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일요일 밤, 하룻내 잠만 잔 일요일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드라이브 대신 썰이라도 풀어 봅니다.

제가 주로 타는 차량들 네 대에 대한 간략한 소감입니다. 편하게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겠습니다.

먼저 드라이버 성향부터..

- 20대 끝자락

- 시내 3050 준수. 50은 가끔 안 준수. 

- 옵션에 별로 민감하지 않음. 이라기보단 옵션 많은걸 타본 적이 없음. ㅠㅠ

- 고속도로에서 1차로 잘 안 달리는 편. 가끔씩 미쳐 날뛰지만(?) 카메라 경고음 울리면 다시 정신 차립니다. 플러그 뽑힌 에바마냥.

- 옛날 것에 조금의 환상이 있음.



 

1) 폭스바겐 뉴 CC 2013. 2.0 TDI&DSG. 1년정도, 약 13,000km 주행.

- 흔한 듯 안 흔한 듯 한 차종. 근데 저희 동네에서는 은근 많이 보이네요.

-  폭스바겐에 대한 제 느낌은 작고 단단한 차. CC는 거기에 살짝 더 멋을 부린듯한 느낌이에요. 

-  엔진에 비하면 오버스펙인듯한 변속기. 그런데, 또 전반적인 이미지에는 오히려 그 느낌이 잘 맞는 것 같기도..

-  S모드를 사용하면 변속기가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그에 비한 펀치력이 약하게 느껴져서 그냥 살살 타게 됩니다.

-  리모컨 키 인식 거리가 짧아서 조금 번거롭습니다.

-  시내 위주 연비 보통 13키로정도. 고속도로에서 작정하면 26키로도 찍어보았습니다. 법정최고속도-5km 크루즈걸고 2차선에서 세월아 네월아.. 

- 냉간시동 부릉갈갈갈갈갈갈갈갈갈... 스타터 모터가 여유로운 느낌입니다.

- 인테리어는 그냥 폭스바겐 느낌. 달려있을 곳에  달려있을거 달려있는... 신형 아테온 인테리어를 잠깐 봤는데, 큰 차이가 안 느껴지네요. 벤츠처럼 엄청난 세월의 격차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폭스바겐인가 싶기도.

-  너무 외제차 티 안 내면서(?) 단정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차. 창문 내리고 타도 별로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 선곡은 라디오에게 맡깁니다. 에프엠구십오점오메가헤르츠. 에프엠구십이점삼메가헤르츠.



 

2) 벤츠 CLK320 1998. 3.2L V6& 722.6 5AT. 약 2년정도 소유, 15,000km 주행. 휠,서스펜션,배기(엔드),바디킷 튜닝.

- 안 흔함. 운전한 이래로 같은 색 같은 모델 한 번도 못 봤습니다.

- 가죽이 뻣뻣해요. 낫빠의 그런 촉촉한 느낌은 없습니다. 대신 내구성은 좋을 듯 합니다.

- 이놈의 크레파스 냄새는 그냥 매력인걸로...

- 쿠페이긴 한데 스포티하진 않음. 어차피 20년 된 벤쓰 쿠페에 스포티함을 바라진 않습니다.

- 스티어링 필링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어렸을 적 학교 컴퓨터실에서 빼고 놀았던 마우스 볼 느낌(?)

- 시트 포지션 낮은 편. 젠쿱이랑 비슷하거나, 좀 더 높거나.

- 변속기는 킥다운을 잘 안 하는 스타일입니다. 토크 중시형 엔진이라 오히려 조합이 잘 맞다고 생각합니다.

- 연비 복합 8~9키로정도, 고속도로 정속시 한 13키로정도 나오는 듯 합니다. 고급유 씁니다.

- 버튼 감촉은 또각또각. 시프트 레버도 철컥철컥. 요즘 차랑 다릅니다. 

- 100키로 rpm 2300정도. 적당히 밟으면 부드럽-게 쭈욱 올라가서 Y초반까지. 이후 리미트.(일본판 210키로 리밋)

-냉간시동 키리링부오오오오오웅우우웅웅우웅... S(w221)용 칼슨 엔드를 끼웠더니 오히려 더 조용해진 느낌입니다.

- 사람들이 보긴 하는데 그게 어떤 눈길인지는 알 수가 없네요. 아니 알고 싶지 않습니다. ㅠㅠ

- 쌍용 부품들이랑 호환 거의 안 됨. 그런데, 가끔씩 아주 중요한 부분에서 호환이 되어 몇번 은혜를 받았습니다.

- Nina Simone의 Feeling good이나, Aloe Blacc의 I need a dollar를 들으며 사분사분 국도변을 달리는 재미.



 

3) 링컨 타운카 2008. 4.6 V8 & 40R75W 4AT. 약 6개월정도 소유, 3,000km 주행.

- 벤츠보다 덜 흔합니다. 가뭄에 콩 나듯이 가끔 보임. 웨딩카 말구요. 

- 옛날 고급차 느낌이네요. 포인트는 '옛날'. 벤치 시트, 스티어링 컬럼에 붙은 변속기, 초록색 버튼 불빛.

- 공차중량 2.3톤에 길이 5.5m정도. 실내 공간은 그저 그렇습니다. 차 크기에 비하면 좁은 정도. 대신 폭이 넓어요.

- 방음 최고. 램프 등을 올라갈 때 차체 잡소리 제로.

- 의자가 저어엉말 커요. 응접실 소파 느낌인데 문제는 이걸 차에 달아뒀다는 거. 횡G는 대퇴근으로 받아야 합니다.

- 핸들은 높낮이만 조절 가능합니다. 대신, 페달 전후 위치가 전동으로 조절됩니다. 

- 4단 로오옹기어비 미션은 킥다운을 기대하는 게 죄악이지요. 그나마 토크가 있어서 추월할 때에는 어렵지 않습니다.

- 100키로 rpm 1700정도. 130까지는 스무스하게 나가고, 그 이후는 모릅니다. 안 밟아봤어요. 밟고 싶지 않은 차.

- 연비 시내 4키로. 고속 12키로. 매뉴얼상 일반유 넣는 차입니다. 

- 냉간시동 키리리링슈오오오오옹.... 8기통인데 8기통 소리 없습니다. 뭐 납득은 갑니다만.

- 가지고 있는 차들 중 도로에서 양보를 가장 많이 받습니다. 으르신이 타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네요.

- 애송이가 탈만한 차는 아닙니다. 풀브레이크 기장의 아메리칸 수트랄까요. 흰머리 안 나면 별로 느낌 안 사는.

- 오디오도 끈저억합니다. Frank sinatra 들어야 할 느낌. 아이돌 노래 들으면 뭔가 죄책감이... 



 

4) 벤츠 SLK55AMG 2008. 5.4 V8 + 722.9 AMG SPEEDSHIFT 7AT. 1개월 미만 소유, 1,000km 주행.

- 이건 그나마 좀 도로에서 보입니다. 일반 버전 기준.

- 55면 63 아래 아냐? 하며 좌회전 격하게 하다가 겸손해졌습니다. 휠베이스가 짧아서 더 민감하네요. 이후 제어장치 안 끕니다.

- CC와는 다른 의미로, S모드 놓기 부담스럽습니다. 킥다운이 너무 민감해서 경박한 느낌? 필요 이상의 펀치력.

- 차라리 M 모드 놓고 여유롭게 변속해가며 타는게 좋아요. 변속 속도는 절망적. 발보다 손이 먼저 움직여야 그럴싸한 소리가 나옵니다.

- 냉간시동 키리링부루롸라라ㅏ라랑라라라라ㅏ랑걸걸걸걸걸걸걸걸. 이 맛이지!! Guilty pleasure. 

- 의외로 정속 주행하는 맛이 있습니다. 100키로 기준 1800rpm정도. 하드탑 닫으면 적당히 조용합니다.
- 실내가 좁아서 에어컨 켜면 빨리 시원해집니다. 

- 소리가 조금 아쉬우면 뚜껑 열고 타면 됩니다. 아쉬울 일은 별로 없습니다. 

- 이름이 왜 55 amg냐면 도심 연비가 5.5키로라 그렇습니다.(?) 고급유 씁니다. 고속도로 정속주행시 10키로를 넘긴 합니다만..

- CLK와 엔진쪽 부품 호환되는게 많아서 마음이 편합니다. 신에게는 14개의 여분 점화코일이 있사옵니다. (헛다리정비의 결과물)

- 뚜껑이 열린다는 부분에서 남들 시선은 이미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버스 옆에서 신호대기는 좀 부담스럽습니다.

- AC/DC의 Back in black을 들으며 4000rpm까지 쓰던가, Peter Kater의 Trilogy를 들으며 2000rpm 언더로 다니던가.


 

5) 결론

- 지하주차장에 쫙 늘어놓고 보고 있으면 복합적인 감정으로 웃음이 나옵니다.

- 요즘 국산 신차들 보면 좀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저도 소나타 N라인 사서 문짝 보호필름 붙여가면서 타고 싶네요...

- 그래도 감가되는 자산에 비교적 적은 투자로 잘 즐기고 있다는 생각으로 애써 죄책감을 잠재워 봅니다. 신차가 대비 1/10으로 구매했다 보면 정비비 감안해도 1/3은 넘기지 않을 것 같네요. 이렇게 쉽게 말할 문제는 아닙니다만.

두서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 궁금하신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아는 한 적어 보겠습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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