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는 올해 초 토요타 사태도 있고, 브랜드 자체가 스포츠 드라이빙과는 좀 거리가 있는지라 IS 시리즈나 SC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자동차 매니어들에게 별로 재미있는 차종은 아닐겁니다. 그중에서도 ES350은 안락한 주행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듯한 전륜 구동형 세단이라 더욱 그러하구요..

 

하지만 어머니 차를 바꾸려고 찾아보니 비슷한 등급에서는 별로 조건에 맞는 차가 없더군요. 조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기존 차량과 운전 감각이 비슷할 것, 전륜 선호

기존 차량은 SM525V 였습니다. 아마 2002년식 정도? 그리고, 전륜을 선호한 이유는 후륜의 고출력 세단을 타시면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급커브나 악천후에 당황하시는 경우가 발생하더군요. 실제로 장모님은 BMW525를 타시는데 처음에는 기존의 차량과 운전 감각이 달라 많이 불편해 하셨습니다. 운전을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은 그러한 감각의 변화를 즐기고 실제로도 후륜의 기민한 조향 반응성이 운전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나이 드신 어머님 세대들은 말씀으로는 잘 표현 못하셔도 그런 예민한 반응을 불편해 하시더군요.

더우기, 시트 포지션도 스포츠 지향인 BMW와 같은 계열은 키가 작으신 여자분께는 맞추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2. 차가 너무 크거나 작지 않을것

크기가 기존차량과 비슷할것. 선호하시는 크기가 딱 소나타~그랜져 사이의 크기입니다. 나이드신 분들은 차가 너무 작으면 볼품없어보인다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으십니다. ^^ 또 여자분이시라 너무 차가 크면 버거워하십니다. 이점을 고려하면 사이즈 제한이 딱 소나타~그랜져 사이입니다.

 

3. 디자인

이건 개인적인 호불호이니 패스~~ 원래 아버지께서는 제네시스를 권하셨는데 남성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되시는지 싫다고 하시는군요.

 

5. 예산

이것도 개인적인 선택사항이니 패스..

 

이렇게 조건을 두고 골라보니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돌아다니는 ES350(구형 330 포함)이 대부분 나이 있으신 여성분들이 모는게 다 이유가 있나봅니다.

 

토요타 리콜 사태를 비롯해서 몇몇 안좋은 소문이 있기는 했지만 나이드신 어르신들은 그런거 별로 신경 안쓰시고, 제게 어머니께서 연락을 하셨을 때는 이미 계약을 하신 상태더군요. 그래서 이왕 사신거 즐겁게 타시라고 이런저런 말씀은 안드렸습니다. 즐겁게 차 사셨는데 공연히 말씀드려봐야 ..

 

일단 차를 인도 받고 몇번 몰아봤습니다. 새차이고, 부모님과 가족을 태운 상태에서의 시험주행이라 달려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살살 시내주행 해본 정도입니다.

 

내장 및 편의장치:

렉서스 차량이 다 그렇듯이 마무리가 딱 맞아 떨어지고, 각종 스위치 조작감이 매우 부드럽다는 점에서는 큰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너무 심심합니다.  눈에띄는 드라이빙 보조장비는 고사하고 각종 조작 장치의 배치도 특이한 점 하나 없이 기존의 차량들과 너무 비슷합니다. 나이드신 어머니께서는 낯설지 않아 좋다고 하십니다만 그래도 너무 심심합니다.

동급 차량들이 요즘 대부분 장비하는 뒷자석 열선 시트나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오토 홀드같은 장치가 없는건 좀 아쉽습니다.

 

신기술로 모험을 하지 않고 철저히 검증된(?) 기술로만 승부한다는 렉서스의 조심스러움이 보이는 듯 합니다.

 

주행 :

제원상 3456cc, 277마력, 35.3kg.m이지만 동력 성능을 느낄만큼 달려보지 못했습니다. 시내 주행에서는 매우 얌전하고 부드럽습니다. 어머님 표현으로는 차가 기존의 SM 525V보다 더 무겁다고 하실만큼 초기 반응이 반박자 느긋합니다. 아무래도 기존에 운전하시던 차량보다 타이어도 더 크고 해서 느끼시는 부분 같습니다.

제 느낌에도 약간의 묵직함이 더해져 있기는 하지만 조향 감각 자체는 기존의 전륜형 차량들과 거의 동일합니다. (물론 시내 주행에서입니다.)

 

외부 소음은 철저히 차단되어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다이나믹한 엔진 배기음 같은 것은 저어기 달나라 이야기입니다.

Idle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고 비라도 오는 날에는 시동음이 들리지 않아 계기판을 보지 않으면 시동이 걸렸는지 알기 힘들 정도입니다.

 

본네트를 열어보면 렉서스 마크 이외엔 아무것도 안보입니다. 아마 방음 대책으로 모두 커버를 씌워 놓은 듯 합니다.

 어차피 제가 건드릴 차량이 아니라서 신경 안썼지만 오너가 daily check도 못할 정도로 각종 오일 눈금 등이 하나도 안보입니다.(개인적으로 이런거 별로 안좋아합니다. -_-a)

 

주행중의 거동도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달려보지 않아 서스펜션의 강성 어쩌구 하는 말은 할 수가 없습니다. ^^ 그냥 시내 주행시에 도로의 노면을 거의 느끼기 어려울 만큼 부드럽구나 하는 정도입니다. 몰아본 날 비가 많이 와서 도로가 패인 곳이 많았는데 패인 곳을 지나갈때도 쿵~ 하는 진동은 없고 약간의 덜컥 하는 정도입니다. 너무 서스펜션이 물렁한것 아닐까 할 정도로 잔진동을 잘 흡수하는데, 다른 시승기들을 보면 고속주행에서는 또 다른 거동을 보이는듯 합니다.

 

생각 같아서는 교외라도 한번 고속으로 달려보고 싶은데 보험도 아버지/어머니 부부한정이고 어머니께서 좀처럼 차를 내주시는 분이 아니라 앞으로 제가 몰아볼 일은 많이 없을듯 합니다.

 

시승기라 하기에는 차를 몰아본 시간이 너무 짧아 좀 어정쩡한 글이 되었습니다만 제 느낌으로 ES350은 부드럽고 조용한, 그리고 편안한 운전을 추구하는 패밀리세단의 완성형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자동차 매니어의 관점에서는 좀 재미없는 차량이기도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