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들과 강촌에 가서 바나나보트, 플라잉 피쉬를 재밌게 타고 왔습니다.. 산악 오토바이도 재밌더군요.. 밤에는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 늦은밤까지 술잔을 기울였구요.. 친구놈이 코를 심하게 골아 새벽에 차로 도망가서 자고 개운치 못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전화가 울려옵니다.. 일요일에도 어쩔 수 없이 출근하는 여친의 한숨섞인 목소리가 들려오더라구요.. "오늘, 우리 만난지 1800일째 되는 날이다.. 알지??" 사실 저는 친구들하고 노느라 깜박하고 있었죠.. 그래도.. "어.. 알지.."하고 대답해 버립니다.. 미안한 마음에.. "이따 퇴근할 때 태우러 갈께.."하고 전화를 끊고 친구들과 아침을 먹고 슬슬 집에 돌아올 채비를 했습니다.. 정체가 시작되기 전에 출발하여 강촌역에서 제2경인고속도로 끝까지 딱 2시간에 끊었습니다..

출고 후 가장 장거리 주행을 잘 달려준 놈한테 고마워하며.. 오랫만에 고성능 경유를 가득 먹여주고.. 집에 사두었던 커먼레일 연료 첨가제라는 놈까지 가득 부어줬습니다.. 배틀을 할꺼란 예감이 들었던 걸까요?? ^^

잠시 휴식을 취하고 여친의 퇴근 시간 1시간 전에 나섭니다.. 정체가 없는 상황이라면 그리 무리하지 않는 주행으로도 40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이지만.. 연비 주행으로 천천히 갈 요량으로 먼저 나온거지요.. 장가이버님 샾 근처의 서인천토반을 지나 북인천IC에서 신공항 고속도로로 진입합니다.. 그야말로 깃털 악셀링으로 울트라 연비 주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리를 건넌 후, 첫번째 카메라를 지나고.. 링컨 컨티넨탈이 휙~ 하고 지나가지만.. 저는 전혀 동요치 않고.. 깃털 악셀링으로 연비가 얼마나 좋게 나올 수 있을지 내심 기대하며.. 속도계는 110Km/h에 고정한채 주행하고 있었습니다..

두번째 카메라가 나오기 직전 3차선에서 주행 중인 제 차의 운전석 사이드 미러에 폭스바겐 마크와 함께 빨간 테두리 그릴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차량이 지나간 후 뒷쪽을 구석구석 살피며 테드스티커가 부착되어있는지 관찰합니다..

링컨 컨티넨탈, BMW Z3, BMW 523i등등이 지나갈 때는 깃털 악셀링으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지만.. 카메라 앞에서 감속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O/D OFF스위치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물론, 오디오도 꺼버리고.. 에어컨도 잠시 끄고.. 오로지 달리는데만 열중할 준비를 했습니다.. ㅋㅋㅋ

카메라를 지나서면서 3단 고정에 가속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럴 때는 수동이 참 아쉬운데.. 어쩔 수 없이 최대한 오토미션을 괴롭히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검정색 GTi(기억으로는 5도어여던 듯.. 가물가물..) 또한 먼저 가속을 하셨기 때문에 금새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바닥이 뚫려라 악셀을 지지고 있었구요.. 3단 4500rpm까지 꽉 차게 돌리고 O/D ON으로 해주는 순간 가속감이 떨어지더군요.. 차량의 한계..

그래도 계속 악셀을 지지니 번호판을 확인할 정도로 붙기는 했습니다.. 제 차의 속도계는 Y10을 약간 넘는 상황에서 계속 뒷꽁무늬의 GTi엠블럼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따라갑니다.. ㅋㅋ

GTi가 1차선 주행이고.. 저는 조금 거리가 벌어진 상황에서.. 2차선에 아까 지나간 링컨 컨티넨탈이 1차선으로 들어오려고 하더라구요.. 순간.. 컨티넨탈이 들어오면 더이상 GTi의 섹시한 엉덩이는 볼 수가 없다.. 라고 판단하고.. 좀 무리였지만... 상향등을 서너번 깜박여서 컨티넨탈의 진입을 저지하고.. 계속 GTi의 엉덩이를 보고 따라갔습니다..

엑셀을 놓게 되면 재가속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절대 엑셀을 놓을 수 없는 상황에.. 최대한 부드럽게 차선변경을 하면서 쫓아갔습니다.. 물론, 깜박이는 필수~!!

신공항 고속도로 끝 공항 진입로까지 달리다가 마지막 신호등에서 1차선에 앞, 뒤로 정차하고 있는데 창문을 내리시더니 엄지손가락을 올려주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엄지손가락 올려 드리고.. 원래 계획보다 10분이상 먼저 도착한 관계로.. 차를 세우고 잠시나마 얘기를 하고 싶어서 비상등을 키고.. 클락션을 짧게 울렸었는데.. 그냥 공항을 돌아 다시 고속도로로 가시더라구요..

암튼, 5분 조금 넘는 시간이였지만.. GTi의 단단한 달리기 실력에 반했구요.. 비슷하게 라인을 타고 쫓아갔지만.. 테일의 움직임이 순간 불안하더군요.. 약한 코너를 돌아가면서 브레이킹을 살짝 하는데.. 뒤가 돌아버릴 것만 같은.. 기분에 오싹하더군요.. 그나마 번호판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갈 수 있었던 것도 공항고속도로 끝나는 지점이라 감속했기때문인 것 같았구요..

GTi의 스펙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무모한 배틀(배틀이라고 하기도 우스운.. ^^)이였지만.. 칼같이 켜지는 깜박이를 보면서 잠시나마 멋진 GTi의 뒷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였습니다.. 혹시 오너분이 테드분이시면 더욱 반가웠다고 전해드리고 싶네요..

차번호는 17XX였습니다.. XX에 동일한 숫자가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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