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기념 3주년을 맞아, 그리고 평소 와이프가 너무 가고 싶어했던 동유럽, 특히 그 중 프라하를 가보고자

큰 맘을 먹고 추석 끼고 오래 (?, 직장인 치구요 ^^)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 기간 중 총 7박을 했고 도시 간 이동은 렌트카를 이용해 다녔구요.

이동경로는 프라하 --> 체스키-->짤츠부르크-->할슈타트-->빈 총 5곳이었습니다.

프라하 2박 후 7천 키로를 갓 넘은 빨갱이 피에스타를 받고... 885km를 주행하고 나니 누적 마일리지가 8천 키로가 넘더군요.

사진 몇 장이랑 유럽사람들이 'best in class'라고 칭송하는 피에스타에 대한 제 주관적인 느낌에 대해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참고로 북미시장에서도 얼마 전 미국 안전규격에 적합한 북미형 피에스타를 2011년 형 모델로 런칭을 했습니다.

일단 사진 감상부터 ^^;... (추후에 올려드리겠습니다 ㅠ.ㅠ...)

 

 

 차량을 프라하에서 인수 받고 외관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한 후 네비 없이 체스키 크롬노프로 이동을 해보았습니다.

네비 없이 모르는 유럽 길을 달린다... ㅎㅎ 생각만해도 끔직한 일이었지만... 제가 차량 렌트 예약을 할 때 네비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바득바득 우기는 직원 앞에서 할 말을 잃고... 어쩔 수 없이 그냥 달렸죠 ㅠ.ㅠ...

사실 진정한 체코산 차량을 타보고 싶어 스코다 옥타비아(1.4L)로 예약을 해두었는데... 당일 날 차량이 없다고 억지로 골프로

업그레이드 시켜주겠다는 걸 거절하고 (공짜도 아니었고 ㅠ.ㅠ... 추가금 부담은 개인이 하라 하더군요) 동급 차량을 달라고

우겨 받아낸 차량이 체코산 포드 피에스타였습니다.

 

1. 첫인상 및 실내

제 개인적으로 작은 해치백을 너무나도 좋아라 하는지라... 남들이 동급 세그먼트 리더라 하는 피에스타를 받고 엄청 좋아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또 선호하는 빨간색 차량을 배차 받아 기분이 좋았구요.

짐이 좀 많아 큰 짐들은 뒷 트렁크에 넣고 (여행용 큰 트렁크 1개, 기내용 1개) 나머지 자잘한 간식 거리들은 뒷자리에 넣어

두었습니다.

역시나... 뒷자석 레그룸은 형편 없더군요 ㅠ.ㅠ... 얼마전 Honda Fit, Mazada 2, Fiesta 이렇게 3개 차량 비교 시승한 것을

모 잡지에서 읽었는데 피에스타가 차량 사이즈에 비해 뒷자석이 많이 좁다는 불평이 있었습니다.

두 눈으로 확인한 결과 정말 좁더군요.

저 같이 대한민국 평균 신장도 안되는 성인남성이 수동 운전한다고 가뜩이나 앞으로 당겨 앉은 앞좌석 바로 뒤에 앉아봤는데도

저 만한 성인이 앉기에 좀 불편하더군요.

앞좌석은 훌륭합니다. 시야 개방감이 좋고 몇 개 없는 센터페시아 버튼들의 위치도 아주 직관적입니다.

의자의 착좌감이 매우 좋고 장거리 운전을 해도 매우 편안한 시트를 갖췄습니다.

제가 허리가 좀 민감한 편인데 집에 있는 5세대 골프 GTI, '09년식 모닝에 비해서도 확실히 의자가 편하더군요.

클러치, 브레이크, 악셀 위치도 좋고... 클러치의 유격이 적당하고 feedback이 좋아 참 잘 만든 수동차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옆에 계속해서 탑승했던 아내도 의자가 매우 편하다는 것에 공감을 했습니다.

뒷좌석 레그룸이 형편 없다는 것에도 동의를 했구요 ^^; 참고로 아내는 대한민국 평균 여성 신장 이상은 됩니다만

우리 부부가 사이즈가 큰 편이 아닌지라... 조그마한 동양인 두 명이 앞자리에 탔는데도 뒷 좌석에 성인 두 명을 태우고

1시간 이상 운전한다는 것이 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2. 파워트레인

제가 빌린 차량은 1.25L 듀라텍에 장착된 차량인지라... 형편없는 출력(60ps)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ㅎㅎ... 좀 많이 안나갑니다.

측정은 안해봤지만 느낌상으로도 와이프 차량인 1.0 모닝 수동과 동일한 초반 스타트 성능을 가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속으로 가게 되면 조금 얘기가 달라져서... 생각보다 고속에서 잘 나가고 (100km/h 이상 영역) 5단 기어가

고속에 적합하도록 세팅이 되어있어 140km/h 정도를 달려야 4,000rpm에 이르러더군요.

참고로 제 모닝은 5단에서 110km/h면은 거진 4,000rpm을 찍고 있습니다. ^^;

이렇게 출력이 약한 차량을 가지고 오스트리아 A1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160km/h까지 전혀 불안하지 않게 달릴 수 있었으니...

고속 주행 안전성은 동급에서도 가장 뛰어난 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가로 1.25L도 이 정도인데 북미에서 팔리는 1.6 듀라텍을 얹은 차는 어떤 성능을 보일지 내심 궁금해 지더군요.

1.25 듀라텍과 맞물린 5단 수동 변속기는... 제가 몰아본 수동 변속기 중 최상급l이라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미산, 한국산의 형편없는 수동 변속기와 절제감은 있지만 그래도 변속이 그리 부드럽지 않은 아우디/폭스바겐 수동과는

달리 절도 있고 깔끔하게 모든 기어가 물려 들어가더군요.

혼다 수준의 수동 변속기라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었습니다.

다운 시프트시 rev matching을 할 때, 혹은 업시프트 시 변속 조작감이 감탄 스러울 정도로 좋더군요.

덕분에 출력은 떨어지지만 혼자 3단 --> 4단 --> 3단 마구 마구 변속하면서 재미있게 운전하고 다녔습니다.

출력이 약한 차도 변속기가 좋으면 쥐어짜면서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네요 ^^;

 

3. 핸들링, 브레이킹 및 연비

핸들링은 8자 코스 주행, 혹은 횡G를 측정한 것도 아니라서 주관적인 느낌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속에서는 핸들이 가볍지만 고속으로 가도 핸들이 가벼워 불안감이 오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노면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고 정직하게 전달해주고... 꽤 고속에서 (A1에서 160km/h로 정속 주행한 적도 있음) 차선

변경을 할 때도 뒤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도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이 정도면 동급 차량 중 고속 주행 능력이 가장 뛰어난 차중 하나인 것 같더군요.

같은 급의 차량의 국산차를 꼽는다면 프라이드일텐데... 프라이드도 160km/h로 정속 주행하면서 차선변경을 수시로 해도

안정적일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차량의 브레이크는... 이 급의 차량에 걸맞게 적당히 알맞은 정도로 차를 멈추게 합니다만...

정말 아쉬운 점은 초반 응답성이 아예 없고 어느 정도 깊숙히 밟았을 때에만 브레이크가 작동하기 시작해 리니어하게

속도를 낮추고 멈추는 일이 매우 어렵더군요.

초반 허당 느낌을 지나면 갑자기 차에 제동이 걸려 ㅠ.ㅠ... 처음 차를 받고 이틀 동안은 울컥 거리며 차를 멈추곤 했습니다.

와이프가 초보운전자냐고 뭐라 하더군요 ㅎㅎ...

엔진이야 워낙 저 배기량이니 기대감이 없다 손 치더라도 브레이크는 이 차의 옥의 티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연비는 워낙 신호등이 없는 곳들에서 운전을 했으니 좋게 나왔습니다.

880km가 조금 넘는 구간을 운전했는데 기름을 50리터 만 채웠으니 단순 계산만 하더라도 17.5km/L 정도네요.

하지만 130km/h를 훌쩍 넘겨 정속주행을 한 구간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정도 연비가 나왔다는 것이 많이 놀라웠습니다.

ㅎㅎ... 저배기량 저출력 차량을 운전한 보람을 느겼죠.

 

4. 총평

이 차 정말 마음에 듭니다.

소형차 이상으로 많은 것을 해내지는 못할지라도 주어진 임무는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춘 차량이었으니까요.

한국으로 돌아와 공항에 주차되어있는 모닝을 타고 부모님 집으로 가는데... 갑자기 차량간 비교가 확 되더라구요 ^^;

물론 모닝 급은 아니지만... 배기량도 비슷하고 사이즈가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변속 조작감, 시트의 편안함,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 등 여러모로 제 모닝보다는 뛰어난 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175/65 14인치 휠/타이어의 조합으로 보여주었던 고속 주행 안전성이 인상이 깊었구요.

다만 브레이크의 응답성이 좀 더 초반부터 리니어하게 구현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5. 기타

오스트라이 인들의 고속도로 운전매너 정말 좋더군요 ^^;

차들이 많아도 1차선에 왠만하면 붙지 않고... 차가 없으면 끝 차선까지 무조건 차선을 옮겨 주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도로도 왜 그리 좋은지... 스포츠카 몰고 다녀도 길이 나빠 스트레스를 받을 걱정은 별로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뉴스에서만 접했던 사실을 일부 확인 했는데... 확실히 아우디가 럭셔리 세그먼트에서 선방을 하는 것 같더군요.

고속도로를 달리는 웬만한 신차 급 럭셔리 자동차들은 대부분 아우디였습니다.

비머, 머크에 비해 그 수가 정말 많더군요, 특히나 돈 많은 중년 아저씨들이 검은색 S5를 타고 다니는 걸 많이 목격했습니다.

4.2 FSI 엔진소리가 너무 좋아서... ^^; 뒤따라 가고 싶었으나... ㅎㅎ 엔진 크키가 거의 1/4인지라... 얌전히 운전하고 다녔네요.

아우토반에서 제 GTI를 올려놓고 달려 보고 싶더군요 ^^; 길들이 어찌나들 좋던지... 흠...

여행도 즐거웠고 현지에서 빌린 차량도 만족스러웠던... 보람있던 휴가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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