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내곡간 고속화도로는 예전부터 골수분자들에게 테스트코스로 많이 이용되고

재미있는 차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도로여서 여러차종들과 함께 달린 기억이 많은

곳입니다. 물론.. 집앞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일주일 내내 열쇄만 만지작 거리며 주말을 기대하다... 비소식에

좌절하고 우울하게 온게임넷 스타리그 재방송만 보며 시간을 때웠더랬습니다.



일요일(월요일) 새벽 0시30분 차들이 거의 없는 시간.

셀프세차를 마치고 구룡초등학교 사거리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매봉터널에서 분당방면 신호가 떨어지고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귀가 번쩍 뜨이는 날카로운 고음과 함께 몇대안되는 차사이를 뚫고 뛰쳐나오는

물체가 보였습니다....

이런 젠장...  페라리닷!...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X색. F355!

이것저것 생각도 할것없이 클러치를 붙이고 우회전, 추격시작 합니다.

드래그 연습이라도 한건지... 노즈를 번쩍들며 뒤타이어를 깔아뭉개며 뛰어나간 탓인지

우회전 하니 벌써 저 멀리 지하차도까지 진입해 있는 페라리의 뒷모습.

저도 7500까지쓰며 풀가속.  

창문을 열어놓고 지하차도에서 풀악셀을 때리니 귀가 찢어질려고 합니다.

상대가 상대니 만큼 긴장한 탓인지 윈도 스위치 찾느라 버벅거리고...

4단을 넣고서야 겨우 창문닫고 의자도 3센티 당기고 제대로 전투모드에 들어갑니다.

아... 젠장. 벌써 페라리양은 저 멀리 500미터는 족히 됨직한 전방에 있습니다.

긴- 구룡 터널 구간 내내 풀악셀.

'제발 제발 좀 기다려 줘~'  

너무 멀어서 가까워 지고 있는건지 멀어지고 있는건지도 모를때 즈음...

페라리는 터널을 통과해서 좌회전 내리막을 진입하려는듯 브레이크 등이 들어옵니다.

'그렇지... 기회닷~'

터널을 통과해 내리막이 보이자 시야에 나타나는 페라리...

1차선 빠른 오토바이와 2차선 서행차량으로 막혀 있어서 감속하고 있는장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페라리가 어디로 차선변경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뒤에 서야 했습니다.

'젠장 좀 빨랐다' 풀브레이킹.

겨우겨우 감속하고 보니 뛰는 말 마크가 선명히 보일 정도로 본의 아니게 똥침.

50센티 정도 되었을까.... '거참... 무안하게 되었군...'

1차선의 오토바이가 빠르기에 그쪽으로 차선변경.  드디어 내 존재를 보여줌.

'100마력 차이 나지만 생긴건 비슷하잖아... 좀 달려줘~~'

긴장감 넘치는 몇초간... 아직 오토바이와 서행차 사이를 비집을 여유가 없을때..!!

"애애앵~~!!" 하는 갑작스런 변속과 함께 3차로로 치고 나가는 페라리!

'아~씨... 젠장' 이곳은 양재 쪽에서 올라오는 램프와 합쳐서 길이 3차로로 넓어진닷!

-.-;

정신을 차리고 오토바이와 서행차를 비집고 나가는 순간~!

아..... 나를 기다렸다는듯 반가운 브레이크등과 함께 서행하는 페라리...

"방-방-" 페라리를 옆에 놓고 달리겠다는의사표시를 한후 쉬프트 다운. 3단롤링입니다.

rpm은 6000을 넘어가며 달리고 있는데, 안따라 옵니다. -.-;

잠시 실망... 혼자 난리친걸까.... 하는데..

두번째 터널(난곡터널)을 반쯤 온지점, 뒤에서 낮익은 하이톤의 음색. 페라리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부러 터널속에서 배기음을 자랑하고팠는지... 왜애애앵 하는 5밸브의 하이캠 소리가

귀에 난폭하게 들려옵니다.

우어엇...!   제 딴에는 달려오는 속도에 맞추어 가속을 하려 했지만...

쉬프트 다운, 풀악셀을 전개하는 순간 페라리는 1차선으로 파바박- 스쳐 지나갑니다.

그순간 제 눈앞으로 쏟아지는 수십개의 자갈만한(?) 모래들.  유리 깨지는줄 알았슴다.

이번에는 100미터 정도 쳐진것 같았습니다. 아까보단 낫지만 여전히 힘든 거리.

엔진 터져라 7700까지 돌리고 4단 변속 했지만 도무지 가까와 지지 않습니다.

뭐 그렇다고 그보다 멀어지지도 않는것 같았습니다. 내심 조금 희망을 가지고...

'아까처럼 코너에서 브레이킹을 한다면... 승산은 있다!'

초고속 배틀이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초고속 배틀이 될것이 틀림없었다.

익숙한 길은 내게 유리할테고, 올 순정이지만 7800까지 쓸수있는 엔진,

초고속 배틀에 유리할 뻥뚫린 배기.  해볼만 하다.

으흠... 그러나 저쪽도 잘은 모르지만 고회전 엔진, 7500까지는 쓸테고,

다른건 보나마나 순정. 순정이라도 375마력짜리 엔진. 게다가 348tb가 nsx에

밀리는듯 하자 내놓은 355가 아닌가... 게다가 내 타이어는 k104보다 못하다는

lm702... 이럴줄 알았으면 좋은걸로 바꿔 놓는건데...

'아무래도 무모한 도전인가...?'

그 순간 반갑게 들어오는 브레이크등. 역시 터널끝 내리막 좌회전에 감속을 한다.

1차선 주행중이던 페라리는 3차선으로 빠지며 브레이킹..

'그렇다면 나는~!'

재빨리 2차선에서 3차선으로 변경. 자세를 잡은후 옅은 트레일링 브레이킹과 함께

1차선으로 파고듭니다.

예상대로 페라리는 브레이킹 량이 많았고, 최대한 반경을 늘이며 1차선에서 다시 3차선

으로 빠지며 통화한 저는 바로 10미터 앞에 페라리를 보게 됩니다.

순간 이번엔 내가 앞설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다시 풀악셀.

이미 심장은 레드죤에 닿은듯 벌컹벌컹. 손에난 땀은 메탈기어봉에서 미끄러질 정도.

9, 8, 7m 점점 가까와지는 페라리의 엉덩이....

1킬로만 더 가면 있는 카메라!  저쪽도 그 카메라를 알까..?

그전에 앞지를 수 있다!  4단에 7200rpm. 조금만더.....

2차선-1차선으로 변경하며 드디어 추월에 성공!  

500미터 앞에 과속 카메라. 5단이 들어가기전에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어서 다행었습니다.
(5단이 무쟈게 롱~ 합니다)

한숨돌리며 브레이킹과 함께 비상등.  휴~~


당연히 감속하고... 다음에 이어질 80킬로 롤링스타트를 기대해 봅니다.


하지만... 얄미운 페라리는 전혀 감속하지 않고 1차선으로 저를 추월한뒤 불과

100미터 앞에 있는 카메라를 피해 놀라운 UFO식수평이동을 하며 3차선으로 붙습니다.

그것을 본 저도 80킬로 유지에서 2단 쉬프트 다운. 곧바로 3차선으로 추격.

이번엔 50미터 정도 입니다. 완만한 우회전 지하차도.

익히 달려본 곳이라 이곳 노면 상태가 좋지 못한것을 알고 있는 저는 3차선을 피해

2차선을 선택.  상대는 3차선. 탈출시 노면이 가장 안좋은 라인이었습니다.

좋지않은 노면과 다시 오르막으로 바뀌는 지하차도 끝즈음에 저속차량으로

또 다시 브레이크 등을 밝히는 페라리.

그 틈을 타 5미터 까지 접근. 이 오르막이 승부 임을 직감합니다.

2차선으로 접근한 제앞으로 저속차량을 피해 차선을 변경한 페라리 쉬프트 다운소리와

함께 가속해 나갑니다. 뒤질 수 없는 나. 가속페달을 짖눌러 보지만 이미 풀악셀입니다.

꽤 험난한 노면의 오르막 페라리도 순정 서스임을 확인시켜주슨 부드럽게 노면을 박차고

올라갑니다. 놀랍게도 오르막 정상까지 1킬로미터 정도 동안 5미터 정도의 거리는

한치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아... 나와 비슷한 것인가?  이미 200을 넘어가는 초고속 영역에서의 배기빨인가..?'

자신감을 얻은 나.

또다시 정상의 완만한 좌코너에서 감속하는 페라리 불과 1미터 앞에 두게 됩니다.

페라리는 아무래도 안개낀 습한 노면에 주춤하는듯 합니다. 그사이 오른편에 공간을보고

차선변경.바깥으로 빠지며 풀악셀~.

드디어 제대로 앞서가기 시작합니다. 아... 감동. 페라리를...?!!

감동도 잠시. 바로 이어지는 우코너 내리막.

한번도 이런 스피드로 정상까지 올라가 보지 못했던나.

무섭게 달려드는 중앙분리대와 맏닥뜨립니다.

'죈장.... 뜨...아...'

악셀 오프와 함께 최대한 부드럽게 스티어링하며 횡G에 맏섭니다.

이번엔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브레이크에 발을 올렸다간 프론트 한계그립과

내리막 때문에 바로 스핀날것 같았습니다.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온 중앙분리대!

파워스티어링도 없는 nsx는 이런 고속 핸들링에 '힘'을 써야 됩니다.

힘껐 그대로 핸들을 조금 돌리자 놀랍게도 따라도는 그 느낌. 우웃.....

휴~~.... 한숨과 함께... 식은땀이 주루룩....

MR의 핸들링을 고속에서 제대로 맛본 기분입니다.



뒤쪽의 상대는 이미 오래전 악셀 오프한듯 한참 뒤에 있습니다.

이제 내리막 직진 3킬로... 승부는 이미 난듯. 페라리 180 정도로 정속 주행중인

저의 2미터쯤 앞지르더니 창문을 내립니다.

저도 창문을 내리고 나란히 얼굴을 보고 인사합니다.

뭐라고 해보려 했지만... 너무나 큰 바람소리와 엔진소리에.. 서로 웃으며 목례했습니다.

마침내 분당에 도착. 빨간불로 바뀐 신호를 보며 서서히 감속하며 나란히 섭니다.




###졸려서 이만... 나머지 내일 올리겠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가장 긴장감 있고 재미있었던 지난 일요일 사건입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흥분해서 위험했던 상황입니다. -.-
제 차량은 91년식 아큐라 NSX NA1 3000cc 5단수동 모델입니다.
상대는 99년식 페라리 F355 F1기어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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