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5년쯤 전에 테드가 프리첼에 있던 시절, 피말리는 배틀 이라는 제목의 배틀같지 않은 배틀기를 올린적이 있었지요. 그 후속탄입니다 ㅎㅎ)



어제..

제 애마 엔진이 반 사망 했습니다. 어떤 차를 새로 살것인가 1년넘게 고민만 하면서 애마를 눌러버릴 생각만으로 대충 타고 있었는데, 한달여 전에 미션이 나가서 미션 새걸로 교체하고, 이번엔 엔진이.. 헤드교체, 타이밍벨트 교체, 워터펌프 교체, 잘 하면 피스톤도 교체... 자기 구박하는거 눈치채고 배째라 하면서 앙탈을 심하게 부리네요..

그래서..

오늘 경북 영천까지 장거리를 뛸 일이 있었는데, 제 차가 수리입고되어버린 관계로 어머니의 마트용 애마 '비스토 오토매틱' 을 몰고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이익렬님의 빨간앙마 고속 길들이기에 줄만 빨리 섰어도 맘껏 조지면서 장거리를 댕겨올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을 접고, 비스토로 초 얌전 모드로 가게 되었지요.

고마우신 우리 어머니, 출발전 sk 5만원 주유권을 주셔서 5만원어치 주유를 하니 연료게이지가 거의 가득 찼습니다. 린번같은걸로도 한번 주유로 서울-부산을 왕복 한다는데, 비스토 경차로 초 절정 연비운전을 해서 영천-일산을 왕복하자! 라고 마음을 먹었지요.

* 운전이 조금 미숙하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절대 따라하시면 안됩니다.


오늘의 미션은 고속도로 내내 대형차 뒤에 붙어 슬립스트림으로 따라가기!!!


일단 최대한 공기저항을 줄여줄것으로 여겨지는 대형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 뒤에 붙었습니다. 붙는 순간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고 노면 마찰음만 들리는것이 정말 공기저항이 없어진것이 실감나게 느껴지더군요. 영동고속도로에서 중부내륙으로 접어들기까지 트레일러가 계속 저와 같은 방향이어서 고맙게 잘 붙어갔습니다. 트레일러 운전자는 제가 뒤에 붙어가는지 모르는듯 전혀 의식하지 않고 운전을 하더군요.

깜짝!! 본능적으로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를 보는순간, 푸르스름한 HID 불빛이 매우 빠르게 접근하는것을 보았습니다. 더블클러치 쉬프트 다운....악셀온....이 아니라 그냥 계속 트레일러 뒤에 붙어있었지요. ㅎㅎ 제 뒤에 바짝 붙었다가 옆 차선이 비니까 이내 추월해 가더군요. 눈짐작으로 18인치 이상의 휠을 장착하고 뭔가 튜닝을 한듯한 구형 SM5 였습니다.

트레일러 뒤에서 그닥 매연냄새도 안나고, 그닥 거리조절하기가 힘들지도 않더군요. 트레일러와의 거리조절 하느라 브레이킹을 할 일이 아마 한번도 없었던듯 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슬립스트림으로 가고 있는데...

동양#속 이었습니다. 저와 제 앞잡이 트레일러를 추월해 갑니다. 그런데 그 뒤에는..

아까 그 SM5가 바싹 붙어 슬립스트림의 세계를 즐기고 있더군요 ;;;;;;;

슬쩍 제 앞잡이 옆으로 빼꼼히 나와서 보니, 분명 동양고# 옆 차선이 비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뒤에 바짝 붙어있는것이 슬립스트림의 세계에 빠져있는것이 틀림없어보이더군요.

이럴수가..


아마도 아까 저를 추월한 이후, 뭔가 마음의 감동을 받고, 충주 휴게소 즈음에 들렀다가, 다시 나와서 초 연비모드로 가는가봅니다.


흠...

이때.. 저와 제 앞잡이를 추월하는 또 한대의 속리산#속 버스. 저는 백투더퓨쳐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탄 마이클제이폭스가 이쪽 차를 붙잡고 가다가 다른 길로 빠지기 위해서 저쪽 차로 옮겨 붙잡고 가듯이 트레일러에서 속리산고# 버스로 제 앞잡이를 교체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감사히 공기저항을 없애준 트레일러를 새 앞잡이와 함께 추월하였지요.

흠.... 그런데 새로운 제 앞잡이.. 그 앞의 동양#속을 추월할 생각은 없나봅니다. 그냥 일정 거리를 유지한채 그대로 계속 갑니다.

요즘 고속버스들 크루즈컨트롤이 다 달려있나봅니다. 110km/h를 정확히 유지하는데, 내리막에서는 괜찮지만 오르막에선 비스토 오토로 쫓아가기 좀 버겁더군요 ㅠㅜ 오르막에서 거리 유지하느라 풀악셀로 쫓아갈땐 그닥 연비를 위한 슬립스트림이 아닌듯한 느낌 ㅠㅜ

현재상황... 동양고#+SM5  [[[일정거리]]]  속리산#속+비스토...

이 때에..

뭔가 큰 버스 한대가 비상등을 켜고 저와 제 앞잡이 속리산#속을 추월해갑니다. 110km/h로 달리고 있는데 추월해가고 있으니 그보단 훨 빠른 속도이겠지요. 오버드라이브오프, 풀악셀, 킥다운... 과감히 앞잡이 교체!!!

이건 과연 무슨 고속일까 봤더니...  버스 뒤에 '謹弔' 라고 씌여있습니다. 영구차였던것입니다...... 고인을 장지에 잘 모셔놓은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달리는 것이었을까요..

일단 앞잡이 교체를 시도하여 속리산고#을 놓아주고 영구차쪽으로 붙으려 하긴 했는데, 제 비스토 도저히 영구차를 잡지 못합니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하여 윈도우도 다 닫고, 에어컨도 끄고, 오버드라이브 오프, 풀악셀 ㅠㅜ


유유히 슬립스트림을 유지하고있는 SM5를 굉음을 내며 저 혼자 뻘쭘히 추월해가버렸습니다 ㅠ.ㅜ


영구차는 점점 멀어져서... 점 되고 ;;


전 오늘... 초 연비운전을 한것도 아니고,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시원하게 내달린것도 아니고.. 뭐한걸까요.. 크흑.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