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한번은 붙어야했다.
극히 최근 완성된 새로운 스펙의 두대의 GTi들은 완성 그자체가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국내 최강의 해치백을 긴급히 소집했다.
갑자기 내려간 기온이 한동안 잠자던 VR6의 숨통세포 하나하나를 자극한다.
MK4 최강 280마력과 함께 또다른 Super charged VR6와 고속화도로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국내 최강 GTi 스펙 비교
97 MK3 GTi VR6 Z-Engineering Super charger + DSR High Cam + GIAC software(270ps)
95 MK3 GTi VR6 VF-Engineering Super charger + GIAC software(250ps)
02 MK4 GTi 1.8 Turbo Ruddel sports K04 sports turbine upgrade max 1.6bar(280ps)
 
3대의 GTi가 고속화도로에서 차량의 흐름을 따른다.
앞서가는 두대의 과급된 MK4와 MK3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감돈다.
스티어링 휠을 감아진 손에 힘이 들어가자 가죽 스티어링 휠과 달아오른 손이 뽀드득 거리는 마찰음을 만들고, 자연스레 필승을 다지지만 전략은 없다.
그저 애누리없이 애마의 물리적 한계를 도로에 쏟아놓는 것 이외에는...
 
링위에 3대가 올라탔다.
바람이 몹시 분다.
 
타이어의 온도를 높이는 정도의 비교적 마일드한 가속으로 속도를 높였다.
아무런 약속을 하지도 않았지만 누구하나 먼저 과감한 가속을 하지 않고 대열을 유지한다.
 
전방이 완전히 뚫린 것을 보고 풀액셀을 때린 속도가 230km/h 항속 상황이었다.
오르막을 등판해야하는 상황은 엔진에 전부하가 걸리는 상황이었고, 양쪽 사이드 미러에 한대씩 포착된 후방 GTi들이 모두 240km/h를 오버한 상황을 가볍게 극복하며, 엄청난 맞바람을 뚫고 톨게이트를 동시에 통과한다.
 
약간의 쿨다운을 위해 멈춰서서 서로 미소로 인사를 나누는 오너들 뒤의 애마들간의 서로를 노려보는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서로를 가까이 두었다가는 대판 쌈이 벌어질 태세였다.
 
다시 애마에 올라탔다.
MK4가 풀액셀로 MK3를 따돌리고 먼저 사라졌다.
MK3들은 140km/h정도로 정속을 하며, 길앞이 열리길 기다렸다.
 
Super charged VR6들간의 숙명의 배틀...약속은 100km/h롤링 스타트...
나의 애마가 스펙상 20마력이 더 확보된 상황이긴 하지만 얼마전 단독 테스트를 통해 계기판을 꺽는 것을 직접 확인한 이상 결과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3단 100km/h는 4000rpm 부근에서 회전수가 고정된다.
 
두대의 MK3가 풀액셀을 때린다.
좌측 95 MK3의 볼텍 수퍼차져의 메탈릭한 회전음이 상승하는 소리를 불과 2m도 안되는 거리에서 듣는 것은 나와 애마에겐 채찍질을 가하는 것보다 더한 자극이었다. 아니 뒷골목을 연상시키는 공포였다.
 
120km/h에 도달할 때까지 똑같은 가속을 보이다가 130km/h가 될 때 VF VR6가 약간 앞서려는 찰라 나의 애마가 가장 자신있는 영역인 5500rpm에 들어서면서 한번 더 급격한 토크상승을 동반 거리를 벌리기 시작한다.
 
6800rpm 165km/h에서 퀵 시프트로 4단에 집어넣는 상황에서 약 2대를 벌리는데 성공 4단에서 차량 4대 정도의 거리를 확보한 후 사이드 미러에 잡힌 VF VR6의 크기로 거리를 가늠한다.
속도계는 240km/h를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처음에 벌렸던 거리를 더이상 벌리기는 힘들었다.
 
하이캠 교환후 평소 달라진 20마력의 출력이 회전한도 부근에 몰려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메이커에서 발표한 스펙을 실제로 증명할 수 있어서 기뻤다.
 
MK4는 이미 먼저 목적지 부근에 도착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3대의 GTi가 한줄로 섰다.
출발은 120km/h롤링 스타트
100km/h 롤링 스타트는 고회전 부스트를 사용하는 VR6에게 순정파워로 출발해야하는 핸디캡을 감안 부스트가 걸리는 4000rpm오버를 사용하기 위해 120km/h 롤링 스타트를 선택하게 된다.
 
MK4의 살벌하게 뜨는 1.6바의 부스트를 이미 여러차례 경험한 적이 있어 내심 부담스러웠다.
3대의 GTi가 풀액셀을 때리며 가속을 한다.
나의 애마에 장착된 4bar 연료 레귤레이터는 펌프에서 올라오는 연료압을 그대로 인젝터에 전한다.
 
부스트 게이지는 세팅치인 7psi를 5500rpm부터 변속시점인 6800rpm까지 변동없이 가르켰다.
우측 사이드 미러에 두대의 GTi가 포착되고, 계속해서 가속을 해나간다.
 
여전히 가속중이었던 애마의 속도를 줄이기 직전 속도계는 258km/h를 가르켰고, 두대의 GTi는 나의 벌겋게 달궈진 레무스 앤드 머플러를 통해 변속시 퍼런 빽 파이어를 보는 진풍경을 경험했다.
 
3번에 걸친 롤링 스타트에서 가장 앞서나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 한 후 180km/h 쿨다운 정속 주행에 들어갔다.
 
3대의 GTi의 벌겋게 달아오른 머플러는 금방 불이라도 토해낼 것 같았지만, 겨울의 강풍과 내려간 기온이 전력투구한 엔진을 금방 식혀주었다.
 
MK4의 선천적으로 늘어난 무게와 90kg에 육박하는 동승자는 공정한 테스트에 약간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 그리고 루프에 장착된 카본 스포일러가 최고속을 영역에서 후륜의 움직임을 조금 더 안정되게 했지만 250km/h 오버 최고속 영역을 VR6에게 넘겨주는 역할을 했다.
 
공기저항과 무게의 핸디캡을 안고 있는 MK4를 240km/h오버 영역에서 재낄 수 있었던 MK3 VR6의 터프함, 반면 3000rpm만 넘기면 언제든지 1.6바를 토해내는 엄청난 순간펀치를 가진 Ruddel GTi는 전방이 완전히 뚫린 상황이 아니라면 잡기 힘든 엄청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시내에 들어온 애마들은 당장이라도 발길질을 할 것 같았던 야생성은 멀리 사라지고 사이좋게 한줄로 도로의 흐름을 말없이 따랐다.
 
국내 최강 GTi들의 비공식 배틀은 이렇게 막을 내리고, 최강 해치백의 자존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3대 모두 탑기어인 5단 레드존을 점령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차례 확인한 이상 누가 누구를 추월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각자가 가진 성능의 최고치를 영역별 차이 형태로 검증하고, 최소 플러스 80마력 최대 플러스 130마력을 이미 순정 엔진에 아무런 인터널 튜닝없이 추가한 상황에서 Daily drive와 초고속을 내구성에 아무런 문제없이 버텨준 강인한 서로의 애마의 심장을 칭찬해줄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되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