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재원입니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K9에 대한 소감을 적어봅니다.

개인적으로 메모해두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하였기에 경어체인 점을 양해 바랍니다.




Powertrain & Chassis


현대차의 최신 3.3T 엔진과 8단변속기 조합은 스팅어 후륜과 AWD, G70 후륜 등을 통해 몇 번 경험해봤었다. 

같은 심장을 2톤이 넘어가는 대형 세단에 적용함으로써, 가속도가 확연히 줄어든데다, 바디의 스쿼트 현상도 없고 노이즈도 차단되어있어 체감상 절반 이하의 가속감으로 다가온다. 

변속기는 승차감을 위한 셋업 때문인지, 스포츠모드에 두고 패들을 적극 활용해봐도 스팅어나 G70과 달리 변속 시 클러치가 짝짝 붙는 맛이 없다. 

스포츠모드에 두면 엔진사운드가 약간 살아나는 느낌인데, 딱히 자극적이진 않지만 차급을 감안하면 최소한의 수준을 살려둔 느낌이다.


차체의 밸런스가 좋은데다가 컨티넨탈 컨티프로컨택 19인치 타이어가 장착되어있어 대형세단 치고 한계점이 매우 높다. 

또한 기존 현대/기아차의 대형 세단들과 달리 스쿼트, 다이브나 큰 롤각이 생기지 않고 자세가 잘 잡힌다. 

차체 밸런스의 자신감에 따라 스포츠모드에서의 ESP의 한계점도 높아서 개입도 왠만해서는 안 한다.  

일반인 수준의 실력으로는 독일차와의 차이점을 찾기 어려웠다. 고속 안정성도 y00까지 충분해보였으며, 그 이상은 굳이 밟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고속에서 다리 이음매나 노면 파인 곳을 지날 때 만나는 고주파 진동에 대한 순간적인 로드 홀딩 능력은 독일차보다는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다. 

또한 x80 정도에서부터 윈드노이즈가 약간 느껴진 것은 차급을 생각하면 의외였다. 

그 밖에 고속에서의 제동력은 부족한 점을 못 느꼈다. 


서스펜션의 감각은 타본 차종 중에서는 G12 7시리즈보다 약간 덜 조여지거나 비슷한 느낌인데, 어느정도 적정선을 찾았다고 보여진다. 

K9에 대해 검색해보면 '어중간하다'라는 평가가 종종 보였는데, 국산차가 그러하면 '어중간'하고, 독일차가 그러하면 '적정선을 찾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현실이 이렇게 된 것은 현대/기아차 스스로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K9의 섀시 셋업에는 큰 불만이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밸런스가 좋은 차체를 가졌음에도 스티어링과 서스펜션의 셋팅 폭이 너무 좁다는 점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약간 더 자극적인 스티어링 감각과 댐핑 셋업을 가져가고, 에코 모드에서는 마음 놓고 댐퍼의 오리피스를 풀어버려도 충분히 차체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셋팅의 폭을 물리적인 한계 내에서 넓힐 수록 그만큼 다양한 고객층에게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러니 '어중간하다'라는 평을 들을 법도 하다)



ADAS


ADAS에 관한 얘기를 하기에 앞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클러스터 얘기부터 적어야겠다.

좌회전/우회전 깜박이를 켤 때마다 클러스터 내 서클이 후측방 카메라로 변화하는 이 기능이 타 차종에도 있는지 K9이 최초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유용하면서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아이템임은 분명하다. 

K9을 운전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요소 중에 하나이다. 

LFA에서 가져왔던 렉서스 IS 클러스터 이후로 클러스터 하나 때문에 차가 갖고싶어지는 기분이 든 것은 처음이다.


고속도로에서 LKAS와 ACC를 연동하는 반자율주행을 여러번 시도해봤는데, 지금까지 타 본 어떤 차보다 이질감 없이 차선을 잘 유지했다. 

물론 차체가 관성이 큰 탓도 있겠지만, '깔끔하게' 차선을 타던 현대/기아의 미들급 차종들은 물론, 심지어 독일에서 타 본 유럽차종들보다도 더욱 채터링이나 래깅 없이 부드럽고 정확한 운전 감각을 보여준다. 

다만,  일반 국도에서 코너 중간에  차선이 지워진 경우나 정지선으로 끊겨있는 경우에는 감지하지 못하고 넘어간 적이 몇 번 있다. 

HDA의 범위를 국도까지 넓혔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는 국도나 지방도의 map 데이터를 모두 구축하여 연동하지는 않는 듯 하다. 

물론,  감지 실패로 인하여 넘어갔다가 다시 인지하고 돌아오는 경우역시나 오버슈트 없는 깔끔함을 보여준다.


또한 1박 2일동안 트럭이 많은 공단 주변 도로에서 수없이 많이 다녔지만 한 번도 전방 레이더가 앞 차량을 놓친 적이 없다. 

올 여름에 렌트했던 볼보 V90이 아우토반에서 앞에 컷인 들어오던 트레일러를 놓쳐서 들이받을 뻔 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1박2일의 짧은 기간이어서 단정짓긴 어렵지만,  ACC에 대한 잃었던 신뢰감이 그나마 좀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다만, 기아가 광고하던 NSCC-C (곡선구간 자동 감속)은 map 기반이어서인지 몰라도 작동 시작 포인트가 다소 이해가 안되거나 또는 필요할 것 같은데도 안 줄일 때가 간혹 있다. 




총평 


- 현대-기아 대형 세단 라인업 중에서 가장 밸런스가 뛰어나고, 제네시스 라인업의 니치마켓을 교묘히 파고든 것이 느껴지는 차. 이는 나쁘게 말하면 '애매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양날의 검일 것이다.

- 셋팅의 변화와 엔진 배리에이션을 늘리고, BMW 7시리즈의 M 스포츠패키지나 G80의 스포츠디자인컬렉션과 같이 젊은 층을 공략하는 외관의 선택지도 추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음.

- 반자율주행 HDA는 아직 국도와 지방도를 완전히 커버하지는 못하지만 고속도로에서 만큼은 완성도가 충분해 보임.



마지막으로, 제 학생들이 찍은 동영상을 짧막하게 편집해서 올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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