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배틀기 이전에 어젯밤 분당수서로에서 예기치 않는 사고를 당하신 오너분께 도의상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젯밤.. 강동쪽 병원 응급실서 밤샘 진료를 받아야하는 아버지 생활용품을 챙겨오느라,

분당의 아버지댁에 다녀 다시 병원으로 오는 길이였습니다.

 

한시가 다되어 가는 시간에,  병원에 비품을 전해드리고  귀가해서 한숨자고 나오려면 시간이 부족해..조금 밟았는데, 분당수서로는 요즘 회사를 옮겨 자주 다니지 않지만, 일년이상 매일 달리던 곳이라 굴곡과 노면상태까지 꿰어차고 있는곳임에.. 조금빠르지만 편안한 속도로 크루징 중이였지요.   늦은 시간임에도 도로가 썩 넉넉하진 않았습니다.

 

미금 정도에서 세단 한대가 합류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잠시 앞차에 막혀가는 동안.. 점점 다가오는게 보입니다.

제 뒤에 바짝 붙길래 대략.. '신호가 오는구나..' 했는데, 이내 옆차선으로 이동하더니 맹렬한 속도로 달리시더군요.  분당수서로에선 가능하면 후미에 붙어 위협운전을 하지않는걸 원칙으로 해.. 저도 반대차선으로 가속을 붙여 발진했습니다.  1라운드는 그리 위험한 분위기가 아니였지요.

 

다른차들 사이를, 한치의 양보도 없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바짝붙어 달리는 차는 SM 이였습니다. 밤이라 5 인지 7인지 잘 모르겠던데.. 블루그레이색에 뒷창문에 조그만 정션필의 스티커가 붙어있던거 같네요.  요즘 들어 유난히 느껴지는게..  SM7과 SM5 들 중에 매우 터프한 드라이버가 많다는 것입니다.   특히 3.5 차들 중에 거칠게 도전(?)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네요. 암튼..

 

SM 이 눈에띄게 거친모습으로 앞차들 사이를 헤집고 달리기 시작했고,  저도 페이스업을 시작했습니다.

함께 2차선을 달리다 우측으로 빠지는 SM 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좌측으로 빠져 2차선에서 한대만큼 앞서 들어가 풀스로틀을 열기 시작했고.. 나름 전의를 상실시키고자,  95% 정도의 페이스까지 올렸습니다.  계기판 속도는 220 까지 올라가고, 이내 굽어지는 길과 이음매가 나와 속도를 줄이고 하며  백미러에 보이지 않을 거리까지 벌려 달렸습니다.

 

그 이전까지 SM 의 움직임은 도로에 매우 익숙한 느낌이여서 별 걱정을 안했습니다.

한동안 앞차들 그룹에 막혀 차선을 지키며 서행(?) 하는 동안, SM 이 따라 붙더군요.  3차선 흐름이 조금 빨랐는지,  SM 이 그리로 들어가 바로앞의 마티즈를 위협하며 주춤주춤하더니,  약 1~1.5  미터 여유밖에 없는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무서운 속도로 다음차를 향해 달리는데.. 20~30 미터 뒤에서 보니(전 1차선에 막혀있는 중)  그친구 약 140 키로정도로 3차로로 빠지는데,  대각선으로 보니 작은차 한대가 가로막혀 안보이는 각도에 서행하고 있더군요.  저는 보이고 그친구는 안보이는 위치..

 

 

이떄부터는 완전히 뚜껑이 열리셨는지,  차선변경때마다 휘청휘청.. 자칫함 리버스 스티어나기 직전까지 페이스를 올리더군요.  한편으론 '알아서 하겠지..' 하면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할 무렵이였지요.  저는 흐름과 같은속도로 달릴까 말까 잠시 고민하던 중,다음 순간..

 

제가 막혀있는동안 30  미터까지  앞서 달리던 3차선의 SM이..  3차로의 작은차를 추월하기 위해 급하게 2차로로 스티어링을 트는 찰라..,  중심을 잃고 급격하게 좌측으로 스핀하기 시작했고,  직전 3차로로 옮긴 제 앞차  바로앞에서 중앙분리대를 향해 타이어연기를 뿜으며 스핀해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흐.. 워낙 경기중 별별 광경을 다봐서 놀라진 않았지만,  ' 제발..혼자만 박아라..' 속으로 되뇌이는데..

 

일차선까지 미끄러진 SM이 차분히 달리던 검정세단을 들이받는 순간,  누구의 바퀴인지 모르겠지만 휠타이어 한개가 뒹굴며 제앞으로 다가오고.. 플라스틱과 파편덩이들이 도로위에 순식간에 비산됩니다. 주변 차들은 그리 빠르지않았지만 여기저기서 브레이킹 스퀼음이 울리며 속도를 줄이고, 저도 줄여.. 파편들 사이를 빠져나오는데.. 아.. SM 인지 누군지 분간이 안되는 세단이, 휘청이다 순간 기울어 2차선 가운데,  옆으로 서있는겁니다..

 

다음순간 파편과 연기가 섞여 뿌연공간속에서 연기를 뿜으며 차 한대가 갓길로 나오는데..

왼쪽펜더가 형편없이 찌그러진 SM 이로군요..  그친군 다행(이라해야할지) 이.. 한쪽 휠이 주저앉은 채 미끄러지듯 갓길로 천천이 나와 무사히 정차를 하더군요.  전 비상등을 켜고  그앞으로 주욱 나가 차를 세우고 미러를 살폈습니다.  SM 운전자 무사해보이고,  쓰러진 세단..더이상 구르지않고 옆으로 서있는걸 보니, 일단은..큰 부상은 없어보이고..

 

그 순간 제가 도울게 없을거 같았습니다. 

 부친도 곁에 지켜드려야할 상황이라 그렇고.. , 뒤에서 사고현장을 빠져나오는 차들이 우왕좌왕 하기 시작해.. 마음을 털고 출발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차분히 오는동안,  아.. 마음이 너무 무겁더군요.  SM 운전자는,  더 중요한걸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을거라 믿지만..  크루징하다 옆구리를 들이받힌 세단에 탄 사람들은 너무나 황당했을거 같고,  가슴깊이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스스로 뭐라 논평할 수가 없네요.

분명 제게도 도의적 책임이 있는 일이라..

 

 

 

 

혹시, 사고 당한 분을 아시는 분 있으시면..

꼭 제게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SM 오너 한테건 피해자 분께건 꼭 사과를 드리고싶네요.

 

 

 

 

깜장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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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가장닮은 매체인 자동차를 통해,

사람과 자연, 이성과 감성, 문화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