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젠쿱은 타보신 분도 많을 테고 하드코어 매니아 오너분들도 많기 때문에 제 평가보다 실제 차주분들의 평가가 더 신뢰성면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상현 이 사람은 젠쿱을 이렇게 평가했구나... 정도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시승기라기 보단 젠쿱과의 에피소드가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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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달 전에 제네시스 쿠페 3.8 A/T 신차를 받아 시승했습니다. 2011년형이 나오며 내장 재질이 고급화 된 모델입니다.

시승차를 처음 접할 땐 언제나 설레이지만 제네시스 쿠페나 로터스, 포르쉐 같은 스포티한 차들은 그 설레임이 일반 양산차와 비교가 안될 정도입니다.

젠쿱을 받아 주차장을 빠져 나오는데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뛰고 있음을 느낍니다. 엉덩이 밑에서 바스락 거리는 신차 비닐 소리 탓도 있을 테고 계기판에 적힌 한 자리 숫자의 적산거리 탓도 있을테지만, 오랜만에 타는 고마력(303마력ㅎㅎ) FR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사실인즉 그 동안 맘껏 달릴 수 있는 스포츠카의 시승은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었죠. 1박 2일 탄다고 해도 사진 찍고 어리버리 출고-반납하고 하다 보면 정작 시승할 시간은 두어 시간 밖에 되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젠쿱은 주말을 포함하여 3박 4일의 시간이 주어졌고, 그 동안 많이 타본 차라 위화감도 적었습니다. 어떤 기자분 께서는 이건 거의 주말 선물 수준의 시승차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동감했죠... 하하하

솔직히 말해서 포르쉐를 탈 때보다 더 즐거웠습니다. 포르쉐 같은 차들은 아무리 시승차라도 어느정도 아껴주며 조심스레 타게 되는데 젠쿱은 왠지 내 차다 생각하고 한계까지 맘껏 달릴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주 즐거웠던 시승이었습니다.

 

 

* 일상

승차감은 양산차 중 단단한 편이지만 스트레스 받을 정도는 아닙니다. 특히 시트 쿠션이 투스카니 같은 선대 모델에 비해 말랑해져서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한 몫 해주었습니다. 스티어링 휠 무게는 차의 성격에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오토미션은 레버 작동감이 뻑뻑한 편이며 슬립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 실제 느낌과 거의 일치하는 듯 합니다. 일반적인 현대차와는 달리 출발 때 악셀량 만큼 동력 전달이 이뤄져서 스포티한, 반대로 일반인이 느끼기엔 다소 신경질 적인 스타트를 합니다.

나름 배기사운드에 신경을 쓴 느낌이고 일반인 들도 옆에 타면 소리가 좋다. 라는 평가를 해주었습니다. 

3박 4일 동안 주유는 5만원 씩 네 번, 20만원어치 했던 것으로 기억하며 약 800km 주행했습니다. 만원에 40~50 키로 정도 탔던 것 같습니다. 시내 연비는 6km/l 정도, 고속 정속주행 시 11~12km/l 정도 나왔으며 시내연비가 다소 좋지 못한 느낌입니다.

 

 

* fun

젠쿱을 탄 3박 4일 동안은 왠지 죄를 짓고 사는 느낌이었습니다.

직결감이 좋은 미션과 풍부한 파워 때문에 급가속도 자주 하였고, 유턴은 여건만 허락되면 파워오버로 뒤를 날리며 돌았습니다. 

이 정도 출력에 후륜 스포츠카 시승차는 흔히 나오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조져줘야만 했습니다.

시승 마지막 날 밤엔 2시간 동안 원돌이 8자 그리기만 했는데 FR 차를 소유해 본 적은 없음에도 원돌이는 정말 쉬웠고 한 30분 하다보니 8자도 잘 되었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원돌이 잘되는 후륜차는 처음이었습니다. 오토라 클러치 킥이나 사이드브레이크를 사용해서 날리는건 해보지 못했지만.. 

근데 원돌이 도중에 LSD가 풀려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라인이 부풀어 버리거나 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으며.

또한 경고등 5개(ABS, BRAKE, VDC ON/OFF 등) 정도가 한꺼번에 점등되기도 했고... 꺼둔 VDC가 다시 들어오지 않는 등의 문제도 있었지만 시동을 껐다 다시 켜면 정상화 되었습니다. 역시 고장나면 껐다 켜는게... ^^

 

 

* 고속배틀 (젠쿱 VS CC 3.6)

새벽 3시 분당 수서간 도시고속도로.

폭스바겐 CC 흰색과 배틀... 첨엔 2.0 TDI나 가솔린이라고 생각했는데 달리는 품새가 절대 2.0은 아닙니다. 분명 3.6 300마력이 확실했습니다. 배틀 중간에 E46 M3 컨버가 잠시 붙었지만 이내 달리는 걸 포기합니다. 그 정도로 열심히 달렸습니다.

CC3.6은 4륜에 300마력, 210KM/H에 리밋이 걸려있다 합니다.

Y00KM/H 까지의 가속은 거의 비슷하지만 의외로 추월가속은 CC가 사알짝 더 빠른 듯 합니다. 당연히 CC의 리미트 때문에 그 이후 젠쿱이 앞서갑니다. 때문에 추월이 가능했지만... 

남의 앞에서 길 터주기 보다는 따라가는걸 좋아해서 추월은 하지 않았습니다. 앞 유리 창에 잔 돌 튀기는 소리가 소나기처럼  들리지만 악셀을 놓자니 자존심 상해 눈물 겨운 가속을 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나중에 배틀 끝나고 주차하면 후회 막심...) 

CC 3.6 운전자 분 나름 달리는 분 같았습니다. 7~8년을 매일같이 다닌 도로라 오히려 코스 숙지는 제가 더 유리할 텐데 상대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젠쿱의 문제는 200 항속에서의 고속 안정감입니다. X60 정도 까지 놀라운 조종안정성을 보이던 차가 X80을 넘어가니 어찌나 불안한지, 차가 제 뜻대로 움직여 주질 않아 매 순간 순간을 예측과 판단을 거듭하며 달려야 했습니다. 특히 코너링 중 범프를 만나면 온몸에 긴장이...  

때문에 상당히 피곤했고, 솔직히 말해 고속 배틀이 좀 무서운 차였습니다. 경험 상 170마력 디젤 해치백인 GTD보다 Y00 에서의 안정감은 한 수 아래임이 틀림 없습니다. 물론 현대차 치고는 아주 좋지만... 

X40 정도에서 칼질하는 상황. 살짝 가속과 함께 나름 부드러운 핸들링으로 조작 하는데 뒤가 살짝 삐끗 합니다. 옆에 탄 사람도 놀랍니다. 젠장... 이러니까 더욱 못 달리겠습니다. 아니 이럴 때 왜 뒤가 움찔하는거지?

아무리 그래도 세단한테 따일 순 없지... 무섭지만 열심히 따라갔고 청담대교에서 빠이빠이... 간만에 즐거운 배틀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짐...

다시는 젠쿱 순정으로 수서분당을 쏘지 않으리라...!

 

 

* 와인딩 (젠쿱 VS 머스탱)

금요일밤 중ㅁㅅ 와인딩.

우연찮게 이 곳 회원이신 조현우님이 신형 머스탱 3.7을 갖고오셔서 비교해 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두 차는 의외로 스펙 상 비슷한 구석이 많습니다. 엔진 출력, 미션, 패키징 등...

결론 먼저 말하자면 이 곳 리플에 몇 번 적었지만 와인딩에선 비교가 안됩니다. 문자 그대로 비교 불가입니다.

젠쿱은 낮은 무게중심과 탄탄한 하체를 바탕으로 내리막에서 머스탱을 백미러의 점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반대로 머스탱을 타고 젠쿱을 따라가면 앞에 가는 껌정 젠쿱이 마치 UFO 처럼 빠르게 느껴집니다. 머스탱은 허둥지둥 대는 와인딩에서 젠쿱은 마치 그림을 그리듯 라인을 타며 거리를 벌립니다. 반복되는 코너에서 젠쿱은 한 코너 한 코너 마다 빠르게 자세를 추스리지만 머스탱은 움직임을 마무리 하지 못한 채 다음 코너에 들어가다 보니 손해를 많이 봅니다. 

오르막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동력성능은 같은 300마력이지만 실제 가속은 젠쿱이 훨씬 앞서 있습니다. 차 셋팅 자체가 젠쿱은 스포츠카 같은 느낌이고 머스탱은 그냥 승용차 같습니다. 핸들링, 기어비, 하체, 심지어 사운드 마저도...

반면 흐르는 뒤를 잡아가며 타는 재미는 머스탱이 더 좋았습니다.(오르막 한정)

젠쿱-머스탱-젠쿱-머스탱. 이런식으로 번갈아 타다보면 정말 젠쿱의 우수성에 감탄하게 됩니다... ㅎㅎ 

 

젠쿱은 VDC를 켠 상태로 와인딩을 달리는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개입이 심했습니다. 역시 소비자의 안전과 병원비를 걱정해주는 현대... ㅠㅠ 그치만 문제 없습니다. 끄고 달리면 됩니다. ㅎㅎ

한 번은 미션이 보호모드로 들어가 4천 RPM 정도를 넘기지 못하고 변속이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 내구성 좋은 현대차니까 이해 해줘야지... ^^

브렘보 브레이크는 제동력이 넘치지는 않지만 제동 반응이 리니어해 조작이 편했습니다. RE050A는 완전히 그립 위주의 타이어는 아닌 듯 했지만 차 눌러가며 그립으로 적당히 달릴 줄만 안다면 차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평소 중미산에서 같이 달리기 힘든 S2000(R-S3 끼운...)과 같은 차도 쉽게 엉덩이를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습니다. 헤어핀만 아니면 오히려 거리를 쭉쭉 좁혀갑니다. 이 정도면 순정으로도 중미산에서 꽤 빨리 달리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값 대비 가치_ 꼭 하고 싶은 말.

주변 사람들에게 누차 강조하지만 젠쿱의 가격은 초 특가라고 생각합니다.

300마력 V6 엔진, 완성도 높은 6AT, LSD, 브렘보 브레이크, 스포티한 서스펜션, 19인치 타이어 등... 대한민국에 현대차가 있는 덕을 톡톡히 보게 해주는 차가 아닐까 싶습니다. 못생기긴 했지만...

 

멋지고 간지나는 박스터 S 보다, 가벼운 차체에 슈퍼차저가 달린 로터스 엘리제 SC 보다 즐거운 시승이었습니다.

오직 잘 달려주기 때문에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습니다.

어딘가 살짝 미완성의 느낌도 오히려 사랑스럽게 다가옵니다. 현대에서 이런차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쓰다 보니 길어졌네요...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