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후에 있던 일인데 바쁘다 보니 이제야 글을 쓰게 됩니다^^;



평온한 일요일... 약간 늦은 점심을 먹고, 딱히 할일도 없어 공이나 치러 연습장에 가려고 예약을 하려는데... 만석이라 1시간정도 기다려야 한다네요.

'우이 씨 심심한데, 1시간동안 뭐하지?' 라고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벤돌이의 엔진을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즈음 1주일에 하루나 탈까말까한 벤돌이가 무척이나 심심해하니, 엔진에 낀 카본이나 좀 떼줄겸 "기름을 쓰러"나가려고 시동을 걸고 공기압을 보고 있었습니다.

뒤타이어는 마모한계선을 넘었고, 앞타이어는 숄더부분이 트레드끼리 만나기 일보 직전인 상황, 즉 타이어 교체를 해야하나 작년 겨울부터 '차도 얼마 안타니 조금만 더 버텨보자'라고 낑구던 타이어들의 공기압을 보고, 나름 홈코스(?)인 분당-내곡으로 갔습니다.

분당-내곡이 홈코스가 된 이유는, 제 주거지에서 매우 가까워 보통 왕복 30~40분이면 한번 달리고 올 수 있고, 비교적 카메라도 적은데에다가 y영역대를 한번 찍고 올 수 있는 무료도로이기 때문에 기분전환을 위해 자주 달리다 보니 나름 홈코스가 됐습니다^^;

처음부터 달리면 탈날까봐 걱정도 됐고, 교통량도 꽤 있던터라 규정속도에 크루즈를 맞춰놓고 선루프와 창문을 열고 스피커에선 소녀시대가 "쥐쥐쥐쥐쥐~"하며 봄햇살을 즐기는 말 그대로 "즐기는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습니다. 분당방면 내곡터널을 지나고, 오른쪽에 동식이가 자주 있기에 동태를 살피며 슬슬 밟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뒤에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HID가 보이더군요. "어라 뭐지?"
600m 앞 즈음이 예전에 고정식이 있던 자리라 3개 차선을 차량들이 다 가로막고 있어 추월이 불가능한 상황을 틈타 룸미러로 확인해보니...

M사의 Q차량이더군요.(이하 Q) "오호~ 같은 대형 세단끼리 오랜만에 재미있겠는데... 한번 놀아보자구" 하며 다시한번 사이드미러로 보니, 임판 차량이었는데 물먹인 휴지 신공을 사용하셨더군요 @.@

"괜찮어 괜찮어... 여기만 지나면 당분간 카메라 없따아~"라구 생각하고, S모드에 놓고 길이 터지길 기다립니다.

이윽고 1차선에 있던 차가 2차선으로 뽑아주고, 3차선에 있던 차는 4차선으로 빠집니다.

"오호 달려 달려~!" 하며 킥다운 스위치를 밟고 다시 룸미러를 보는데 "에잉?!" 갑자기 HID불빛이 사라졌습니다!!!
뭐지? 하고 멍때리는 사이 3차선에서 나타나서 쓔웅~하고는 제 앞으로 들어왔습니다 ㅠ.ㅠ

"그래... 언덕에서 보자. 난 5462cc고 넌 4200cc 정도이니 토크빨로 이길수 있을꼬얌..ㅎㅎ"

하지만 이마저도... 차들이 있는 관계로 칼질을 하며 가속을 하니 언덕 중반정도에서 180정도인데, 도저히 추월을 할만한 공간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윽고 언덕끝이 나오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꽤 각이 큰 S자코너가 나옵니다. 차들이 많아서 속도유지가 불가능하고, 140~150정도 되는 속도로 왼쪽으로 돌고 있는데 앞서가던 차들 사이를 헤쳐나가느라 Q가 거의 슬라럼에서나 볼법한 움직임을 보이더군요 ㅡ.ㅡ;;

왼쪽으로 돌고 있는 상황에서, 운전자분이 핸들을 확 꺾으셨는지 운전석쪽이 들리며 차선 순간이동을 하는데 그 자태에 넋이 빠져 더이상 액셀을 밟지 못했습니다. 마치 뱀이 꼬리를 흔들며 가는 모습이랄까나...

거기서 제가 따라가지 못한 이유야 여러가지였죠... 다된 타이어로 저 라인은 절대 따라갈수 없다... 타이어가 새거라도 저 라인은 왠만한 강심장 아니곤 안된다... 저건 거의 미친짓이다... 아니 이 차로는 아예 안된다... 등등...

아무튼 앞차를 보내고,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한 후 다시 쫒아가보기로 마음먹고 오른쪽 코너를 180정도로 돌아나갔습니다. 그리고 지하차도 안에서는 y05까지 쐈는데, 차들이 많이 있어서 유지가 불가능했습니다.

저로썬 한계 근처까지 몰아가다가 지하차도 끝에 있는 고정식때문에 속도를 줄여서인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저랑 달렸던 Q가 안보이더군요^^;

신호에 걸리면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신호 역시 파란색 ㅠ.ㅠ

결국 Q와는 그렇게 아쉽게 헤어지고 말았습니다.(돌아오는길에 2차전 하길 바랬었지만^^ㅋ)

돌아오는길에 분당-로마 주유소 앞 신호가 바뀌자마자 냅다 밟아 리밋까지 한번 밟긴 했지만(지하차도라 속도가 잘나옵니다. E90 320i로는 210정도, E60 523i로는 220정도까지는 안전하게 밟을 수 있는정도) 공허함은 어찌 할수가 없더군요.

뭐랄까... 홈코스에서 한번 "점"되고나니 운전하기 싫어집니다....................

친구한테 이 얘기를 해주고 나니, "붙은 차가 뭔데?"라고 묻기에

"캄비오코르사 라는 이름이 붙은 수동기반 자동 미션이 달린 대형차야"라고 해주니 "??"합니다.
테드 회원님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상대차량은 Maserati Quattroporte 였습니다^^; 그걸 듣더니 "당연하지"라는 반응인데...

편안함에 중점을 둔 MB의 V8 5.5와 7G-Tronic의 조합으로 스포츠카에 세단 껍데기를 얹은 차와 한판 해보려 했던 제가 어리석은것이었나요? ^^


ps 신형은 아니고, 구형이었는데 불구하고 임판이어서, 얼마전 쿠즈 재고차량 구매하셨다고 올렸던 회원님의 차량이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