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5.6 013.jpg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있는 김주영이라 합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곳은 맨하탄 입니다.
이번에 석사과정을 마치고 다음과정을 준비중인데
1년동안 OPT라는 준비과정을 가지게 되어 미운정 고운정 다든 기숙사를 떠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뉴져지 교외쪽으로 이사를 준비하고있고
그 전에 미국생활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는 차부터 준비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여러 고수님들의 도움을 받아 장만한 차량은 GTI Mk5 입니다.
졸업을 한 뒤 다른곳으로 학업 또는 직장을 위해 떠나는 친구들이 많고
그들을 때맞춰 장만한 GTI로 공항에 배웅하는것이 일이 되었습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 이지만 공항이라는 장소가 그리 유쾌한 장소는 아닌것같습니다.
서로의 새 출발을 위한 이별이라지만 과정동안 서로 돕고 의지했던
지인들, 친구들과의 해어짐은 항상 아쉽기만 합니다.
지난 월요일도 아침 8시 비행기로 택사스로 떠나는 선배누님을 공항에 배웅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리건너는 톨비 5불을 아껴보고자 한인타운이 있는 퀸즈를 거쳐
무료로 건널 수 있는 퀸즈보로 브릿지 - 영화에 자주 나오는 케이블카 옆으로 지나가는 다리- 를 건너
명품 샾들이 모여있는 메디슨 에비뉴를 통해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차가 막히는것도 아니고 뻥뻥 뚫리는 것도 아닌 약간은 답답한 상황에서 운전을 하고있었는데
바로 뒤에 은색 아우디 A4 B5 가 따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왜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이곳에서는 B6보다 B5를 훨씬 더 자주 만납니다.
음악을 틀어놓고 있어서 희미하게 들었으나 블로우오프 벨브의 소리같은것이 들렸고
차선을 이리저리 바꾸려 애를쓰는것을 보아 기회만 나면 언제든 치고나가겠구나 생각하고있었던 찰나
느림보 UPS와 FEDEX 차량들에 작은 틈이 생기니
아우디가 블로우오프 소리를 크게 내면서 바로 치고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바로 스포츠모드로 내리고 악셀을 세게 밟고 따라가기를 10여초,
처음의 차이를 약간은 줄일 수 있었으나 MK5의 가속과 거의 동일한 1.8t 의 능력도 놀라웠고
도로위에 많이 생긴 웅덩이들을 다 피해가면서 칼질을 해대는 모습을 보니
오랫만에 제대로 된 능력자를 만났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모습이 정말로 멋졌던지라 뒤를 바짝 따라가며 감상을 하고 있었는데
점점 업타운으로 가고있다는것을 망각하게 되었고 제가 지금 있는곳이
할렘 한가운데, 그것도 약간 더 험하다는 이스트 할렘으로 왔다는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차에 타고있었고 요즘 할렘은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할렘은 할렘인지라 그냥 아우디를 추월해버리고 감속을 하니
그 아우디도 감속후 저의 옆에 붙어 다음 신호까지 저와 함께 달렸습니다.
신호대기가 되어 서로를 바라보니 우락부락한 근육과 화려한 문신을 자랑하는
흰 런닝셔츠를 입은 40대정도 되어보이는 흑인 아저씨가 저를 보고있었고
그 아저씨도 저 동양애가 할렘에서 칼질을 하고다녔다는 사실에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서로 너무 뻘줌해서 제가 먼저 엄지를 올려주었고 그 아저씨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호탕하게 웃기 시작하는데 마치 삼국지의 장비가 말위에서 웃는것처럼 보였습니다.
한참을 웃다가 제게 너 어디어디 개조했냐고 물어보기래
그냥 순정, 개조 안했다고 대답을 하니 많이 억울해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럴만도 한것이 그 아저씨 휠은 ASA에다가 브레이크는 브렘보까지 끼고 있었으니
개조도 안된 골프가 자신과 비슷비슷하게 달렸다는것이 썩 기분좋지는 않았을것같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샌드위치하나씩 먹으면서 차 이야기나 하고싶었지만
잘못하다 험한꼴 당할까봐 저는 좌회전을 하였고 그 아저씨는 직진을 해서 바로 가더군요.
오랫만에 평소에 갈일 없는 할렘구경 즐겁게 하였고 아드레날린맛도 충분히 본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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