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고속도로 올라갈 때마다 같이 달려줄 친구를 찾다가 드디어 오늘 한 대 만났습니다. 제가 20킬로 정도의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중이라 같이 달린 시간은 비록 10여분 밖에 안되었지만...

친구를 만나기 위해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고 정속으로 평화롭게 달리고 있는데 멀리서 약간 푸르스럼한, 아마도 순정인 에이치아이디 불빛이 뒤에서부터 점점 가까워 지는게 느껴지더니 금새 헤드라이트 불빛이 백밀러로 보이지 않을만큼 가까운 거리로 달라붙어서 X침을 놓으며 배틀을 하자고 도발하더군요. 대략 1-2미터 뒤에 붙어서 제 차 배기가스 냄새라도 맡아볼 기세로... 그러나 갑자기 X침을 당한 관계로 그 차가 뭔지도 모르겠고 그냥 렉서스 엠블럼을 얼핏 본듯도 하고 그랬습니다.

옆 차선에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자 마자 앞차를 추월하면서 일부러 속도는 크게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 차가 제 앞으로 추월할 시간을 주어서 그 차가 뭔지 보려고... 역시 제 차가 가속하는 것을 보자마자 같이 가속하면서 제가 약간 주춤하는 사이 제 앞으로 치고 나가더군요. 그렇게 추월하는 차량을 보니 구형 렉서스 LS430...

머릿속으로는 LS430도 대충 300마력쯤 되니 같이 달리기에 심심하지는 않겠구나... 했습니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려는 찰나 그 차도 렉서스답게 조용하지만 빠르게 가속하면서 잠시나마 시원하게 열린 고속도로를 질주합니다. 저도 뒤지지 않을새라 악셀을 지긋이 밟고 약 40-50미터 거리를 유지하여 뒤쫒았습니다.

뒤따라 달리면서 보니 운전자의 성향도 그러한듯하고, 차가 크다 보니 다행히 심한 칼치기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차량이 많은 곳에서는 잠시 쉬어가면서 옆 차선에 여유가 충분할 때만 추월하는 모습이 저와 비슷하여 같이 달리는데 더 재미가 있더군요. 제가 스스로 제 운전실력을 믿지 못하여, 고속도로 통행량이 많아 달리기 좋은 조건이 아닌데도 좁은 차들 사이로 심하게 칼치기 하는 차량들은 같이 달리지 않고 그냥 보내주는 편입니다.  

그렇게 잠시 교통흐름에 맞춰 두 대가 정속운행을 하다가 다시 앞이 열리니 렉서스가 기다렸다는듯 튀어 나가는 것이 보이더군요. 이번에도 악셀을 지긋히 밟으며 40-50미터 여유를 두고 따라가다가 앞이 꽤 넓게 열려있는 것을 확인 후 바로 악셀을 끝까지 밟아 풀가속, 40-50미터 앞에서 고속으로 달리던 렉서스가 순식간에 눈 앞으로 다가오고 그대로 렉서스 옆을 지나 코너링,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가니 렉서스는 코너에서 전혀 따라오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앞 차와 아직 한참의 간격이 있음에도 악셀 오프하고 얼마간 기다리니 렉서스가 퍼런 눈을 뻔뜩이며 이 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기세로 다시 제 차 뒤에서 X침을 놓습니다. X침을 놓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풀가속, 렉서스도 울컥하며 뒤를 쫒아 오는데 1분 정도 지나니 차가 안보이네요. 헐...

그래서 다시 속도를 줄이고 기다리니 다시 맹렬히 쫒아오는 렉서스... 렉서스가 바로 뒤까지 쫒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속도를 맞추어 잠시나마 제 차를 앞질러 가도록 내버려둡니다. 렉서스가 약 10-20미터 앞서갈 무렵 다시 풀악셀, 렉서스 옆을 지나쳐가며 풀가속... 렉서스는 앞이 훤히 열려있음에도 서서히 힘없이 뒤로 멀어져 버립니다. 쩝... 렉서스가 제 차에 X침까지 놓아가며 도발한것을 보면 앞이 훤히 열린 직선도로에서 풀악셀을 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힘들텐데 맥없이 쳐져버리는 모습을 보니 좀 아쉽더군요.

그렇게 세번 정도를 잡았다 놓아주었다 하듯이 달리는 사이 목적지에 도달하여 비상깜빡이를 날렸으나 그냥 가시더군요. 코너링 스피드를 보니 같이 달리신 운전자께서 간이 작은 저보다도 간튜닝이 덜 되신듯도 하고, 차또한 아무리 300마력짜리 대배기량 엔진이라 하더라도 스포츠카와 같이 달리기에는 대형 세단이라 좀 무리가 있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다음번에는 더 재밌게 같이 달려줄 친구를 기대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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