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7 mk2 GT3에 이어서 올리는 두번째 리뷰입니다. 주행거리가 짧은 중고차 인수후 며칠간 타본 소감 + GT3와 비교 중심으로 써볼까 합니다. 이하 경어 생략

 

+ 며칠 더 타면서 느낀 부분 추가

몇가지 특징들


1. 외부에서 살펴보면 일단 떡대가 우람하다. 20인치 휠이 그렇게 꽉차보이지 않을 정도의 익스테리어이니 존재감도 상당하다. 체감적으로 Ford Mustang GT 같은 느낌이다. 스펙상의 무게도 그다지 가벼운 편은 아니고 해서 움직임도 둔할 것 같지만, 막상 악셀을 아주 살짝 누르며 출발하면 체감적으로 훨씬 가벼운 차를 출발시켰을 때의 느낌이다. 제동을 해도 마찬가지로 무거운 차체를 억지로 멈춘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코너링시의 체감까지 가볍게 느껴져서 이 차가 무거운 차라는 것을 알 방법은 무게를 달아보거나 스펙을 읽어보는 것 뿐이다.


2. 우람한 차체에 빵빵한 후면부가 높은 라인을  형성하고 있어서 운전석에 앉아있으면 우측 뒤쪽 시야가 좋지가 않다. 빠른 차선 변경을 할 때 좀 불안한 느낌. GT3와 비교하면 시야는 다소 답답한편.


3. 실내에 앉아 시동을 걸어보면, 센터페시아의 다기능 모니터와 찰찰찰 거리는 기계음 소리 + 금속재질로 포인트를 준 인테리어와 R 모드 3종 스위치가 제법 머신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GT3의 실내 사운드가 순수한 엔진+배기음 중심으로 정갈한 사운드를 연출하는 것에 비하면 GTR의 실내음은 다양한 잡소리가 조합된 느낌이다. 어쨌든 보통차를 탔을 때는 들을 수 없는 소리이기 때문에 다소 exotic한 느낌을 주는 부분도 있지만, 두개의 기어샤프트가 돌아가면서 난다고 알려져 있는 이상한 윙윙소리는 차를 내리고 나서도 한동안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실내에는 가죽 대신 인조가죽과 우레탄 중심으로 꾸며져 있는데,  인조가죽의 질감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편이어서, 이왕이면 인조가죽으로 실내를 다 발라주고, 천장은 알칸타라로 덮어줬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4. 시트포지션을 조정해봐도 어느 이상 낮출 수가 없게 되어있다. 조작이 전동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인데, 메모리 기능도 없을거면서 뭐하러 전동시트를 달았는지 모르겠다. 대신 스웨이드와 가죽이 조합되어 등과 허벅지가 닿는 부분은 스웨이드가 잘 잡아주는 느낌. 핸들은 그다지 무겁진 않은 편인데, 타이어가 노면을 타는 것이 핸들에 그대로 전달된다. 문제는 휠이 20인치고, 앞 타이어도 그만큼 크고 넓다보니 훨씬 더 강한 피드백이 핸들로 전달되기 때문에 올림픽 대로 같이 노면이 매끈하지 않은 곳에서 차를 몰 때에는 정말 양 어깨에 힘을 주어 휠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5. 정지상태에서나 일반적인 200km이하에서의 풀가속 느낌은 911 터보와 흡사하다. 근래에 타본 ecu 튜닝된 911 pdk turbo 는 풀가속을 하면 거의 앞바퀴를 들고 달리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것보다는 좀 못한 대신 6단 듀얼클러치의 빠른 변속과 적은 터보랙으로 급박하면서도 꾸준한 가속력을 보여준다. 유사한 토크를 지닌 C63과 비교해보면, c63은 토크를 줘도 저속에서 출발할 때에는 제한된 트랙션 (차체의 무게도 앞쪽으로 쏠려있고, 뒷타이어의 두께도 255mm에 불과하다) 때문에 뒷바퀴는 땅을 파다가 바로 전자제어장치의 통제하에 모셔지게 된다. GT3는 뒷바퀴가 훨씬 넓고 무게도 뒤쪽으로 쏠려있으며, 차체가 가벼운 덕분에 GTR에 근접한 가속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은 있으나, 1단을 지나며 기어를 변속하다보면 순간적인 변속의 듀얼클러치와 큰 차이로 벌어지게 된다.


6. 고속화된 도로에서 다양한 조건으로 달려보게 되면 역시 랙이 적으면서도 빠른 반응을 보여주며 풍부한 토크를 제공하는 엔진과 빠른 변속을 제공하는 듀얼클러치, 그리고 든든한 강성을 지닌 차체의 조합이 결과적으로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 중속대에서 코너를 도는 중간에도 가속페달을 밟기만 하면 차체의 출렁임이 매우 억제된 상태에서 바로 저단변속 + 회전수 증가 + 스풀업이 되면서 가속이 시작되기 때문에, NA가 코너링시 컨트롤이 터보보다 유리하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할 필요가 생긴다.


7. 유명산 같은 와인딩길에서는 추운 날씨와 열악한 노면상황때문에 아직 본격적인 테스트는 힘들었지만 그런 조건에서도 기존의 웬만한 차들이 냈던 성적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는 성능을 보여준다. 가파른 경사 코너에서도 핸들만 돌리면 알아서 안쪽으로 차가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나며, 악셀을 밟을 수록, 차가 원심력에 의해 바깥으로 이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안쪽으로 들어오는 경향을 보여준다. 차량의 4개의 휠에 모두 차등화된 구동력을 제공해서 이런 움직임이 가능한 것이겠지만, 기존의 차를 타던 사람은 상당한 위화감을 받게 되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는 들이는 노력 (방향을 잘 보고 악셀 콘트롤)에 비해 훨씬 덜 무서움을 느끼면서 빠른 속도로 코너를 탈출할 수 있다. 만약 스포츠 드라이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gt-r을 선택하게 되면 좋지 않은 결과가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8. 예전에 350z 의 오디오와 인피니티ex35 에 매우 실망한 기억에 비추어 볼 때, 보스 사운드 시스템은 닛산 차 치고는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GT-R의 시끄러운 실내에서는 아무리 뱅앤 올릅슨이나 마크레빈슨을 갖다줘도 음악을 더 잘 듣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디체인저나 usb, 아이폰연결 잭, 하다못해 aux 단자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대신 mp3를 읽을 수 있는 시디 플레이어와 10기가짜리 하드디스크 뮤직박스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 자기 cd 를 넣으면 뮤직박스로 녹음을 해 주는 기능이 있다. bmw 의 그것과 비슷한 유용할 시스템일 것 같지만, 이 시스템은 오로지 오디오 cd 트랙만을 뮤직박스에 녹음할 수 있다. mp3 시디를 넣으면 시디를 플레이할 수는 있지만, 그 파일을 뮤직박스로 복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 게다가 mp3 시디 플레이어는 m4a 나 기타 오디오 포맷은 무시하고 오로지 mp3 만 인식하기 때문에 아이튠즈로 쟁여놨던 음악을 뮤직박스로 옮기려면 공시디를 구해서 오디오시디를 구운다음에 다시 녹음 (매우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을 하는 수 밖에 없다.


9. 그란투리스모의 개발진이 설계한 차량 정보 시스템은, 터빈 부스트압, 엔진의 유온, 수온, 미션 오일 온도, 인젝터의 분사량, 횡, 종의 관성값등 19가지의 매우 세분화된 파라메터를 운전자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어 있다. 허나, 막상 차를 세차게 몰고 있으면 정보시스템을 쳐다볼 겨를은 전혀 없기 때문에 순간적인 수치의 판독은 거의 불가능한 관계로 엔진과 미션이 예열이 잘 되었나 정도만 보는 수 밖에 없다. 한가지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은 시계나 외부 온도계, 주행가능거리 같은 정보는 그 모니터에서 다른 정보와 함께 볼 수가 없고 별도의 Status 화면으로 전환해서 봐야한다는 점이다. 사실 차량내에서 운전자를 위한 정보는 시계, 온도계, 주행가능거리, 현재 기어 단수 정도가 제일 기본인데 GT-R의 실내에서는 그 정보를 동시에 볼 방법이 없다. 뭐 불만을 써놓긴 했지만 그래도 보통의 차량 정보시스템과 GT-R의 시스템 둘중 하나만 달라면 뭐 달래? 하고 묻는다면 당연히 '감사합니다' 하면서 후자를 고를 것이긴 하다. 



10. 엄청난 차의 성능에 비해 사람이 할 일은 적기 때문에, 차를 몰고 간다기보다는 차에 실려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가지 차를 타보게 되면서 각각의 차가 지닌 고유의 매력을 발견하는 것은 드라이빙의 즐거움 중 하나다.


주관적인 기준으로 C63, R8, GT3, GTR의 각각의 차의 매력을 비교해보자면


8기통의 비트감과 할리 데이비슨을 타는 듯한 감성을 즐기면서도, 일상 생활에서 가장 부담없는(오토미션) 컴팩트한 차 = C63

소개팅을 해서 만난 여자친구를 한 3번째쯤 보게 될때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한 필살 아이템으로 준비할 차 = R8

며칠간 외국 출장을 다녀와서 운전을 못해서 오른발이 근질근질할 때 가장 생각나는 차 = GT3

누군가 목적지까지 빨리가기 레이싱 내기를 하게 되었을 때 택할 불패의 결전병기 =  GTR


정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