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BMW E53 X5 3.0i 를 두대째 소유중이며, 벤츠 W220 S350 을 업무용 차량으로 갖고 있습니다.

BMW 를 워낙에 좋아라해서 E39 523i, E36 323i, E84 X1 등을 갖고 있었죠.

뭐, 저는 뼛속까지 흙수저라 오래전부터 신차로 갖고 있었던건 아니고, 감가는 바닥까지 떨어진 독일 썩차들을 최근의 6~7년여 사이에 보유했군요.

 

근데, 이번에 정말 얼떨결에 카이엔-S 1세대 모델 (코드명 955) 06년식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계 설계 프리랜서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엔지니어(...라고 쓰고 기술 천민이라고 읽습니다.) 입니다.

저와 친분이 있는 업체의 기계 설계를 진행해드렸는데,  요즘의 불경기탓에 개발 용역비 상당액수를 결재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미결재 금액이 남아있어서 미안해하던차에, 이 양반이 자신이 타고 다니던 차량을 정리하면서 이 녀석을 저에게 넘겨줬습니다.

평소에도 카이엔에 관심을 갖고 있던걸 알고 계셨기에, 거의 반강제로 떠 맡게 되었죠.... 현금이 더 좋은데. ㅎ

 

작년 가을에 떠맡아서, 처분할지 한동안 갈등 때리다가 당분간(?) 타고 다니기로 해서 5개월가량 운행한 경험을 아마추어적인 관점에서 남겨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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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이엔-S  955 의 성능

 

제 차량은 터보 모델이 아니라 평범한(?) S 모델 입니다.


스펙상의 퍼포먼스를 보면, 4.5 V8 엔진에 출력은 340hp , 최고 속도는 250km/h, 제로백은 6.4초 정도라고 하네요.

반면에 최상위 트림인 터보-S 모델은 4.5 V8 트윈터보 엔진에 출력은 521hp , 최고 속도는 276km/h , 제로백은 5.1초 라고 합니다.

제가 새벽에 일을 마치고 한적한 고속도로에서 대충 제로백을 잰적이 있는데요, 7초 언저리가 나왔습니다.

뭐, 진지하게 쟀던 것도 아니고, 엔진의 예열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악셀조작만으로 거둔 성적이니까, 제대로 하면

스펙상의 제로백은 나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 승차감


아시다시피 에어서스를 장착하고는 있는데, 댐핑폭이 흔히 예상하는 에어서스의 그것만큼 폭넓지는 않습니다.

노면의 요철을 필터링해주는 느낌은 사실 별로 없고, 제가 갖고 있는 BMW E53 X5 의 서스펜션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만큼 단단한 느낌입니다.

다만, 코너링에서의 롤링은 E53 보다도 상당히 억제되어 있는 관계로 고속이나 중저속의 코너 구간등에서의 안정감은 높다고 할수 있을거 같습니다.



3. 주행 질감 : 가속 및 속도감  


터보 모델은 아니지만, 배기량만큼의 값어치는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터보의 확~ 튀어나가는 느낌은 없지만, 고속도로상에서 급히 추월을 하는 경우처럼 가속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악셀의 깊이만큼 충실히 밀어주는  매우 두터운 토크감을 느낄수 있습니다.

내 등뒤에서 거대한 손바닥이 꾸준히 밀어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솔직히 답답함은 전혀 없습니다.

가속감은 터보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우직하고 호쾌하게 치고 나간다고 보시면 맞을듯 합니다.

그리고 일단 가속이 붙은 상태에서는 퓨얼컷 상태로도 상당한 공주 거리를 자랑합니다.

그래서인지, 고속도로의 장거리 순항시에는 꽤나 부드럽고 여유있게 크루징할수 있더군요.

그리고 터보의 포효하는 배기음은 아니지만, 시동시나 가속시 발생하는 중저음의 배기음도 상당히 듣기 좋은 수준인 것은 사실입니다.



4. 주행 질감 : 코너링 및 핸들링


제가 다른 차량의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구동 배분은 정말 오차없이 정확히 맞아들어갑니다.

급커브 구간에서 언더 스티어가 날거 같은 순간에 구동 배분이 이뤄지면서 코너의 구석으로 파고들어가는 느낌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BMW E53 X5 를 타면서 스파르탄한 주행감과 코너링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의 구동 배분과 억제된 롤링등은 E53 을 상홰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댐핑과 롤링이 억제된 서스펜션 셋팅의 맛을 느끼게되곤 합니다

뭐, 국산 SUV 와 비교하면 사기 캐릭터에 가깝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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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동력


이 부분은 제가 늘상 감탄하는 BMW 의 브레이킹 능력과 비교를 해야할거 같습니다.

E53 의 브레이킹시, 답력이 초반에 상당히 집중된 느낌을 받습니다.

흔히 말하는,,,,도끼로 땅을 찍듯이 멈춘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덕분에 고속도로에서 아찔하고 황당한 사고 위험을 넘긴적도 많습니다.

대체적으로 대부분의 BMW 의 브레이크 답력은 초반에 집중된 느낌이 강하더군요.

근데, 이 녀석의 브레이크 답력은, 초반~후반까지 상당히 리니어한 느낌입니다.

워낙에 출력이 높은 엔진 덕분에 직진 운동 에너지가 강한 탓도 있겠지만, E53 처럼 땅에 꽂히는 느낌은 아니더군요.

다만,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우직하고 단단하게 잡아주는 느낌입니다.

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분들은 저와 다른 인상을 받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거대하고 무거운 차체를 상당히 가뿐하게 붙잡아줍니다.  



6. 편의 사양  


정말 편의 사양은 볼게 없습니다.

라이트도 오토가 아니더만요. ;;

터널에 들어가고 나올때 손으로 끄고 켜야 합니다. ;;;;

957 에서는 개선이 되었던데, 운전석 시트의 날개 부분이 좁아서 급코너 공략시 몸이 쏠리는 것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합니다.

또한 E53 X5 와 다르게 뒷좌석의 리클라이닝 기능도 없습니다.

시트도 E53에 비하면 딱딱하다고 해야 하나,,,,안락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구요.

(뭐, 제 몸이 하자라서 저와 맞지 않아서 일수도....)


운전석 및 조수석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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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 모델에는 있는 주행 모드 셀렉트 레버가 많이 빠져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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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뒷좌석 공조기의 모습.

4존이 아닙니다.

그냥, 후석 열선, 에어콘디셔닝...끝.

개별 조정 기능등은 없다는.

E53 과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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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과 트렁크는 덩치에 비하면 넉넉한 편은 아닙니다.

뭐, 독일차들이 대부분 그렇죠.

이런 것도 독일애들 종특인가 싶은 느낌.....


재미있는 기능중에 하나가 코너링 라이트 입니다.

내가 핸들을 돌리는 방향으로 라이트가 들어오는건데, 마치 전조등이 핸들 방향에 맞춰서 따라 움직이는 느낌을 받습니다.

야간에 운전할때, 특히 비좁은 곳을 지날때 특히 유용하더군요.

가끔씩, 새벽에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올때 내차의 코너링 라이트 불빛을 맞은편 어딘가에서 나오는 차량의 불빛으로 착각해서 식겁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ㅎㅎ


그리고,,,,운전석 열선과 핸들의 열선이 연동되어 있습니다.

온도 조절과 On/off 가 함께 이뤄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저는 꽤 편리하게 느껴졌습니다.



7. 연비


연비라.....ㅋㅋㅋ

그냥 포기하세요.

고속 장거리 운행시, 악셀 페달을 밟고 조지면서 달리든, 악셀 페달을 애무를 하면서 달리든간에, 6키로를 못넘기더군요.

시내바리로 타고 다니는, 특히나 출퇴근 동선이라고 할수 있는 서부 간선이나 구로 디지털 단지 일대의 루트에서는.....ㅎㅎㅎㅎ

연비 생각하면 미춰~ 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신경 끄고 다닙니다.

뭐, 터보 모델은 연비 2키로 찍는다면서요?

그거에 비하면 감사해야죠.

트립상 연비는 시내바리는 4.5키로, 고속 도로와 국도의 혼합 구간에서는 5.8키로 언저리 입니다.

나름 와일드하게(지랄맞게?) 운전하는 스타일이라서 딱히 차를 모시고 조신하게 다니지는 않는 탓도 있겠죠.



8. 기타


아직 고장나거나 큰 정비가 들어가지는 않아서 내구성과 잔고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연식이 10년차를 넘기는 차량의 경우, 굳이 터보 모델을 선택할 필요가 있을까 의구심은 있습니다.

실용적인 영역에서는 S 모델만으로도 충분히 즐길만한데, 높은 정비비용과 관리의 까다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터보 모델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된 고성능 수입차를 유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합리성과 가성비를 논한다는거 자체가 아이러니하긴한데,

이 정도 연식의 차량이라면 감성적인 만족도를 위해서 정비 리스크를 감수해야할까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E53 X5 를 구입할때도 4.4i 아니라 3.0i 를 구입했고, W220 을 입양할때도 ABC 가 없는 에어서스 모델을 입양했더랬죠.

특히나 카이엔의 경우, 터보 모델에서 실린더 스크래치 이슈가 있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에,,,만약에 이 모델이 터보 모델이었다면 당장 처분했겠지만, 자연흡기의 S 모델이라서 유지하기로 결심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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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53 과 카이엔의 비교샷.

한시대를 풍미했던 독일산 SUV 들이죠.

차고는 E53 이 조금 더 높은거 같고, 길이는 카이엔이 좀더 길더군요.

그래서 카이엔이 좀더 스마트한 느낌입니다.





앞으로, 테일 램프만 LED로 바꾸고, 휠만 인치업한 상태에서 유지할 계획입니다.


이러쿵저러쿵 불만도 있는데, 어쨌거나 상당히 만족스러운 녀석임에 틀림없고, 이미 연식은 갈데까지 갔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처에 나가거나 하면 시선을 꽤나 붙잡아두기는 하더군요.

남의 시선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누군가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긴 합니다.



아, 그리고, 저희집 꼬맹이들은 카이엔을 보고 범고래를 닮았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냥 두꺼비라고 생각했는데, 애들이 볼때는 범고래처럼 보였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유심히 쳐다보면 범고래처럼 보이기는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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