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눈팅만 하던 중..
재미있는 배틀을 하게 되어 글 올려봅니다.

저는 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인데요.
한국에서 일할때 벌었던 돈으로 드디어 제 드림카 Golf GTI를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제 차 소개를 잠시 하자면.
년식은 2007년식, 밝은 은색, DSG, 17인치 휠입니다.
돈이 수중에 들어올 때 마다 튜닝을 한지라, 참 자랑스러운 차입죠 ^^
튜닝 내역은 이렇습니다.

ECU 리맵핑(정확히는 리밋 풀고, 대쉬보드 밑 무슨 잭에 꽂아서 컴퓨터로 연결해 모드 손보는 것 했습니다.)., AWE Turbo back full Exhaust System, 브릿지스톤 포텐자 Re070 타이어,
HKS 블로우 오프 밸브, 오픈필터 입니다.

그리고 가끔 고속도로 타거나, 좀 밟을 일(^^;) 있을땐 부스터 쓰고요..
그냥 옥탄 부스터가 아닙니다!
NX(Nitro Express)에서 나온 제품인데요,
폭발물인 Nitro-methane이 들어가는 연료 첨가제 입니다.
참 재미있는게 8천원으로 다이노에 올렸을때 마력이 24마력이나 올라가더군요.
부스터 넣고, 다이노 올리면 274 마력 나옵니다.
나름 제 기준에서는 괴물 GTI죠 ^^
외관만은 바꾸지 않는다는게 제 신념이기에,
겉에서 보기에는 순정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배기구 길이 정도랍니다..

배틀은 저번 금요일 오후에 있었습니다.
제가 오하이오에 있는데요,.
나이아가라 폭포와 상당히 가까이 위치합니다.
'클리블랜드'라는 암울한 동네.. 아시나요?.. ^^
친구들과 얘기하던 중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이아가라에 가기로 된겁니다..
어이없었죠. 한두시간짜리 드라이브도 아니고..
운전도 좋아하고, 친구녀석 차도 그럭저럭 좋은 차라..
가는 것으로 확답을 했습니다.

저는 제 차에 사람 잘 태우지 않습니다.
특히 막 속도 낼때는요..
혼자 죽어야죠.. ^^;
그래서 4도어 렉서스에 4명, 제 차에 저 혼자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친구 차는 LEXUS IS300..
얘가 부모님 손벌리는 것은 싫어하고, 차는 좋아하고 해서..
좋은 차 사보려고 3년 일했다나요.. 하하 대단한 애에요..


드디어.
오후 2시. 출발했습니다.
오하이오 주 고속도로에는 경찰이 많아서..
딱 70마일만 밟고 얌전히 다녔습니다.
차가 없는게 밟기 딱 좋은데, 속터지더군요.

오후 5시. 그렇게 3시간 경과.
뉴욕주에 들어섰습니다.
친구가 속도를 올리더군요.
전화해서 말했습니다.
'먼저 도착해 있어, 나 또 경찰한테 잡히면... 알잖아~'
알겠다고 하더니 슝-
저는 그 때 백미러의 점이 되었습니다.
사람 넷 태운 순정 차량에게.. 후후...

하하.
30분 경과.
도로에 차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무서워서. 그렇습니다. 또 과속하다 적발되면 저 법정에 서야합니다. ㅜ,ㅜ

그런데...
2차선 도로 2차선에서 상향등을 번쩍이는 차 한대.
검은색 스포츠카더군요..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 그런지, 포르쉐 얼굴만 보고는 누군지 모릅니다.
엉덩이에 있는 이름을 봐야죠.. ^^;

우렁찬 배기음.
그 때는 한쪽으로 비켜섰습니다.
왼쪽 차선으로요.

하지만 계속되는 똥침!!!!!
호오..
포르쉐.
달리기 위해 태어난 차.
나는 상대도 안될꺼야.
제발 도발하지 말고 가주련...?
하는 마음이었지만..

오른손은 이미 기어봉을 D에서 S로 바꾸고 있었습니다.
RPM은 4500까지 솟고 기어는 6단에서 4단으로 쉬프트 다운.
머릿속에서는 '부스터도 넣길 잘했군'.

빵- 하는 소리와 함께 악셀을 3/4 밟아보았습니다.
여지없이 다른차선으로 차선을 바꾸며 저를 휭 추월하더군요.
그래, 그게 네 목적이었구나- 가 확실해지는 순간,
풀 악셀.
속도계는 120마일을 넘어갑니다. 192KM/H
역시 700CC 배기량 차이일까,
포르쉐는 살살 멀어집니다.

앞쪽의 차량들 사이를 자로 잰듯 칼질하며 나가는 포르쉐.
GTI의 단단한 하체와 타이어만 믿으며 계속 미친듯이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왼쪽 오른쪽으로 깜박이를 바꿔가며, 4분쯤 갔을까,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제 운전 기술의 미숙도 있겠지만,
그 당시에는 포르쉐는 역시 힘들구나, 생각했습니다.

5분째.....(전 배틀할때 초시계로 재면서 하거든요.. 이상한 버릇이죠? ^^;)
앞이 뻥 뚫렸습니다.
팁트로닉 모드로 바꾸고, 다운쉬프트로 마지막 차를 젖히고,
기어 업, 풀악셀.  

터보백 머플러가 쿵 쿵 거리며 심장에 불을 지핍니다.
몇 초 되지 않아 속도계는 160마일, 256 킬로미터를 넘깁니다.
열린 지점에서 급가속해서 멀어졌던 포르쉐는 차 2대 거리 앞에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포르쉐 박스터는..
공장 출고시 160마일이 최고속입니다.
봉인이 있는지, 그게 전부인지는 모릅니다만..

160마일 조금 못미쳐 크루즈 컨트롤을 걸자, 포르쉐와 나란히 달리고 있습니다.
아, 감동, vw GTI로.. 포르쉐를..
포르쉐 운전자도, 저도 눈조차 감지 못할 고속에 서로에게는 신경조차 쓰지 못합니다.
이 무례한 젊은 처자에게 배틀의 결과는 알려줘야겠죠.

크루즈 오프.
다시 풀악셀.
펑 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거의 170마일(272KM/H)에 다다릅니다.
확 앞서나가자 포르쉐가 속도를 죽입니다.
경적, 상향등. 운전석쪽 창문이 열리며, 곱살한 손이 나와 엄지손가락을 치세웁니다.

저도 손 한번 흔들어 주며, 70마일까지 속도를 죽였습니다.
초시계 STOP 버튼을 더듬어 누르자 6분을 조금 넘긴 숫자가 액정에 남습니다.

제가 돈귀신인줄만 알았던 브릿지스톤 RE070 타이어가 좋아하게 된 계기가,
고속에서 브레이킹시 핸들이 털리지 않아서랍니다.
오른쪽 깜박이를 넣고 다음 출구로 나가자는 신호를 합니다.

씩 웃으며 나간 출구 근처의 커피숍에서 저희 둘은 무려 세시간 씩이나 수다를 떨었답니다.
이름은 뭐고, 어디 살고..서로 차 칭찬도 하고..
우연일까, 제 아파트에서 차로 10분정도 떨어진 곳에 살더라고요.



결국 저는 그 날도, 그 다음날도 나이아가라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제 옆에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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