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배틀글 읽다가, 나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나, 차가 똥차라서 뭐 배틀을 해볼리가 만무하다가... 엽기적인 배틀 글 하나 올려봅니다. (제차는 03년식 뉴ef 1.8 오토 무튜닝 순정 13만 - -;;; 기대하지 마시라...)

18일 금요일 경기도 이천에 출장갔다가 돌아오는길..
"아놔원 웨에 결혼식을 금요일에 하는거 도데체?" 친한 사람 결혼식이 압구정동에서 6시라서 많이 서둘러가야하는 상황. 5시 좀 전에 서이천TG에서 중부고속도로로 올리는데, 상행선 합류하는 길은 오른쪽 휘는 2차선 굴다리를 지나서 오르막 합류입니다.

굴다리 바로전, 표끊을때부터 뒤에서 뭔가 벼르던 렉서스가 좋은 소리를 내면서 저를 추월하려 합니다. 아마도 톨 들어오기 전 국도에서 제가 서둘러오면서 추월할 때에 감정이 상하셨던 듯;;; 약간 죄송해도 뭐 나는 나대로 서둘러 가야 되는 상황이라서 꾹꾹 좀 밟으면서 굴다리를 지나는데... (절대 추월 안당하고 싶어서 그런거 아니고, 단지 제가 바빠서 ^^;;; )

허걱, 완전 신경도 안썼던 오른쪽에 갑작 압박감! 유난히 넓은 굴다리 안쪽 갓길로 마이티 트럭이 저와 렉서스를 단번에 추월!! 굴다리를 나가면서 없어지는 갓길에서 내 차선으로 약간 무리스럽게 껴드는 그 트럭의 스티어링... 단번에 "고수다!"하고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 -;;; 뭔가 박스들을 짐칸에 실은 마이티 트럭! 무리스러운 검은 연기를 팍팍 내뿜으며 저와 렉서스보다 먼저 고속도로로 진입합니다. 뭔가 꽤나 나만큼이나 급한 일정이신게로군.. 생각하면서 저도 자근자근히 엑셀을 밟습니다.

뭐, 솔직히 이때까진, 절대 그 트럭 추월하고 싶거나 그런거 없고.. 그저 저도 갈길이 바빠서;;;

도로는 좋지 않았습니다. 차가 사부작사부작 막히기 시작하는 느낌, 전체적으로 딱 110키로 속도 진행. 1차선에도 차가 많고 차 사이로 운행 하기엔 욕좀 먹게되는 정도의 통행량.

저의 배틀상대인 그 트럭! (헉.. 렉서스와의 얘기가 아니고 트럭과의 배틀임이 여기서 드러나는!) 역시나 조금이라도 덜 무리스러운 틈이 보이면 차선을 솨솨삭 바꿔가며 앞서가기 시작했고... 저는 그 뒤를 고스란히 따라가며 계속 미안하다고 깜빡이 켜고, 트럭한테 쏘는 뒷차들의 하이빔 세례를 내가 껴들면서 대신 맞아주고 하며 계속 갔습니다.

어느순간부터는 왠지 그 트럭... 나를 의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너무 무리스러운 껴들기까지는 안하던 그 트럭. 2차선으로 가다가 아니나 다를까, 운전석의 실루엣이 백미러를 약간 힐끗 보는듯 하더니 완전무리 1차선 껴들기로 내 추격을 저지하고 앞서갑니다. 그뒤로 이어지는 1차선 차량들은 거기에 열받은듯 저에게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아 4리드 정도 뒤쳐졌습니다. 아마도 아까의 그 렉서스인듯한 ES도 1차선으로 저를 지나갑니다.

렉서스 뒤로 껴들어 열심히 따라갑니다. 길은 내리막길. 전반적인 도로는 조금씩 풀리고 있지만 얼마안가 카메라가 있는 곳입니다. 멀리까지 보이는 길을 보니 멀리 앞쪽에는 차가 막혀가는 성향이 감지됩니다. 렉서스는 그 트럭에 많이 열받으셨는지, 갓길로 관광버스를 추월, 트럭의 뒤꽁무리에 붙어 똥침을 시도하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저는 잠시 뒤쪽에 배틀을 잊고 차선만 따라가야했습니다.

길은 다시 오르막. 차선이 잠시 하나 더 생기는 곳. 마이티는 여지없이 새 차선으로 튀어나와 과감한 오르막 공략을 시도합니다. 약 140정도에서 바바박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분명 평소 생업에서 약간 무거운 짐을 실어버릇하는 트럭인데 오늘 짐이 아주 가볍구나."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간혹 저런 차들이 초견적 속도 주행할때 정말 소름 돋는다다니까.. - -)
저는 오토기어를 두둑~ 내리고 가속을 시도하지만, 뜻대로 잘 쉬프트다운이 안되어주고 한번의 킥다운으로 겨우 따라잡아 트럭과 렉서스의 바로 뒤자리를 잡습니다. 휴우....
잠시 스쳐가는... 오토 차량을 처음몰던 때에 의도하지 않는 상황에 차가 맘대로 하는 킥다운에 질색하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차선 하나가 다시 없어지는 시점에 미리 2차선으로 들어와있던 저는 우연히 도로상황이 잘 맞아줘 렉서스를 살짝 앞섭니다. 하지만 이 트럭은 결코 만만치가 않습니다. 트럭은 내 앞으로 껴들고, 저는 렉서스의 2차선 진입을 방해하여 갓길로 밀어내는 형국이 됩니다. 하지만 그 렉서스 운전자분 저를 이해해주는 분위기 ^^;;; 같은 적을 둔 동지가 되어갑니다. 저는 재빨리 1차선 쪽의 틈을 봐서 끼어들어 렉서스에게 낄자리를 줍니다.

마침 1차선이 더 빨리 가게 되어 저는 드디어 처음으로 트럭을 앞서봅니다. 트럭 드라이버분, 저를 힐끔 보더니 열심히 무시하면서 운전에 몰두합니다. 앞서나가는 김에, 길에 차량이 무척 많고 트럭들도 많으니... 트럭의 앞모습을 외워두기 위해 힐끔 번호판쪽을 보는데... 번호판 옆(운전석쪽)으로 살짝 보이는 이동식 카메라 감지센서. ( ㅡo-);;;;
'웬 트럭에 이동식 카메라 센서가... 역시 뭔가, 보통놈은 아냐.. 크으..'

차선이 갑자기 느려지기 시작합니다. 교량처럼 떠있는 도로 구간이라 갓길도 얄팍한데, 차선은 아주 느려져 급기야 30키로 미만이 됩니다. 2차선에 있던 그 트럭, 갓길로 어떻게든 가보려는 듯 차선을 걸치다가 갑자기 포기하고 1차선 쪽으로 붙는 듯하더니 바로 이어 갓길을 밀치며 렉카차 두대가 지나갑니다. "아.. 전방에 어딘가 사고가난 것이 분명하구나.."

찻길은 급기야 벌벌 기어가는 상태가 됩니다. 중부터널을 지나면서도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뭐, 터널내의 육중한 배기음 이런거 절대 없습니다 - -;;; 제 머리속에서는 배틀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천천히 1차선이 더 밀리기 시작하면서 트럭은 저멀리 앞서간지 오래입니다.

암 생각없이 약 20분간 정체상황을 지나고 나니, 사고현장이 보입니다. 3중추돌사고더군요. 승합차 승용차 섞인 4대의 차량이 찌그러지고 다닥이 붙어서 사람도 많이 내려있고, 갓길은 렉카차로 막혀 도로는 개판입니다. 사고지점을 지나고나니 천천히 가속이 가능합니다.
결혼식에 시간맞춰 가기는 이미 글렀습니다. ㅜ.ㅜ 그래도 나름대로 빨리 가보려고 저는 악셀 막막 밟기 시작합니다 16...~70 가속. 약간 심한 칼질을 시작하면서 가는데, 멀리 제1제2 중부고속 합류점 쯤에서 갓길로 뭔가 추월을 하는 익숙한 칼질곡선이 눈에 띕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 마이티 트럭! "딱 걸렸어. 길도 넓어졌겠다!"

이미 저는 풀악셀. 제차의 최고 속력까지 가봅니다. 도로에 차는 많지만 합류되어 넓어진 길에서 나름대로 틈이 많아 저는 쉽게 트럭과 거리를 좁혀갈 수가 있었습니다. 그 트럭, 저를 알아보더니 갑자기 검은 연기를 바박뿜으며 급가속... 역시 희한할정도로 심상치 않은 가속력 - - 비결이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저도 만만친 않은지라, 제가 살짝 추월하는 듯 하다가...

동서울 톨게이트가 나와서 급감속해야했지요. - -;;;; 아이쒸..
톨게이트 줄을 잘 골라 선다고 섰는데... 워놔원, 내 앞앞차가 뭘 물어보고 어쩌고 하느라고 시간끌기압박. 트럭이 섰던 줄이 훨씬 앞서 나갑니다. 약올리듯 꼬리 살짝 흔들며 멀리 앞서 가는 트럭... - -;; 열라게 또 쫓아가서 따라잡는다 싶었는데 갑자기 3개차선을 지르더니 하남IC에서 오른쪽으로 나가버리더군요.

"아씨.. 짜식, 제껴지기 싫으니까 꺾어서 나가버리는구만. 원래 나갈길도 아니었슴서. 츳."
하면서 열라게 자위해봅니다. - -;;;;;

결혼식에는.. 그 난리친 덕분인지, 그렇게 많이 늦지는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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