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새벽시간을 이용하는 편 입니다. 12시 이후죠.
제가 학교앞에 있기 때문에 신림동-제2경인고속도로-외곽순환도로-자유로-강변북로-한강대교  를 자주 달립니다. 노면이 좋을때 이 시간에 이 도로를 달리는것은 스트레스 해소에 정말 좋답니다.
 
혼자 건조하게 달리는것보다는 누군가 상대를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보통 정속주행을 합니다. 그러다가도 상대를 못 만나면 그냥 혼자 달리죠 ^^.
 
벌써 한달쯤 된 일 입니다. 그날도 혼자서 위의 코스로 달리다가 상대를 만나지 못한 관계로 심심해하며 외관순환도로를 내려와 자유로 통일동산 방면으로 합류했더랍니다. 룸미러에 무언가 푸른 불빛이 비치기를 잔뜩 기대하면서...그러나 없더군요. 퍼런 불빛은.^^
 
룸미러에 비치는 빠른속도의 불빛은 파란색이 아니라 평범한 할로겐 불빛이었습니다. 다만, 다가오는 그 속도가 나를 긴장하게 하는점이 색다를 뿐.
"뭔가~~~" 하며 전방주시보다는 룸미러 관찰에 힘쓰고 있는 순간, 눈깜짝 할 사이에 그 불빛은 제차 바로뒤에 와서 붙더군요. 다행인지....때마침 첫번째 카메라가 서있는 위치이어서 그차와 저는 함께 감속을 했습니다. 약 80 정도로.
 
저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좀 볼 요량으로 속도를 더 늦추었죠.
정열의 붉은색...."911 이구나!"
한때 993 터보에 미쳐서 구입하려고 여기저기 알아보던 경험이 있어서 911 터보에 대해서는 일종의 경외심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차가 내심 터보였음 하는 바람까지 들더군요. "구경해야 하니까"
사실 저희 동호회에 996 터보가 한대 있는데, 그차를 묘사하자면 "빠르다" 뿐 입니다. 더이상의 미사어구가 불필요한 그런 차.
 
다행인지 불운인지 그차는 까레라 4s 이더군요. 빨간 궁뎅이에 자랑스럽게 ..^^
그차가 가속합니다.
그차의 제원을 어느정도 알고 있기에 겁대가리없이 투스카니 터보로 따라가고자 합니다. 어허~~~이게 웬일. 제가 추월을 하네요. x80 ~x90 까지는 제가 투스카니의 빵빵한 엉덩이를 911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줍니다. 아주 가깝게..^^(엉덩이에 주사맞는 기분으로) "나? 인천 넘버야~~" 라구요.
 
y10 을 넘어서서 그차가 저에게 특유의 배기향을 맡게 해주네요. 그야말로 香 입니다.  
원래 첫번째 유턴하는 곳에서 돌아와야 했는데 그저 쫓아갑니다. 자유로 편도 2차선 구간으로 들어서면 와인딩이라고 할것도 없는 약간의 구불구불한 도로가 나오죠. 예전같으면 죽어라 따라가겠지만 투스카니의 서스펜션이나 횡가속도는 저로하여금 신뢰를 주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레 엑셀러레이터에서 힘을 배게 하더군요. "그마해라~~마이 달렸다 아이가" 라고 외치는듯이. ^^
 
멀어져가는 붉은색 까레라를 보며 간만에 흐뭇한 달리기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일차가 가져다주는 노면과의 밀착성과 신뢰감은 여전히 그리운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