다. 동생이나 저나 모두 아이폰을 쓰고 음악을 구입해서 제대로 된 곡정보가 들어간 상태에서 음악가나 앨범별로 분류해서 듣는데 이게 국산 기본 카 오디오에서도 되는게 참 신기했습니다. 다만 곡을 찾아들어가는 처리속도는 좀 많이 느렸고(특히 한글이 끼어있으면...) 보통 사제로 다는 카오디오들은 아이폰 30pin케이블만 연결하면 충전에 음악재생, 아이폰 컨트롤까지 다되는데 현기차는 자기네 케이블을 팔아먹으려고 별도의 케이블을 만들어놓은 것이 참 어이없었습니다.


몇가지 아쉬운 점을 얘기하자면 실내 버튼들이 죄다 빨간색이라 정신이 사납습니다.

빨간색은 파장이 길어서 멀리서도 잘보이지만 대신에 여러개가 한꺼번에 같이 있으니 정신이 너무 사납습니다. 한편으론 클러스터가 흰색인 것에 너무 감사했고요. 원가절감한다고 수온계를 빼버리고 그 큰 자리에 연료게이지 하나만 덩그러니 납둔 게 좀 웃겼습니다. 뭐 어찌보면 냉각에 자신이 있다라는 뜻일 수도 있일텐데 최소한 계기판에 바늘이 4개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준에는 좀 그랬습니다.


앵커포인트도 있고 트렁크도 꽤 넓고 옵션에 따라 의자도 6:4 분할이 되는 이 차는 한국에서 가족이 타기 나름 괜찮은 차 라는 측면에서 꽤 좋은 상품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심심한 차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차를 새로 들이면 꼭 차에서 한번 잠을 자는데 조만간 얘도 그걸 같이 해야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혼하면 레이를 살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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