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자동차잡지와  음악잡지 찾다가
우연히 꺼내게 된 일기장을  읽던 중
약 일년전의 기억을 들추어 봅니다
 
배틀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힘든 순간들은 지나가고
지금은 나름대로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되었기에 함 떠올려 보고 싶네요 ^^
 
몸담고 있었던  동호회 게시판에  언젠간 올리려고
일기에 비교적 자세히 적어놓았었네요
 
 

 
 
현재 제 애마는
2003 년 9 월에 출고된
2004 년형  New EF Sonata  가솔린 2.0  스틱 입니다
 
투스카니나  XD 레이싱을 사려 했으나
가족들을 자주 모시는 터라 스포티한 모델들은 포기했구요
 
총 세 종류의 비슷한 스펙의 중형차 들을 나름대로 시승, 테스트 해보고
구입했습니다
 
삼성  SM 시리즈의 신봉자 였습니다만
여러가지 이유로 EF 로 가게 되었네요
물론 모두 좋은 차들입니다  (^  ^)d
 
EF 최후기형인 2004 년형 부터는 브레이크 용량이 증대되었고
25,000 km 를 운행한 지금 시점까지 잔고장 하나 없으며
많은 DC 가 감행된 좋은 조건이 제시된 시점에서 구입한
아반테와 비슷한 좋은 가격에 조수석에어백, 열선시트 등의 괜찮은 옵션,
과장없이  시내 9 -10 km, 고속도로 11-12 km 정도의 좋은 연비를 가지고 있어
매우 만족하며 타고 있습니다
 
(전에 타던 1.5 오토차량보다 연비가 좋습니다)
 
 
뒷 시트에 싸이클이 한 대 들어갈 정도로 공간도 넓구요 ^^ 
 
 
 

 
 
 
 
 
이곳의 고수분들에 비하면
대단한 스펙의 머쉰은 절대 아니고
대단한 스킬이나 속도를 내뿜은 것도 아닙니다만
 
어쨌든 글들에 나타난 속도나
상황에 대해서는 한치의 과장도 없슴을 맹세 합니다
(성경에 손 얹고 있슴)   ㄴ(-  -)
 
 
 
<  1  >
 
 
지난해 초,  사랑에 빠졌지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네바퀴로 바닥을 움켜쥐는
GTR34 의 로켓 스타트와 같이 '빠르게',
 
부천 LG 백화점 앞에서 전시할 때 앉아서 시동까지 걸어 보았던
Dodge  Viper 의 깊은 레그룸과 긴 본넷처럼 '깊이'
빠져들어버렸습니다
 
 
관계가 시작, 발전하려는 찰나
그녀가 외국에  간다고 하더군요
 
6 개월이 될지 일년이 될지.....
 
무척 아쉬웠고 어찌해야 할 지 몰랐습니다
떠나기까지는 한 달...
최선을 다 하는 수 밖에요
 
 
당시의 마음상태는,
 
마치 고속 코너링시  그립을 잃어 스핀을 시작했는데
악셀을 밟으며 카운터를 쳐도 안 먹히는 상황과 같이
통제 불능의 심연으로 빠져들었죠
 
여간해서는 사랑에 잘 빠지지 않는 터라
이런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에
얼마가 되건간에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출국일이 가까이 다가왔는데
공항에 나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언니 남자친구의 카니발로 간다네요
 
한 달 전  제차로 공항까지 함께가기로 약속을 받아 놨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리고 공항에서 전화할테니
공항에는 절대로 나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만약 나오면 다신 안보겠다고.....  (T^T)
 
뒷모습 보이기 싫다며 조용히 떠난다는게 이유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끝날 사랑에 대한 복선이었던것 같네요
 
 
출국전날 인사마치고
돌아오는데  넘 아쉬워서  아무래도 안되겠더군요
 
4 년여간  한  기아차  동호회에 몸담아왔는데
친한 인천 지역장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기름값과 톨게이트 비용으로 3 만원을 제공하기로 하고
인천 공항까지 함께 에스코트를 요청했습니다
 
그녀에게는 공항에만 안 나타나면 되는 거니까...
 
차량 전방으로 거리를 좀 두고 달리며
양쪽에서 비상등켜고 에스코트를 하기로 한 것이죠
 
평소 모임에서 잦은 그룹주행과
웨딩차량 에스코트를 동호회 차원에서 수차례 해 보았기에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비행기...
 
4 시에 일어나 지역장을 깨우고
공항 고속도로에서 대기해 줄것을 요청,
 
전 5 시경  그녀의 집으로 가서 기다렸습니다
 
멀리 골목에서 제가 보이지 않게 숨어 있었죠
목표인 카니발이 와서 출발하면
멀찌감치 뒤에서 조용히 따라가다가
지역장이 있는 지점에서 에스코트는 시작되는 겁니다
 
1 시간정도 기다리자
목표물이 도착했습니다
짐들을 싣고 사람들이 탔지요
 
다른 골목에 있는 제차로 달려가 시동을 걸고
그 차가 나올때를 기다리는데
뭔가 이상하네.............
 
10 여분이 지나도 안 나오네요
 
아무래도 이상해서 차에서 내려 조심스럽게 가 보았는데
이런 .........
 
제 차를 타러간 사이
벌써 출발했던 겁니다...
 
 
이런 바보같은 실수를.........  (ㅜㅜ )''
 
 
 
 
 
< 2 >
 
 
추격이 시작되었습니다
 
 
부천 LG 백화점에서부터
외곽순환도로 중동 IC 까지 드래그 모드 -
 
중동 현대백화점 앞 도로에서
* 40  정도를 마크하며 시내를 질주...  (반성합니다...)
 
드뎌 외곽순환도로에 올라타고
이때부터는 4 단 풀가속이 시작되었죠
 
마음을 안정시키려  일부러 챙겨 놓았던 차분한 음악을 작게 틀어놓고선
침착하려고 차선을 여기저기 살피며 달렸습니다
 
주일날 이른 아침이라
차들이 거의 없었지만
그런때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가 없을수록  차들이 속도를 올리니까요
 
택시들이 경합을 벌이려 했으나
모두 점으로 만들어 버리고 ...
 
멀리 흰색 투톤 카니발을 발견,
따라가서 확인했는데  아님...  실망...
 
뒤에서 확 다가와  옆에 바짝 붙으니 
카니발 차주께서  기분이 나쁘셨는지
카니발 가속...
 
그러나
배틀이고 뭐고  안중에도 없는 저...
 
악셀링으로 알피엠 보정후 3 단 쉬프트 다운하여 가속 -
6,000 RPM 되기전 4 단으로 다시 업 -
 
3 단까지는 평소에도 고 RPM 을 많이 쓰는 편 입니다
 
 
그 역시 점으로 만들어 버리고...
 
차선 4 개를 넓게 써가며 주행하다가
신공항 고속도로 램프로 진입
 
언제나처럼 다시 쉬프트 다운 -
 
꽤 빠른 속도로 진입
 
4 점식 벨트 덕분에
몸이 그다지 쏠리지는 않고...
 
커브가 깊어지자  풋 브레이킹은 안 한채
기어가 물린채로 악셀 오프 -  감속 -
 
이런걸보고 턱-인 이라고 하던가...
 
 
빠져나오면서 다시 풀악셀  -
 
 
 
 
이 와중에
본의아니게  티뷰론 한 대의 심기를 건든것 같습니다 ...
 
제 앞에 가던 티뷰론을 코너 탈출후 제가 바로 옆으로 추월해 버린 것이죠...
 
평소엔 티뷰론, 투스카니등 절대 건들지 않습니다만
상황이 상황이라...  (ㅡㅜ )
 
 
톨게이트까지 티뷰론과 함께 달렸는데
잠깐이지만  * 00 조금 못되기까지 올렸습니다
 
배틀을 할 의도는 절대 아니었지만
그쪽은 다르게 받아들인듯...
 
 
드래그라면 절대 상대가 안되지만
제차가 스틱이라서 그런지
고속에 올라가니
그렇게 딸린다는 느낌은 안들었습니다 
 
*90 대에서도 풀악셀이 아니었고
오히려  더 여유가 있었는데 조금 의외였습니다
꽤 잘달려주는 애마덕분에
그 와중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정도였죠
 
 
그 이상은 올리지않아서 모르겠지만
여기서 더 밟으면  *00 은  거뜬히 넘기겠구나 라는 생각이 곧장 들더군요
 
전방에 톨게이트 - 감속
 
최대한 빨리 통과하기 위해
차들이 없는 바깥쪽 게이트로 진입
 
비싼 톨비를 지불하고 나오니  
뷰롱이는 어디론가 ...
 
 
미리 켜 놓았던 CB 로 지역장과 교신,
조금 후 합류했는데
흰색 투톤 카니발이 두 대 정도 지나갔다고 하더군요
 
한 대는 멀리 갔을 것이고
한 대는 따라가면 잡을 수 있을거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둘 다 목표차량이 아닌것 같다는 지역장의 말에
이상하게 생각하며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지나쳐 왔다면  못 봤을리가 없는데.....
톨게이트에서 내가 앞서게 된 것일지도...'
 
그런데 7 분 정도가 지났는데도 안 나타나더군요...
 
앞서 간 차들중에 있구나라고 뒤늦게 생각하고
재추격 -
 
 
지역장도 상당히 밟는 N/A 풀 튜닝의  스트리트 레이서 -
(KATA 에도 참가)
 
다시금 칼질이 시작되었습니다
한 무리의 차량 행렬을 빠져 나오니
멀리 카니발 한 대가 보입니다
 
따라붙어서 확인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뒤에 여러명이 탄 것을 보아 (목표차량엔 뒤에 3 명이 탑승)
맞을것 같더군요
 
지역장에게 CB 로 알린후
비상등 켜고 카니발 양쪽에서 에스코트를 시작했지요
몇 km 정도 주행
 
근데 공항에 다가갈 무렵
승객 한 사람의 얼굴을 봤는데  이런 낭패......
 
그 차가 아니더군요..... (ㅜㅜ )
아... 정말.......
 
한숨과
어리석은 실수에 대한 자책감이
우승컵을 거머쥔  미하엘 슈마허를 보기위해 밀려오는 사람들처럼
우르르 몰려오더군요... 
 
 
원래 예정은
에스코트를 마친 후
공항에 들어가지 않고 돌아서 귀환하는 것이었지만
아쉬워서 공항에 들어갔습니다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니
가장자리에 목표차량이 있더군요...
 
허탈감...  (T_T )
 
이 아가씨랑 잘되면
나중에 두고보자... 
 
 
출국게이트 근처에 있는
그녀를 멀리서 보기만 했습니다
 
가족들이 떠난 후
게이트에 다가가 혹시 문틈 사이로 그녀가 보이지 않을까 해서
계속 서 있다가 왔지요
 
지역장과 공항을 빠져나왔고
귀환하는 길에 그녀에게서
비행기 타기 직전 전화가 오더군요
전화 안 할줄 알았는데...
 
사랑한다고 말하고...
 
통화 over -
 
  
CB 를 켜 놓았지만
말없이 10 여분 정도를 달렸습니다
 
조금 있다가
하두 제 분위기가 다운되어서 그런지
지역장이 달릴테니 따라오라고 하더군요
 
두대의 모빌은  * 90 정도까지 올리고
아침 햇살을 받으며 그렇게 신공항 고속도로위를 달렸습니다
 
 
전에 타던 차량이었다면  못했을 주행이기에
그 날 너무도 잘 달려준
애마에 너무도 고마왔지요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는
인천 지역장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평소엔 고속도로에서
120 도 잘 안 넘기는데 ...
 
사랑의 힘으로
10 마력 정도 상승한것 같습니다  ^^; 
 
앞으론 그 속도로 올릴일 없을 겁니다
 
 
 
 
슬펐던 그 날,
그래도 기분 좋았던 두 가지는
 
'제가'  만족할만큼  제 차가 괜찮게 달려 주더라는 것과
 
아직 이 나이에도 (당시 32세)
20 대의 그 것에 못지않은,
앞으로는 없을줄 알았던
사랑에 대한 열정이 가능하구나 라는것  입니다 ^^;
 
앞으로 진짜 제 사랑을 만나면
부가티 Veyron 이 지닌 
1,000 마력정도의 사랑을 퍼 부어 줘야죠 ^^
 
 
재미도 없는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업은 안경사인데
요새 손님이 없다보니 컴퓨터 앞에서  그만... (ㅡㅡ#)
 
 
 
몇 달 후
짝사랑이나 다름없던
제 러브 스토리는 끝을 맺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