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날 울쩍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중미산에 갔습니다.

(참 저는 면목동에 삽니다.)

제 차는 엔진엔 손을 안댔고 면목동의 허름한 샵에서

철심이나 좀 박고 하체단련 정도만 했답니다.


원래 면목동에 허름한 샵은 스왑이 주종목인... 그곳인지라 그 샵에 가는 차 치고 엔진에 손 안댄 차가 거의 없는데 저만 유별나게 엔진에 손을 안댄... 그런 이단아^^;; 같은 상황입니다.

(물론 스왑용 엔진+미션 구해놨답니다. ^^)


중미산에서는 그냥저냥 타면서... 그저 날이 따뜻해지니 타이어도 좀 달라붙는 거 같은 좋은 느낌만 느끼고 집으로 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중미산에 가면 일부러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아무짓도 안하고 일부러 좀 있다 오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모든 차가 내려갈 때까지 기댕기다가 공기 좀 마시고 달도 좀 보고 한적한 여유를 즐기고 출발했습니다.



근데 산에서 별로 재미를 못본지라 근질근질 하더군요.

솔직히 엔진에 손도 안댄 T8D가 0.1톤의 드라이버를 태우고 오르막을 공략해봤자 얼마나 달리겠습니까;;


그렇게 슬슬 내려와서 나가는데 저 앞에 골프 두 대가 가고 있더군요.. 편도 1차선이라 어떻게 추월하기도 뭐하고..

추월한다고 액션 취하다가 자칫 한판 붙어보자~ 식이 될까봐 거리 많이 띄우고 그리 갔습니다.


그렇게 졸래졸래 따라가다보니 지루하기도 하고 따분하기도 하고 때마침 적당히 꼬불꼬불 하지만 거의 일직선으로 달릴 수 있는 그 길... 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아 오늘 기분도 꿀꿀한대 이렇게 법규 잘지키고 집에 가기도 싫고 자원낭비나 해보자" 하고 걍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그게 결국 "한판 붙자"액션이 됐나봅니다;;;


그 꼬불꼬불 하지만 직선으로 달릴 수 있는 길이 끝나자 뒤에 퍼런 불빛이 달라붙더군요.

"아.. 아까 그 골프인가보다;;;" 싶으면서도

한번도 바로 옆에서 골프가 달리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달릴까 하는 호기심 반

그리고 - 물론 오해하게 만든 저의 액션이 잘못이겠지만 - 좀 "이거봐라?" 하는 마음이 생길 정도로 깊숙히 똥침을 놔주신 상황 반...


그래서 결국 달려보자 가 되었습니다. -_-;;;


양수대교인가요? 긴 직선 다리.. 거기서 일단 털립니다. 아 무진장 빠르더만요;;

계기판은 이미 x70인데 한없이 멀어져 가더라구요. 아마 자유로 같은 곳이었다면 그걸로 상황 종료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고 오르막 코너가 나오는데 갑자기 속도가 죽습니다.

"엇;; 나를 가지고 놀려고 기다리는건가?" 이런 생각 반

"너무 시시해서 그만할려나보다" 이런 생각 반


이렇게 드는 와중에 나는 걍 내 방식대로 계속 갈란다 하고 걍 쏘며 내달렸습니다.


그러니깐 또 엄청난 속도로 따라 붙습니다. 그리고 털리기 일보 직전에 팔당터널 콤보가 나오고 바느질을 해야하는 상황이 나타났습니다. 그 상황에서 갑자기 안따라 붙더군요.


"아 재미없어서 안할려나보다" 싶으면서도 역시나 "난 내방식대로 가련다" 모드였기에 

바느질 두땀하고 터널 끝나고 나타나는 내리막 코너에 진입했습니다.


그러고 다시 직선이 되니 정말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서 뒤에 붙습니다.


죄 선회 코너 두개가 있는데 바로 앞에 역시나 80짜리 카메라가 있습니다.

카메라 바로 앞에서 뒤로 붙이더니 코너 탈출부에서 재가속으로 뛰쳐나가더군요.


이쯤 되니 호기심은

"꿀꿀한 심정 + 중미산에서 별 재미 못보고 + 나를 가지고 놀려고 하는구나... 하는 심증만 있는 상황 = 짜증" 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며 집앞까지 풀악셀을 다짐하고 달려보자 모드로 바뀝니다.


그때부터 코스가 외곽순환도로와 북부간선도로 끝이 만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긴 직선주로가 없고 고저차가 좀 있는 코너들이 전부였습니다.


중앙선 양정역인가? 그 앞에서 차선 타기로 인해 서로 순서가 뒤바뀌고 짜증이 머리 끝까지 난 상황에서 바느질 두어땀 후 오르막에서 좌 선회 후 북부간선도로로 연결되는 고가도로를 통과합니다. 미러를 슬쩍 보니 차가 안보입니다.


그래도 방금 전까지 정황을 살펴보면 분명 직선주로가 나타나는 곳에서는 달라붙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악셀을 안놓고 있으니 역시나 퍼런 불빛이 달려듭니다. 


구리IC에서 본격적으로 북부간선도로 진입하는 긴 직선구간에서 미친듯이 달려듭니다.

이때도 이미 속도계는 x70을 넘어가고 있는데 옆에다 갖다 붙이더군요.

지금도 의문인게 그때 털 수 있었을텐데 안털고 옆에 붙인 게 참 궁금하기도 한데...

그때 당시엔 "끝까지 나를 가지고 놀려고 드나?"라는 걸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더군요.


그리고는 오르막이 시작되고 골프는 역시나 미친듯한 속도로 따라옵니다. 그리고 골프가 추월을 나가려고 했던 거 같은 찰나에 내리막 우선회 코너가 나오고 전 그냥 조져;;;버렸습니다.


그러니 역시나 골프는 또 잠시동안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이제 저는 신내IC로 내려야 하기에 슬슬 속도를 줄이는데 역시나 미친듯한 속도로 퍼런 불빛이 달려듭니다.


비상등을 점멸하니 속도가 살짝 줄어드는 거 같더군요. 그리고 저는 램프로 빠지고 옆을 지나가는 골프의 궁둥이를 보는 순간 "이런;;;; 쩝;;;" 하게 되었습니다.


선명하게 GTI 엠블런이 붙어있더군요.


그렇습니다. 외관도 요란하지 않고 수수했던 골프라 멀리서만 봤을 때는 TDI나 GTD겠지 했는데;;;;

어쩐지 초반빨보다는 후빨이 미친듯이 쌨더렸죠 -_-;;;



그리고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자...

절대 "나 잘났다. 내차 좋다" 하고자 하는게 아닌 걍 있던 사실을 정말 사심없이 쓴 것 뿐이라는 사실을 밝혀둡니다.


장담컨데 직선이 많은 고속화도로였다면 이미 털리고 "숫자숫자"하면서 집에 갔을 겁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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