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
나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한, 정체성회복을 위해 머리와 가슴이 무거웠습니다.
 
밤 열시..수업이 끝나고,
그림좀 그리며 혼자 이것저것 생각들을 정리하며 앉아있다가
용광형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형님이죠.
넉넉한 배려심과, 소탈한 마음... 기발한 유머감각으로,
코멘트를 들여다 볼때마다, 배꼽을 잡게 만들거나 쓰윽 미소짓게 해주시는 형님...
형님의 컬컬한 허스키 보이스를 듣기만해도 벌써 기분이 좋아집니다.
평생동안 그렇게 좋은 분을 만난건.. 행운이라고 믿습니다.
답답했던 마음이 형님과 통화몇분 하고나니, 그렇게 편해질 수가 없더군요.
 
 
 
 
 
 
밤 열두시가 다 된시간...
 
학원 건물뒤의 주차장에 돌아가, 애마에 오르는 시간이 늘..가장 좋습니다.
때로는 삶의 고단함을 날려주기도 하고..
이그니션을 돌리는 순간, 마치 내심장이 힘차게 박동하는 생동감을 느끼게도 해줍니다.
적당히 차가와진 저녁공기에 그녀의 심장은 내게..한결 싱그러운 폭발음을 선사하지요.
 
좁은 도로를 나와 큰길에 들어설땐 언제나,
'Are you ready?'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죠.
 
집까지의 거리는 3,4키로 남짓.. 테란로에서 압구정까지의 가까운 거리지만,
도로에서 만나는 수많은 차들은.. 나의 경쟁자이며 동료.. 스쳐가는 대단한 인연이기도 합니다.
큰길가의 후배에게 넘긴 예전 내 학원(제겐 비운의 일터였죠)앞길을 건너, 어슬렁거리며
한적한 이면도로를 지나, 언주로에 다다릅니다.
지난 7년간 다니는 길이라 누구보다 익숙하지만...
진회색 도심을 이루는 테란로의 삭막한 밤풍경은, 아직도 내게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주변의 밤풍경을 무감각한 눈빛으로 두리번 거리며 서서히 르네상스 사거리를 가로질러
가속하기 시작합니다.  늘처럼..천천이 움직이지만.. 사무라이(?)는 언제나 사무라이...
택시든 스포츠카든...잠시라도 추월하게 두지 않는 도심 정글의 야성이 늘 내게 살아있슴을 느끼죠.
 
중후하고 강한 저음으로 다가오는 고성능감의 사운드가 이엡의 왼쪽 살갗에 약한 경련을 일으킵니다.
낮게 깔린 노즈에 납작 드러누운 범상치 않은 헤드라이트...
검정색 소프트탑이 약간은 후질근하게, 꼬깃한 실루엣을 만들어주는 컨버터블...
미끈하게 좌측을 빠져나가는 폴쉐의 뒤로, 본능처럼 빨려드는 나의 이엡...
그 느낌은 미묘한 사랑의 감정같아서, '널 보고싶어..' 이기도 하고..
때론...'니가 그렇게 잘나가?' 이기도 하지요.^^
 
휘어져 올라가는 언덕길을 평범한 속도로 따라붙는데,
빽미러에 흰물체 하나가 무서운 속도로 따라 붙습니다.
으흠~ 뭐지...
급한 속도로 달려오는 흰색 매그너스 택시...
 
꽤 가속하고 있는데, 굳이 추월하려는 택시의 몸놀림에 괜한 심술이 납니다.
전방 좌우를 살피니 여유가 없군요. 할 수없이 폴쉐에 더욱 달라 붙었습니다.
내가 달라붙는걸 느꼈는지 안느꼈는지, 폴쉐는 우측으로 빠져 경복아파트앞 사거리에서
맨앞으로 나가 바깥차선에 섭니다.
매그너스 택시는 멀쭘해서 저 왼쪽 뒤에 서고...
난 폴쉐의 뒤에 여유를 두고 정차했죠.
 
"우옹, 우옹~" 폴쉐가 후까시를 시작합니다.
빨갛던 신호에 노란불이 들어오자, 흰색 올휠의 폴쉐에서 거친 숨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 폴쉐의 가속력은...? '
 
신호는 녹색으로 바뀌고 거칠게 스타트 합니다.
이엡은 부드럽게 출발했지만, 이내 알피엠을 끝까지 올려 붙힙니다.
 
3 년전.. 동호대교 직전에서 뷰렁스페샬로 붙었던 폴쉐터보와의 드래그 배틀이 생각나더군요.
상대가 안된다고 생각해서일지도 모르지만, 30~40 미터를 앞서며 방심하던 터보의 뒤꽁무니를
대교남단 진입 고속코너에서 따라잡고, 숨쉴겨를도 없이 스킬음을 날리며 북단까지 리드해 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꼬리를 잡히기 직전 북단끝에 이르러 차를 돌리기 위해, 우측으로 올라섰었죠.
 
배틀에 기사도는 없습니다.
적어도 그순간엔...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하는게 중요하죠. 후후...
 
 
 
컨버터블의 엉덩이는 순식간에 멀어져 가고...
언덕위에 도달할 무렵 리어의 스포일러가 살짝 올라갔다 내려가는게 보입니다.
우측으로 휘어지는 넓은 코너... 언덕받이에서 속도를 줄이는 폴쉐를 추월하는 순간,
앞길을 막는 포터한대가 나머지 일차선도 주질않고 좌측깜빡이를 켜곤 차선을 옮깁니다.
 
폴쉐는 다음 신호를 보고 멈칫하는 순간, 폴쉐의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쑤욱하고 추월해 나갔습니다. 속도는 130~40 정도...
다시 일차선으로 난 붙었고, 폴쉐는 2차선의 내 뒤에 섰죠.
 
다시 신호가 열리고 앞에 가로막힌 렉스턴 우측으로 빠져 풀가속...
두산빌딩앞은 좌측으로 휘어내려가는 고속 블라인드 코너..
내리막을 풀 스로틀해서 달려가, 의도적인 강한 힐앤토로 타이트하게 정차했습니다.
도산 사거리에서 둘은 다시 2차선과 4차선의 맨앞에 정열하게 되었죠.
  
신호가 떨어졌지만 일부러, 가로지르는 차들의 행렬이 폴쉐앞을 다 빠져나갈때까지 기다렸죠.
조금의 휠스핀도 없이 출발... 고르지못한 도로를 튕기듯 치고나가 코코스앞 신호까지
풀스로틀을 엽니다.
몇대의 차 사이를 치고나가는 동안 룸미러엔 폴쉐의 HID가 언듯언듯 날 찾고있다는 느낌으로
비춰집니다.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죠. 혼자 갈길을 가고 있었는지도...^^
 
잠시 따라붙던 폴쉐는 붉은 신호를 보고 속도를 줄여버렸고...
이엡은 코코스앞 건널목까지 풀액셀하여, 기분좋고 쫄깃한 힐앤토 사운드...
우측에 쭐루리 서있는 차량들의 경례를 받으며 싱그러운 스킬음과 함께  좌회전...
 
 
'그래.. 그저 이정도의 차이라면, 정준이 말처럼 폴쉐 살돈으로 이엡을 색깔별로 사는거야...'
 
 
 
 
스킬이 정점에 도달하는 날...
독특한 이엡 터보를 꿈꾸어 보는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고 말야...
 
 
 
 
 
또다시 날이 밝으면,
삶의 짙은 무게가 내 어깨를 누르겠지만..
 
 
난...이렇게...
살아 있어... 
 
 
 
 
깜장독수리..

Gilbert O Sullivan,  Alone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