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2 GTI 1.8T가 탄생하자마자 GTI 클럽 마스터님의 행보가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GTI들간의 서열을 가리는 각종 배틀 스토리가 간접적으로나마 전해지고, 어차피 피하지 못할 배틀이라면 되도록 빨리 붙어서 결판을 내는 것이 서로가 두발 뻗고 편안하게 잠을 자는 지름길이리라.

사실 나의 MK3 VR6K가 기다리던 배틀은 동종인 95년식 MK3 VR6K와의 대전이었다.

 

 

워터인젝션까지 장착한 엄청난 하드웨어로 무장했지만 소프트웨어의 세팅이 지연되는 관계로 MK3 VR6K간의 배틀은 무기한 연기가 되었었다.

 

 

그러는 와중에 난데없이 MK2 1.8터보 235마력 사양이 완성되면서 피바람이 절정에 달했을 때 조용히 핸드폰 단축번호 87번을 눌렀다.

 

 

형님 오늘 한판 뜨시죠?”

몇시?”

저녁 10 30 *** 터널 지나서 한가한 우측 도로에서…”

…”

 

 

허벌라게 눈이 온다던 그날 바로 지난 금요일 회식을 마치고 2차에 참석하지 않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의 웃옷을 받아주는 아내에게 오늘 중요한 배틀이 있기 때문에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배틀???”

 

 

난 간략히 아내에게 현재 GTI클럽내에 부는 피바람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까지 고속롤링 테스트 최강인 나의 VR6K와의 대결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이미 Ruddel GTI를 앞서는 MK4 GTI가 그놈의 시뻘건 MK2한테 100-220km/h롤링에서 상태이기 때문에 MK4들은 거의 MK2에 전멸을 당한셈이다.

 

 

닥치는데로 물불을 안가리고 배틀로 승부수를 띄우는 MK2에 도전을 하기전 MK4와의 배틀스토리를 통해서 그리고 MK2를 직접 시승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특성에 대해서는 이미 간파가 된 상태이다.

 

 

아내에게 물었다.

 

 

오늘 함께 갈까?”

 

 

대답을 기다리는 짧은 찰라에 난 남자들만의 승부의 세계에 대해 설명하며, 오늘의 배틀은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반드시 치러야하는 배틀이라고

 

 

남자들의 세계…?

 

 

여자 자매로 자란 와이프는 내가 설명하는 유치한 남자들의 세계에 대해 알리가 만무했고, 어처구니 없는 말로 양자간 배틀을 합리화시키는 나의 진지함에 매료되어 함께 동행하기에 이른다.

핸디캡 웨이트로 무게가 좀 더 늘었지만 그런 것을 핑계로 삼는 것은 하수나 하는 짓이다.

 

 

실제로 고속 롤링에서는 250마력이 넘는 차들에게는 승차인원 한사람이 미치는 영향이 극히작다.

때문에 승패의 결과에 대해 아내를 태운 핸디캡에 대해서는 애초에 언급을 할 생각이 없었다.

집을 나서 E34 M5를 타고 GTI의 차고지로 향했다.

 

 

GTI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 깊은 숨을 들이키는 동안 M5 GTI를 한번 강하게 째려본다.(필승)

GTI를 타고 88도로를 달리며 가볍게 몸을 푼다.

 

 

벨트의 텐션이 최적인지 아닌지 현재로서는 판단이 안되는 것이 겨울에 텐션 조정을 해놓았기 때문에 날씨가 많이 따뜻해진 지금의 벨트 그립은 주행을 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3단으로 160km/h를 넘기기 때문에 88에서 VR6K의 부스트를 점검하는 것은 가양대교를 지나서야 가능했다.

 

 

적당히 온도가 올라 벨트 그립이 거의 최상의 조건임을 확인했을 때 우측으로 빠지는 램프에 진입해 램프의 좌측과 우측을 130km/h에 고정한체 돌아본다.

 

 

후륜 스테빌라이져를 장착한 후 느끼는 것이지만 차가 많이 달라졌고, 특성이 완전히 파악이 되지 않아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완벽히 간파가 안된 상태라 예전에 돌던 속도와 비슷하게 돌면서도 심적으로는 더욱 긴장이 되었다.

 

 

램프를 나와 터널을 200km/h로 진입하는 것으로 몸을 풀고 터널을 빠져나와 1km정도를 지나가자 핏빛 MK2가 차가운 바닷바람에 이미 달아올라 뜨거운 몸둥이를 식히고 있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후 배틀의 조건을 정했다.

 

 

2 60km/h MK2가 롤링에도 휠스핀이 사정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냥 참고로만 한번 해볼 뿐 승패에는 반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진정한 승부수는 3 100km/h, 110km/h, 120km/h 이렇게 3분야에서 결판을 짓기로 결정했다.

후방이 완전히 비었을 때 가장 우측 차선 두개를 이용해 크락션을 빵 빵 빵 일정한 간격으로 세번을 누르면 바로 3번째 빵할 때 풀액셀을 하는 방식으로 가장 익숙한 방법이다.

 

 

MK2가 워낙 반사신경이 좋은 드라이버와 함께하는지라 내가 크락션을 누르지만 어드밴테이지는 거의 누릴 수 없었다.

 

 

시범으로 실시한 2단 롤링은 생각했던대로 MK2의 휠스핀으로 인해 초반부터 Mk3가 앞서는 형국이었다.

 

 

속도를 올리다 바로 낮춰 이번에는 3 100km/h에 맞추었다.

빵 빵 빵

정확히 MK2가 두대차이만큼 먼저 앞서나간다.

 

 

나와 와이프는 입을 벌리며

 

 

…”

 

 

젠장 MK2 reaction timing이 크락션을 누르고 액셀링을 같이 진행하는 나의 그것보다 빠른 것도 주효했지만(부정출발 아니었음) VR6K 3 100km/h 3500rpm정도로 부스트가 전혀없는 순정 파워로 진행되는 영역이라는 점 때문에 2대 차이로 앞서나가는 MK2 VR6K의 앞머리로 앞서나가는 시점이 190km/h였으니 *빠지게 90km/h가 상승하는 동안 MK2의 뒷모습을 보며 달렸던 것이다.

이번에는 3 110km/h에서 진행했다.

 

 

둘다 거의 동시에 풀액셀을 밟았는데, 초반에 같은 펀치로 동일하게 튀어나간다.

120km/h에서도 해보았는데, 비슷하다.

젠장 뭔가 이상하다.

 

 

나는 100km/h일 때보다 불과 250rpm정도를 더 쓰는데, MK2가 아까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톨게이트를 나와 일단 MK2 드라이버와 얼굴을 맞대었다.

궁금해서 물었다. 어떻게 된거냐고

 

 

이럴수가…110km/h 120km/h MK2 4단으로 맞붙었던 것이다.

현재 속도계가 없는 MK2는 애매한 속도대라 4단을 선택한 것이다.

 

 

속도계가 없는차에서 rpm만보고 몇킬로미터인지 모르니 그런 선택을 한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이기긴했지만 그래도 3단을 이용한 VR6K 4단을 이용한 MK2 110, 120km/h초반 펀치와 한동안 가속도가 비슷했다는 것만으로도 MK2의 중속 펀치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신신당부를 했다. 3 110km/h 120km/h로 시도할 테니 4단에 넣지 말라고

회차해서 돌아오는 길은 오르막이다.

 

 

3 110km/h에 맞추었다.

빵 빵 빵

2/3정도 MK2가 먼저 앞서나가고 140km/h가 되었을 때 VR6K가 앞서나가기 시작해 계속 벌어진다.

120km/h에서 해본다.

 

 

빵 빵 빵

1/2 정도 MK2가 앞서나가고 역시 140km/h가 조금 못미쳤을 때부터 VR6K가 거리를 벌린다.

110km/h 120km/h에서 상대적으로 고회전에서 유리한 VR6K 100km/h에서 했을 때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이 가능했다.

 

 

경량 플라이휠을 장착하고 있는 MK2 1.8T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최고속도나 220km/h이후의 가속력등은 논쟁에서 제외하고 100-200km/h롤링 테스트의 결과를 바탕으로 서로의 능력을 평가하기로 했다.

 

 

어차피 3 100km/h롤링은 내가 진 것으로 하고 110 120km/h롤링은 내가 이긴 것으로 보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일단 VR6K가 이긴 것은 분명하지만 문제는 공도에서나 서킷과 같은 조건에서는 나의 VR6K MK2 1.8T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결론이다.

 

 

예를들어 180km/h 이하에서 순발력으로 대부분 승부가 나는 공도 배틀이나 태백 서킷처럼 마지막 탈출 코너속도가 135km/h부근인 경우 앞서가는 MK2를 직선에서 추월할 수 있을 가능성이 무지 작다는 점과 밸런스면에서 VR6K보다 유리한 조건을 감안한다면 각코너에서 최소한 수km/h 뒤질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마지막 코너에서의 항속속도 역시 차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고, 코너탈출하자마자 액셀을 때리면 곧바로 큰 펀치로 멀어지니 직선에서 아무리 따라가 봤자 확 재껴버릴 공간도 시간도 부족하다.

 

 

VR6K 3단 펀치가 MK2 1.8T 4단 중반에 가능하니 뒤에서 따라가면서 애가 탈 것이 뻔하다.

VR6K 5500rpm에서 최대토크가 발생하고, 3800rpm에서 한번 파워가 상승하지만 4500rpm부근에서 약간 골이 졌다가 5300rpm에서 토크가 뻗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액셀링을 on off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1.8터보 엔진을 앞지르기가 어렵다.

 

 

한정된 상황에서는 이겼지만 여러가지 분석을 통해 MK2 1.8T의 엄청난 잠재력을 확인했고, 지던 이기던 배틀이 지나면 맘이 편할 것이란 예상은 일단 깨지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120km/h 3단 배틀을 붙고 우리는 서로 창문을 반쯤 열어 서로에게 짧은 인사를 끝으로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그동안 침묵해있던 와이프가 묻는다.

 

 

끝난거에요?”


그냥 이렇게 해어져요?”

원래 이런거야

와 남자들의 승부의 세계는 이런거구나^^”

“……”

 

 

그렇다. 어차피 궁금한 것을 알았으니 날씨도 추운데 밖에서 노가리를 푸는 것도 만만치 않았고, 더구나 차를 세워둘 공간도 없었다.

 

 

긴말없이 나타나서 한판 멋지게 뜨고 또다시 말없이 cool하게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두대의 GTI…

서킷에서 붙을 제2전을 기대하며 머리속에는 창고에서 뒹굴고 있는 토센 LSD의 장착을 과연 앞당겨야하느냐 말아야하느냐라는 고민을 연속해서 씹게 된다.

 

 

오늘밤은 꿈에 시뻘건 MK2에서 사정없이 옆구리를 따이는 꿈을 안꿀 수 있을까?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