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이 주제로 질문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확실한 답을 얻지는 못해서 직접 시승을 해본 경험을 올립니다. 


신형 볼보 XC90을 비롯, Drive-E 엔진을 채용한 볼보차들에 적용되기 시작한 아이신 8단 변속기에 대한 소감입니다. 이젠 곧 판매를 시작할 S90, V90등에도 들어가죠. 


저는 원래 토크컨버터식 자동변속기의 수동모드를 그리 즐기지 않는데, 왜냐면 특히 다운 시프트 시에 너무 답답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5단으로 달리다 2단으로 내릴 경우, 기존 토크컨버터 방식의 자동변속기는 차의 운동에너지가 엔진의 회전에너지로 전환되면서, 브레이크를 밟듯 속도가 갑자기 줄어듭니다. 때로 상당히 불쾌한 울컥거림을 동반합니다. 


반면 하지만 DSG나 PDK같은 듀얼클러치 변속기 차량의 경우, 클러치를 일단 떼고, "기름을 써가며" 엔진 회전수를 높인다음에, 다시 동력을 연결해줍니다. 마치 수동차 에서 단수 내릴 때, 악셀 밟아가며 레브메칭 하는 것이랑 똑같이 말입니다. 


이렇게 일반 자동변속기 차량과 듀얼클러치 차량의 경우가 다운 시프트시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전자의 경우 과격한 다운 시프트니 울컥하는 불쾌한 느낌이 들면서 차의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반면에 후자는 알피엠이 "연료를 써가며" 인위적으로 올라가 있으니까, 저단으로 내려간 그 찰나의 순간 운전자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순간 난 가속을 할까, 아니면 엔진브레이크로 속도를 줄일까. 


다시 말하자면, 전자의 경우 다운시프트 즉시 무조건 엔진브레이크가 시작됩니다. 뭐 악셀을 밟으면서 동시에 다운시프트 하면 되지 않냐 할 수도 있으나, 아무래도 섬세함과는 거리가 멉니다.(네, 이거 해봐서 압니다.) 5-->2단 변속같은 과격한 변속시, 변속기의 울컥하는 느낌도 피할 수 없고요.


하지만 후자의 경우 다운 시프트와 엔진브레이크의 시작 동안 찰나의 순간이 있습니다. 마치 레이싱 게임을 하듯 알피엠이 웅 하고 올라가지만, 차는 아직 울컥하는 반응이 없는 순간 (즉 클러치가 떨어져 동력이 차단된) 이 있는 것이죠. 과격한 변속시에도 변속기에서 울컥하는 느낌이 없습니다. 물론 그 후에는 악셀을 안 밟는다면, 강한 엔진브레이크가 걸리겠지만, 그건 의도한 상황이니 불쾌할 것이 없죠. 


때문에 전통적인 토크 컨버터식 자동변속기는 수동변속기처럼 절도있고 정확한 레브메칭을 하지 못하고, 때문에 스포츠성에서 수동이나 고성능 듀얼클러치에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전 그런 토크 컨버터식을 너무 싫어했고요. 제 지인은 이런 기존 자동변속기를 "쓰레기"라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만....


그런데 예외적으로, 370Z나 GT86등의 자동변속기는 듀얼클러치 못지않은 레브메칭이 있다 하니 그게 신기하게 들렸습니다. BMW 의 ZF 8단들도 그렇다는데, 그렇다면 신형 볼보들에 채용되기 시작한 아이신 8단은 어떨까 하는 의문을 오랫동안 품었습니다.


수많은 신형 볼보들의 리뷰를 읽어보고 영상으로 보았지만 아무도 이걸 언급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직접 시도해보게 되었습니다. 


볼보 딜러에 찾아가서 제가 온 목적을 간단히 설명하고, 신형 XC90을 몰아보고 싶다 하니, 현재 자기들이 갖고 있는 XC90들은 전부 다 판매 된 상태라 시승을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대신 동일한 8단 변속기를 채용한 S60을 몰아 볼 수 있다 했습니다.


이걸 가지고 시내랑 도로에서 다양하게 주행을 해봤는데, 


제가 원하는 조건들을 2단까지 다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고속도 로에서 exit으로 진입하며 속도 줄이며 2단까지 빠르게 내려봐도 불쾌한 덜컥거리는 느낌도, 갑자기 속도가 줄어드는 느낌도 없었습니다.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나선 물론 엔진 브레이크가 걸립니다만, 그 전에는 제가 알피엠을 악셀로 올릴까 말까 (즉 다운시프트 급가속을 해볼까 말까) 하는 순간이 분명 존재했습니다. 시내 주행 중에 다양한 단수 조절 중에도 동일힌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정도면 거의 듀얼 클러치에 필적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다만 1단의 경우는 기존 토크 컨버터 방식의 고약한 습성이 여전히 남아, 바로 불쾌한 감속 느낌을 겪었습니다. 근데 이건 어차피 수동차도 운행중에 1단은 잘 안 넣으니까, 크게 마음 쓰진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주행 중에는 2단까지 내리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딜러가 말하길 이런 특성에 대해 의문을 갖고 물어본 고객은 제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슬프게도, 이런 절도있는 레브매칭의 느낌을 찾는 사람들은 적어도 볼보 고객들 중에는 별로 없었나봅니다... 


어쨌든 세상 어딘가에는 저같은 의문을 같이 갖고 계신 분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는 지푸라기같은 희망을 갖고 여기 글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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