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꼬서서 1만킬로 탄 중고 M3(컴피티션)을 들인지 3개월,골프 R을 업글해 줄 의도로 들인 BMW였지만 아내와 딸 아이는 첫주에 M3을 퇴짜를 놓고 골프R을 선택했다. 나 같은 아저씨가 타봐도 시내에선 M3이 비교가 안될만큼 무디고 거칠다.

울며 겨자먹기로 내가 지방을 갈때마다 두어달을 끌고다니게 되었는데, 첫날 주행때는 차가 순간이동하는 것 같은 속도감(4단 업쉬프트 터보파워)에  감탄했을 뿐,  그 속도에 조금 적응하니 별다를 것 없이 느겨지는 고속주행감에 조금식 식상해 갔다. 다시 M3을 방출하는 쪽으로 슬슬 가닥이 잡혀가는 중이었다. 아줌마에게 어울리지 않는 차가 나이먹은 아저씨에겐들 어울리겠는가.

그러던 이 M3이 비호감에서 완전호감으로 이미지변신을 이룬건 최근의 두가지 일 때문이었다.

첫째는 이 순정 M3을 가지고 인제서킷을 돌려본 일이다. 네 세션 정도를 도는 동안 3랩 정도를 연속풀어택한 결과 브레이크패드에 불이 붙는 사고가 생겼지만 (타이어파편이 끼었나?), M3은 순정이라도 공도의 도로선형 환경에서는 나같은 일반운전자가 아무리 과격한 운전을 해도 차를 돌리기 힘들만큼의 거동안정성이 충분히 담보되어있다는 점을 확인해주었다.

둘째는 삼척-양양 간 동해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내는 BMW740과 배틀을 벌려본 일이다. 이 고성능 BMW도 어지간히 속도를 내며 발군의 악셀링을 보여주었지만, 날렵한 M3은 이 육중한 대형승용차를 따라가는 동안 기대 이상의 여유와 안정감을 보여주었다. 추월을 하지는 않았지만 M3은 달리기를 포함한 운동거동에서는 740 같은 대형차와는 비교할 수가 없는 특장점을 가지고 있는 기종임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막 굴려보지 않으면 M3의 진가를 알기 힘들다.

내가 나이가 들어 벤츠에 정착하기 전 젊었을때는 E39 M5E60 M5를 거의 15년 몰았는데, F80 M3에는 이런 큰 차들과는 다른 독특한 날렵함이 있다. 서킷에 M3, M4가 많이 돌아다니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새 식구 M3에 대한 이미지가 바뀐 요즘엔 벤츠를 처분하고 M3을 튜닝해 타거나 M4 GTS 같은 걸 타고싶은 마음이 자꾸 드는데, 양복을 입고 911을 타는 백발노인도 멋있더라고 생각하면서, 이번엔 M3 운전자 연령대와 관련한 내가 가진 고리타분한 편견을 버려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