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S9을 장착한 GTI로 처녀 테스트 드라이브를 나홀로 나가는 기분은 정말 째질 것만 같았다.
화창한 날씨에 흰색 GTI는 내가 5세대 GTI를 구입한다해도 흰색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마치 내차에 튜닝을 한 것 같은 흥분이 있었다.
 
88도로 미사리를 향해 순간 순간 달라진 하체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고속바운스에서의 거동 그리고 제법 빠른 속도에서 좌측으로 꺽이는 구간을 가속패달이 거의 끝까지 밟힌 상태에서 차선의 라인 모양을 그대로 밟으면서도 한치의 흐트러짐없이 달리는 모습에서 추가작업이 병행되어야하는 이니셜 세팅만으로도 전투력이 상당히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사리를 찍고 돌아오는 길에 길 중앙에 있는 상당히 넓은 안전지대에 GTI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기 위해서 카메라를 여는 순간 뒤에서 라이트를 켠 미니한대가 90km/h정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혹시 Cooper S인가하고 유심히 보고 있는데 서있는 나를 지나쳐가는 모습을 보니 17인치가 끼워진 Cooper S였다.
 
카메라 가방을 뒷좌석으로 집어던지고 풀쓰로틀을 때렸다.
얼마나 힘차게 가속패달을 때렸는지 땅에서 솟아있는 패달이 바닥에 부닥치면서 나는 딱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우연히 길에서 만나기도 힘든 좋은 상대를 쫒아 그대로 로켓 스타트를 끊었던 것이다.
 
전력으로 가속해 정속으로 가는 쿠퍼S뒤에 붙자 쿠퍼의 1/3쯤 열린 창문으로 담배꽁초가 날아왔고 조금 열려있던 쿠퍼S의 운전석 창문이 완전히 닫혔다.
 
내차에 꽁초가 맞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원망할 수도 있지만 널널하게 달리다가 갑자기 달라진 상황에 전투자세로 가다듬는 동작쯤으로 이해하고 뒤에서 어느정도의 실력인지를 가늠하는데, 한참 탄력 받는 시점에서 과속카메라 지점이 가까워오고 통과하기 조금 전부터 비상깜빡이를 켜주는 센스에 일단 적대적인 배틀이 아닌 정정당당하게 한번 붙자는 제스쳐만은 확실히 확인한 셈이었다.
 
카메라를 지나자마자 풀쓰로틀, 쿠퍼S의 170마력 차져 엔진도 수차례 경험했지만 전투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200마력의 GTI가 그냥 확 재낄 수 있는 상대는 결코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아무튼 90km/h정도에서 롤링스타트 형식으로 바짝뒤에 붙어서 달려본 결과 분명 차간거리는 가까워지지만 섣불리 추월을 하기 위해 차선을 바꾸어보았자 다른차들 때문에 별 영양가가 없었다.
 
140km/h 정도로 껌을 붙이고 가는데 나타난 오르막에 쿠퍼S는 1차선을 선택했고, 난 3차선을 선택했다.
 
어느정도 열을 받은 GTI의 머플러는 시프트 업이 될 때마다 '뻥'하는 소음을 내며 나를 부추겼다.
마침 전방에 차가 하나도 없었고, 2차선의 트럭을 그와 내가 1,3차선을 이용해 추월하고 나니 어느덧  1차선에 달리는 쿠퍼S와 나란해졌고, 언덕정상에 섰을 때 205km/h를 가르키며 내리막으로 내려 꽂기 직전에 차간거리는 서너대 정도 벌어진 상태였다.
 
180km/h가 넘어가는 오르막구간에선 확연하게 앞서나가는 결과는 GTI의 플랫토크와 짧은 기어비 덕이었다.
 
내리막 구간은 1차선에서 예전에 E90 330i로 185km/h정도로 돌다가 거친 노면에 뒤가 살짝 날라서 아주 깜짝 놀랐던 적이 있어서 3차선을 이용해서 205km/h의 속도를 더이상 높이지 않은체 그 속도를 유지하면서 살짝 좌로 굽은 구간을 공략하였다.
 
단단하게 조여진 GTI는 엄청난 안정감으로 본드처럼 단단한 접지력을 과시하며 고속코너를 커버했다.
워낙 빠른 속도였고, 코너였기 뒤에 쫒아오던 쿠퍼 S 역시 내리막을 공략할 때의 속도는 큰 차이가 없어 보였을 정도로 과감하고 시원한 공략이었다.
 
곧바로 좌측에 항상 이동식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아는 나는 속도를 서서히 줄이면서 비상깜빡이로 뒤에 신호를 했다.
 
속도를 줄이는 과정에 6단에 넣어두었다가 다시 카메라 구간을 지나자마자 DSG 6단에서 3단으로 연속해서 시프트 패들을 치자 방, 방, 바아앙 하면서 연속 다운시프트를 커버하고 이내 풀쓰로틀로 1차선으로 돌진하다가 2차선으로 차선을 바꾸었다.
 
쿠퍼 S 도 함께 풀쓰로틀을 했지만 앞차에 걸려서 내가 빠져나온 구간을 빠져나오지 못해 차간거리가 본의 아니게 많이 벌어져버렸다.
 
한동안 좀 빠르게 달리다가 비상깜빡이를 켠체 정속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잽싸게 옆으로 붙는 쿠퍼S의 운전석 창문이 열리면서 입을 벌린 잘생긴 청년이 엄지손가락을 밖으로 내밀면서 흔든다.
나도 미소로 응대를 해주고 종합운동장까지 쿠퍼S의 칼질을 뒤에서 감상하며 함께 왔다.
 
쿠퍼S의 운전자 역시 상당히 과감하지만 안정된 칼질과 초보자들이 흔히 고속주행중 라인예측을 하지 못해 너무 자주 급제동을 하는 어설픈 움직임이 전혀 없어서 안심하고 차간거리를 좁혀 함께 달릴 수 있었다.
 
두차종은 스포츠 해치백이라는 장르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골프가 A세그먼트인 반면 미니는 A0 세그먼트로서 가격을 떠나서 크기에서 차이가 크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전투력이 가장 큰 두대의 스포츠 해치백이 우연히 멋진 승부를 겨룰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고, 대낮인데도 도로상황이 좋아서 다른 차들에게 욕 안먹고도 달릴 수 있어서 빠르게 뛰는 심장이 레드존에 닿지 않아서 기분좋았다.
 
결국 원하는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5세대 GTI와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한편 더 만든것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