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바로 시승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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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작스럽게 잡힌 여행에 맞춰 특이한 차를 타보고자 현대 펠리세이드를 빌려보았습니다.

성인 남자 2명이서 타기엔 딱히 맞지 않았지만 궁금증이 많았기에 요모조모 살펴보았습니다.

 

[차량 설명]

현대 펠리세이드 / l4 2.2리터 디젤 R엔진 202ps 45kg.m / 브릿지스톤 245/60 18inch

400km 주행 (신차) / 출고 직후 부산으로 배달된 렌터카, 그리고 첫 사용 고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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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은 싼타페 골격으로 만들어졌다고 믿기기 힘들만큼 싼타페보다 압도감이 있습니다.

굵고 강렬한 디테일들이 상당히 신선했고, 주간주행등이 켜졌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디자인으로 보였습니다.

마치 현 E클래스와 같이, 주간 주행등이 차량의 옆 라인과 이어지는 최신 디자인 트렌드와 같습니다.

최신 디젤모델들처럼 머플러는 가짜입니다. 수도꼭지라 불리우는 숨겨진 머플러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Euro5 디젤 차량을 오랫동안 운행할 경우 DPF가 깨진 차량과 그렇지 않은 차량들이 머플러의 꺼먼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이런 흉한 모습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어를 여는 느낌은 무겁지만 견고하지 않은 좋지 않은 느낌이 있습니다. 도어 핸들의 촉감이나 조작감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온로드 SUV답게 밑 하단까지 플라스틱 커버로 보호하여 탑승객의 종아리에 흙탕물이 묻지 않게 한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싼타페 DM부터 내려온 방식입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턱이 있는 곳에서 문을 열면 하단이 부딪힐 수 있어 주의가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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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좌석은 넓으나 중간 콘솔이 거대하여 중형 SUV와 크게 다를바 없었습니다.

스티어링 휠은 그에 비해 많이 작고 엠블럼은 엄청나게 거대한 것이 특징입니다.

 

가죽 촉감은 빠싹 말려져 촉촉함이란 찾을 수 없는 나파 가죽으로, 워낙 상향 표준화된 신형 모델들의 스티어링 휠 가죽에 비해 오히려 떨어져보였습니다.

패들쉬프트는 스팅어 3.3과 같은 재질로 조작감 또한 훌륭했습니다. 후술하겠지만 변속 속도도 빠르고 정확했습니다.

 

대쉬보드는 알루미늄 모양의 플라스틱 트림이 넓게 둘러졌고, 경쟁모델의 포드 익스플로러보다는 훨씬 여유로워 보이게끔 디자인된 되었습니다.

결국은 대시보드 높이가 비슷하지만, 앞을 낮게 파놓아 체감상 훨씬 넓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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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스타일의 트림은 조금 저품질에 가까웠으며 패턴도 휘어진 것이 그저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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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버튼류들은 정리정돈이 정말 잘 되어 있고, 공조기는 특히 앞 좌석과 뒷자석 정보가 작은 디스플레이로 나와있어 매우 직관적이었습니다.

한동안 공조기 버튼만 있고 네비게이션 화면에 정보를 띄워주는 불필요한 하이테크를 벗어던진 것에 매우 만족했습니다.

이런 거지같은 하이테크를 선도했던 S클래스는 여전히 쓰고 있으니 속이 터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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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짤인데 용량 초과로 올라가지지 않네요. 조작감이 별로라는걸 표현하려 했습니다)
 

옵션사항인 드라이브 모드와 터레인 모드는 한꺼번에 있고 다이얼식이라 매우 편했습니다.
하지만, 조작감은 정밀하지 않아 작동시키고 나서도 어디에 두었는지 꼭 확인해야했습니다.

조작부 버튼류 전체 느낌은 오히려 아반떼나 모닝 수준만 못한 투박한 플라스틱이었고, 거대한 사이즈를 보니 흡사 상용차인 포터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실용성은 챙겼으나 고급스러움은 찾기 힘든 조작부였습니다.

 

시트의 착좌감은 충분히 편안하고 지지력도 확실하여 흠잡을 곳이 없었고, 시트 포지션도 생각보다 낮아 온로드 SUV에 충실했습니다.

통풍시트도 엄청나게 시원하고, 오히려 서늘하여 2단계로 작동시킬만큼 충분한 성능을 지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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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은 상석 그 자체로, 소음과 진동이 앞좌석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특히나 3열까지 충분하게 만들어 놓은 덕에 슬라이딩 조작폭이 넓어 매우 넓게도 쓸 수 있습니다.

리클라이닝도 많이 누울 수 있고, 통풍시트도 1열보단 모자라지만 적당한 수준이고, 머리 위의 에어컨 송퐁구도 2열 중간과 3열 중간에 있어 원하는대로 쓸 수 있었습니다.

운행하여도 바닥소음이 생각보다 적고, 자동차 내 잡소리도 없었고, 바람 소리도 뒷자석에서는 나지 않았기에 2열이 가장 큰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승차감이 상당히 차분하고 무게감있어 VIP를 모시기에도 충분해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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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열은 2열과 같은 높이로 약간 솟아 있고, 억지로 만든 느낌은 아니었을만큼 괜찮았습니다.

USB단자도 있고, 2열을 바로 접을 수 있게 위와 아래에 모두 버튼을 만들어 놨고, 미끄럼 방지 발판과 더불어 내릴 때 다리가 부딪히지 않게끔 공간을 파놓은 실내 디자인 또한 대단히 놀랐습니다.

물론 굳이 3열을 쓰지 않아도 2열의 사용면적이 매우 넓어졌다는 점으로 보아 뒷자리는 싼타페보다는 훨씬 만족감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렁크 옆에 붙어있는 조작부로 2열까지 한번에 접을 수 있고, 3열은 끈을 당겨서 눕히는 방식입니다.

트렁크 도입부는 턱이 없어서 짐을 넣고 빼기 아주 수월하며, 높이도 적절하여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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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페달이 부드러운 답력으로 눌리게 셋팅이 되어있고, 즉답식에 가깝지만 앞이 들릴만큼 급작스러운 가속을 보여주지는 않았습니다.

운전자는 답답함이 없게 가속이 되고, 승객은 놀라는 일이 없는 편안한 셋팅이었습니다.

브레이크도 부드러운 답력이며, 균일한 제동력이어서 멈추기 직전까지 부드럽게 정차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BMW처럼 끝에가서도 콱 잡아버려 탑승객이 한번씩 머리가 요동치는 일은 없었습니다.
물론 현대는 모든 모델이 부드러운 정차가 가능한 방식이죠.

 

8단 변속기는 예상보다 높은 RPM까지 쓰며 변속이 되는데,
이는 차량의 중량에 핸디캡을 벗기 위해 토크를 최대한 살리는 셋팅으로 보여집니다.

덕분에 무게감을 체감하기 힘들만큼 부드럽고 답답함 없는 가속이 가능했고,
시내주행에서도 어떠한 불편함이 동반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빠른 가속을 요구할때는 확실히 느리고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특히나 3RPM이나 4RPM이나 무의미한 가속력인 것을 보아 싱글터보 디젤의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변속충격은 약간씩 있으나 미미하고, 대신 3RPM이 넘어가는 부근에서는 약간 거슬릴만큼 충격이 있습니다.

그정도로 밟을 일은 없게끔 타는게 이 차의 본연의 목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속 승차감은 무게감이 있어 약간 짓누르며 타는 느낌이 있습니다.
어지간한 요철은 높은 속도로 넘어도 리바운스가 일어나지 않았고,
그대로 차체를 눌러버리며 진행되는 느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잔충격은 크게 유입되지 않아 오히려 편안한 주행이 되었습니다.

 

다만 고속주행은 주의가 필요한데,
직진만 지속되는 곳에서는 Y영역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을만큼 안정감이 나옵니다.

하지만 코너가 나오는 순간 출렁이는 모습이 있습니다. 특히 고속도로가 순간 내려앉거나 차가 붕 뜨는 느낌을 줄 때가 있는데, 이 때 특히 차량의 무게로 롤링이 많이 느껴집니다.

게다가 코너까지 함께 있다면 운전자가 순간 놀라서 감속을 하던가 조타를 하여 더 큰 위험이 있을 수 있어 보였습니다.

고속에서도 충분히 힘은 나왔고, Y영역까지 크게 부담되지 않을만큼 가속이 되는 부분은 놀라웠습니다.

다만 그 이상은 가속도 더디지만, 직선으로 보이던 도로마저 넓은 코너로 변하기에 심리적인 위화감으로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감속도 Y영역에서 확실하게 진행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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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차를 하거나, 미션을 조작할 일이 있을 때 조금 헛갈립니다.

손가락으로 누르는 방식이다보니 앞 뒤나 사이드미러만 보면서 주차할 때는 본인이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순간 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변속을 까먹고 가속하다가 다른 차를 들이받을뻔한 적이 있었을만큼, 몸이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가 않았습니다.

기어레버가 있으면 적어도 팔 전체가 밀었거나 당긴 기억이 있지만, 손가락 조작은 조작한 기억이 매우 빠르게 휘발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은색 버튼이다보니 N단을 제외하고는 본인이 어느 단에 두었는지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파란 LED가 들어오지만, 은색과 파란색은 보색관계가 아니기에 눈에 빠르게 대조가 되지 않습니다

이 외 단점으로는 파킹 브레이크가 중앙에 없고 스티어링휠 왼쪽 아래에 위치하고 조작방식도 가로로 뉘어진 토글 스위치라 조작이 매우 엉성하게 됩니다.

물론 체결한 것을 까먹고 가속하면 알아서 풀리는 방식을 취하고는 있습니다.

이는 EQ900에서 먼저 쓰이고 있지만, 펠리세이드는 쓰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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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어에 이어 가성비의 최고봉을 다시 만나게 된 펠리세이드입니다.

일부에서는 싼타페 늘리기로 만들어놓고 뭐가 그렇게 합리적인거냐라고 하시지만

애초에 자동차 시장이 섀시를 나눠쓰는 추세이며 그 장점을 가장 잘 나타낸 파생상품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 차량은 스팅어와 달리 다양한 경쟁자가 있고, 미국에서는 더욱 많은 라이벌들이 존재합니다.

애초에 미국 시장을 겨냥했지만, 뜻밖의 한국에서 초대박을 치고 있는 차량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한국 시장의 니즈를 예리하게 파고든 차량이기도 하고,
현대자동차가 얼마나 한국 시장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확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미국시장에서 성공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설전이 오가지만,
우리나라만큼 섬세하고 까다로운 소비자도 없다고 생각이 들기에

미국에서 첫 이미지를 잘 굳히면 후속모델도 꾸준히 나올 수 있는 좋은 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실내공간과 패키징에 초점을 두는 미국시장에는 정말로 적격의 차량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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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감탄을 자아내는 섬세함과 원가절감과 고급스러움을 모두 담기 위해 애쓴 흔적이 묻어는 차량을 보면서

지금의 현대가 어쩌면 전세계에서 가장 재미난 자동차를 많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활력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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