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거창합니다만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다.

저는 당시 기아 콩코드 1.8 DOHC 수동을 몰고 있었고

대구 인근의 가창댐 부근의 길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수백번도 더 다닌 길이고 평일 낮이라 한산한 상태

오가는 차들도 없이 조용했습니다.

동생과 함께 어머님 신부름을 다녀오던 차라 평소 밟던 대로 내리막길에서 대략 140km/h

정도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대개 50km/h로 달리는 구간입니다)

그런데...

중턱쯤 내려왔을 때였을까요?

멀리서 파란색 트럭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얼핏 보니 봉고 트럭 1톤이었던 것 같았는데

정말 무섭게 다가오더니 계속해서 뒤에서 거의 들이 박을 기세로 밀어 붙이더군요.

얼마나 제 뒤 꽁무니 바짝 붙어 있었는지 탑승자는 보이지도 않고 볼록한 봉고 배꼽만 보일 정도였습니다.

동생 (지금은 Rx-7을 타는 녀석입니다)이 백미러를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 하길래

저도 순간 더 밟게 되었습니다. 거의 160km/h.

손에는 땀이 나고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가창골짜기를 울려 퍼지는데...

뒤에 따라 오던 차는 조금더 기세를 늦추지 않더군요.

그렇게 2-3분을 계속 내리 달리니 점점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생도 순간 그렇게 느꼈는지

"형, 이러다 둘다 죽겠다. 보내 주자"

저도 순간 그래야 겠다는 생각에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우측 깜빡이를 넣고

도대체 누군가 싶어 추월해 가는 차를 보니...

스님이였습니다. --a

당시 7-8월 정도로 무척 더웠는데

그 봉고 트럭은 창문을 다 연채로 실내로 들어 오는 바람에 밀짚 모자를

한손으로 누르고, 마치 물 흘러가듯 순식간에 저를 추월해 가 버리더군요.

잠시 차를 길가에 주차하고 동생과 담배를 한대씩 피며 긴장을 풀면서

나름 이 고갯길은 내가 제일이라 생각했던 생각을 싹 지우게 되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정말 그 스님 지금도 한번 만나고 싶은데 그 뒤로는 만나질 못했습니다.

요즘도 GTI타고 그길을 내려오면 120km/h만 넘어가면 바짝 긴장이 되는데

그 스님은 도대체 얼마나 그 길을 오르내리셨길래 한손으로 밀짚 모자 잡고

노래 부르면서 그렇게 냅다 밟으시는지...

세상은 넓고 무서운 사람은 많은 걸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혹 절 많은 와인딩 다운길에서 왠 밀짚 모자 쓰신 회색 옷 입으신 분이

뒤에서 쫓아 오면 고이 보내드내드리시길 바랍니다.

제가 만난 그 스님일 지도 모릅니다.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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