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요즘 다른 일에 좀 빠져 살다보니 이런 글은 정말 오랜 만에 씁니다.



근래에 개인적인 볼일 때문에 여수에 내려가는 일이 좀 잦습니다. 어제 토요일에도 지인을 만나러 여수를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대개는 맛있는 저녁까지 잘 얻어먹고 9시 넘어 여수출발, 대전에는 자정을 넘겨 도착하는 것이 일상적인 스케쥴이었는데, 어제는 저녁 8시 대전에서 선약이 있어서 토요일 아침 일찍 여수에 갔다가 싱싱한 자연산 장어요리 점심을 잘 얻어먹고 오후 4시쯤 일찍 여수를 출발, 1시간쯤 뒤 순천에서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 진주방향으로 서서히 달리고 있었습니다.



차량이 적잖이 많긴 했지만 간혹 주책없이 일차선을 느릿느릿 막고 가는 차 뒤를 좀 따르다 길이 열리면 막혔던 답답한 가슴을 훅 날려버릴 요량으로 잠시 4속 7200 rpm까지 풀 스로틀링 후 5속 rpm도 좀 올리며 달릴 정도는 되었지요. 하지만 노면이 상당히 거칠게 처리된 곳도 많고 풀 스로틀링에 부담이 올만한 코너도 잦아서 시원스레 달려 볼 만한 여건은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이곳에서는 조금 달릴라 치면 GPS가 과속위험구간이라는 멘트를 자주도 날리는 그런 여건이었습니다.



일차선을 막고 있는 느림보 차들을 만날때나 잠시 풀스로틀링으로 차의 상태를 가끔 가끔 느껴보며 천천히 진주를 향해 가고 있는데 얼마간 가는중 미러에 빠르게 달려오는 회색 차가 눈에 들어옵니다. 요즘 노안이 시작되고부터는 좋지도 않은 시력이 더 떨어져서 좀 어두워진 이후에는 아예 배틀같은 것은 포기한지 오랩니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차를 보니 대충 신형 아반떼인가 ? 생각하고 있는데 휙 빠르게 스쳐가며 보이는 트렁크의 사브 앰블럼... 모델은 뭔지 모르겠고...

여하튼 호기심이 발동 바로 뒤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의식한 9-5가 치고 나갑니다. 저도 4속 풀 스로틀링...간격은 잘 좁혀지지는 않네요, 표현이 좀 과한가요 ...^^, 좀 깊은 코너에선 9-5가 풀 스로틀링이 좀 부담스러운지 제가 간격을 조금 줄일 수 있었고요, 또 과속카메라라 때문에 속도를 함께 줄인 상태에서 다시 가속을 시작하면 라이트튠된 저의 Mi16이 조금 나은 것 같긴 했습니다만, 저는 혼자 탑승했고 9-5에는 여친이 동승하고 있어서 당연히 제가 조금 유리한 달리기 입장이었습니다.



달리기중 저는 GPS 경고를 듣고 미리 감속을 하곤 했지만 9-5에는 GPS가 없었던 듯, 브레이킹 포인트가 좀 늦어 카메라에 한 두번 찍힌 것 같아 보였습니다.

“ 9-5 차주님 혹 과속 범칙금 날아와도 저를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



이후 조금 더 여러 조건에서 테스트 드라이빙을 해보고 싶어서 저속 차량등으로 막히틈을 이용해 제가 앞서가서 근접해 오는 9-5를 기다려 풀 스로틀링을 시도해 보는데..... 갑자기 응대를 해주지 않네요... 그냥 천천히 따라옵니다. 나중에 확인했지만, 9-5의 여친이 너무 달라지 말라는 엄명(?) 때문에 그것으로 짧은 배틀은 막을 내렸습니다.

....

그렇게 조금 더 가다보니 섬진강 휴게소가 나왔고... 제 차가 뭔지? 궁금하면 따라 들어오겠지 하는 일단의 기대를 가지고 천천히 휴게소로 들어가 입구에서 기다리니 바로 따라 들어오는 사브 9-5....

제차 옆에 차를 대고 운전석 창을 내리더니 썬 그라스를 쓴 미남형으로 생긴 청년이 일단 저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몇 번 치켜세워 주네요...

그리고 제게 “ 그 차  푸조같은데... 푸조중에도 그렇게 잘 달리는 차가 있나요...? ”,

나... “네 ~ 이거 약간 튜닝한 Mi16입니다...^^ ”

저쪽... “제 차도 맵튠까지 해서 290마력 정도인데... 그 차도 200마력 오버지요...? ”

나... “ 에~ 그게 사실은...    ” 대답을 잘 못하고 우물쭈물, 200 마력도 못된다 하면 저쪽 분 자존심이 좀 상할 것 같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황당한 거짓말을 할 수도 없어서 대충 얼렁뚱땅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여하튼 매너가 좋은 이 9-5 운전자분 창을 내리고 말을 거는 순간 바라 본, 5학년을 넘은 저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을 터인데도 “커피나 한 잔 하시죠 ”하고 말을 건네더군요. 그 분 여친도 내 모습에 꽤나 황당했던 듯... ^^

나 역시도 이런 경우는 매우 쑥스럽고 어색하더군요... 이 나이에...^^

사실 좋지 않은 달리기 도로 여건에서 긴장하며 고속 주행을 한 탓인지 커피를 건네받고 한 동안이 지나서야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이번에는 주행여건상 y**를 넘지 않는 달리기였구요..... 작년 년말인가 배틀이랍시고 한 번 y**를 넘겨본 이후로 y**를 넘겨본 주행은 금년 여름 서해안 고속도로 대천 인근에서 SM7 RE35를 따라 가느라(이 RE35는 앞이 막히자 갓길로 무지막지하게 치고 나가는 바람에 따라가기를 포기해 버림) 잠시 넘겨 본 것이 전부라...

 

그 분들과는 짧은 인사말을 건넨 후 작별을 고했습니다. 아마 젊은 사람들끼리 만났으면 많은 말들이 오갔겠지만 아무래도 젊은분들이 저와 있기 더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SAAB 9-5 Aero 2.3TS :

  4 Cyl DOHC Turbo

  2.3 L

  250 HP

  35.7 kg.m / 1900 rpm

  1645 kg

  0-100 8.2 s


 

추가 글:

그동안 함께 달려본 차종들중 제 기억에 남아있는 렉서스 LS430, 볼보 S80 T6, BMW 530, 735, Mercedes E320 등의 제원을 보면 객관적으로 제 Mi16의 기본 제원에 비해 월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글 말미에 늘 다음과 같은 꼬리 글을 달았습니다.



"추가: 본인의 실험주행(배틀)은 전용 와인딩 로드나 트랙이 아닌 일반 공도의 짧은 구간에서의 주행 결과로 사실상 상대 차의 드라이버가 최선을 다했다는 객관성을 가지기 어려운 제한적인 단거리 구간에서의 달리기 였음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이런 결과는 차량의 전반적인 성능 평가와는 별개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년전쯤 잘 교정된 신형 Gtech Pro Performance Meter를 사용해 제한된 여건에서나마 제차의 기본적인 주행 퍼포먼스를 파악한 이후로는 배틀 결과에 대한 실제적인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좀 더 충분한 실험데이타가 필요하긴 하지만...

사실 위의 차종중 일부는 회사발표 제원이 0-100  7초 초반대도 여럿이라 GTech Pro를 사용해 테스트를 시작할때에 저도 내심 제 Mi16의 0 -100이 7초 후반이나 최소 8초 초반 정도는 나오리라는 좀 지나친 기대를 했었지만 결과는 8초 종반으로 많이 떨어지더군요 대신 많이 떨어지는 Mi16의 0-100을 감안 한다면 100 이후의 가속능력은 기대보다는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대개 고속도에서 만난 차종과의 배틀 주행속도 범위가 120~220 사이이었임을 감안할 때 그 동안 실행했던 배틀 주행결과의 객관성 여지가 좀 있는듯 해보이기도 합니다.



제 라이트튠된 Mi16의 Gtech Pro(rollout 30 cm) 측정결과

    0 - 100 km/h :  8.91

        120       : 11.87      

        140       : 15.95

        160       : 20.90

        180       : 제가 시험장소로 택해 반복적으로 달려본 곳이 180을 쑥 넘기도록 여유있게 달린 만한 곳이 못되어 여기부터는 데이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