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쓰기위해 경어체로 씁니다...양해부탁드립니다^^

 

 

근 한달여 전이었을것이다.

동호회원님의 부탁으로 차량 진단 및 수리를 조금 도와드리고 복귀하는 길...

 

목천에서 천안시내로 진입하기 위해 취암터널을 지난다.

길이 1.36km의 길게 잘 뻗은 거의 평지에 가까운 노면을 자랑하는(?)터널.

 

은근히 터널만 들어가면 풀엑셀을 하고싶은 욕망이 샘솟아나는 이상한 습성이 있는 나는

조심스레 부드럽게 항속중이던 기어를 3단에 꽂아넣고 그대로 풀엑셀..

 

부스트게이지의 바늘은 꺾어질듯 치솟는다. 차령 10년차, 26만킬로를 넘어선 이녀석이 밟아봐야 얼마나 나가겠냐마는

다른사람들은 모르는 이녀석만의 그 가속질감이란 뭐라 말로 형용하기 애매한 구석이 있다.

그냥 좋다...5기통 디젤의 회전질감 하며, 뒤에서 들려오는 배기음과 방음이 거의 없는 엔진룸에서 들려오는 엔진음.

그냥 마냥 좋을 뿐이다.

 

그런데...

????!!!!!!!!!!!!!!!!!!!!!!!!!!!!!!!

 

뒤에서 따라오던 형님 차량이 깜빡이 점등과 함께 2차선으로 나온다.

그것도 먼저 가속에 들어간 나를 보기좋게 따돌리면서... 터널이 끝날즈음에는 여섯대 이상 차이가 나는

그야말로 나에게는 멘탈붕괴가 아닐 수 없었다.

 

사실 동호회 지역 소모임에서 순정클래스 1위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이게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었나보다.

그것도 오토차한테 처참히 밟혔으니 그 충격이 더 컸으리라 짐작해본다.

 

사건 2주뒤.

월급날 지갑을 빵빵하게 채운 나는 그것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순정 120마력의 엔진을 순식간에 170마력까지 끌어올리는 대작전을 펼친것.

 

작업후 집으로 내려오는 길 내내 엑셀에서 발을 뺄 수가 없었다.

서울시내에서 간간히 초반 맛을 보긴 했지만

경부에 올라서서 각단 4500 변속을 해보고는 그야말로 넋이 나갈수밖에.

 

이건....기어비가 너무 짧아서 4500까지 순식간에 때려버리는데

잠시 한눈팔았다가는 엔진블로하기 십상인지라 그 감각을 익히는데 온 촉감을 곤두세웠다.

 

그렇게 즐겁게 즐겨가면서 내려가는데

역시...오늘도 범상치않은 비쥬얼에 어린양들이 시비를 걸어온다.

아반떼같은 1.6들이야 늘상 있었고, K5등등등.....

 

첫 상대는 I30이었다. 슬쩍 보니 1.6배기량의 기본모델.

뒤에 서서 하이빔을 깜빡깜빡. 스타트다.

녀석은 초보자답게 깜빡이도 켜지않고 1차선, 2차선을 종횡무진 누비기 시작했다.

이 구간에서 자주 달려대었던 나는 반대로, 바깥쪽 차선으로 향한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꾸역꾸역 앞으로 치고 나가는 상대.

 

풉...

 

내눈에는 보인다.

500미터만 더 가면 갇히는 상황이 나한테는 보인다.

아니나다를까 상대는 풀악셀로 트랩으로 들어갔고, 비켜주지 않는 애꿎은 앞차들에 하이빔 세례를 퍼붓는다.

 

나는 홀로 웃으며 유유히 4차선에서 백미러의 한줄기 점을 감상하며 슝...

시작한지 3분여만에 싱겁게 끝나버린 경기...

 

꾸역꾸역 따라와서 하이빔을 밝혀대지만 그정도도 예상 못하는상대랑은 달릴 이유가 없다.

비상등켜고 80킬로 화물차모드로 달리니 옆으로 비켜간다. 주둥이가 씰룩씰룩하는게 보이지만 웃어넘긴다.

 

 

그렇게 열심히 내려오던중...오산을 불과 몇km지난 지점.

잽싸게 왔다갔다 하는 F10한대가 보인다.

'구경하러가야지~'

 

바로 킥다운과 함께 슬렁슬렁 따라붙어보니 뒷 트렁크에 보이는 '520d'

어두운 색상에, 옵션으로 들어가는 휠.

따라갈수 있을까...싶었지만 이미 내 오른발은 바닥에 붙어버린 후였다.

상대도 의식하였는지 페이스를 조금씩 올린다.

 

나도 어차피 배틀까지는 생각이 없었던터라서 따라가긴 따라가되 푸시는 하지 않는 상황을 연출하니

상대도 내 의도를 알아차린듯 페이스를 올리긴 해도 과감한 움직임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동행이 시작되었고

중간중간 슬쩍 밀어볼때마다 따라붙을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안성을 지나고 입장이 가까워진다.

 

풀페이스로 한번 달려보기 위해서 520을 제치고, 비상등 점등 뒤 그야말로 풀페이스로 달리기 시작.

4단에 부스터를 띄우자마자 4000을 넘겨버리고, 5단을 받은 후에도 그냥 그대로 밀어버리는듯한 토크감

물렁해보이긴 해도 나름 생각으로 만들어낸 하체 셋팅은 요리조리 고속주행에 특화된 무기다.

지속되는 고속코너에서는 힘을 못쓰지만 오히려 슬쩍슬쩍 스티어링을 사용하면서 박자를 느끼는

소위 '칼질'에는 적격이다.

 

즐거움 x 100000의 상태로 북천안을 내려와서 얌전히 집으로....

 

그 다음날, 은근히 복수심에 불타던 나는 리벤지 신청을 하고 그대로 천안으로 내달렸다.

순둥이에게 첫 패배를 안겨준 상대를 만나러간다.

노면이 얼어붙은 외진 도로에서는 드래그가 불가능하여서 전의 그 장소인 취암터널로 향했다.

 

다리밑에서 룰을 정하고 촬영차량 셋팅 후 출발.

 

출발속도는 40km

둘다 기어비가 워낙 짧아서 170이면 5단에서 레드존을 꺾어버리기에 출발속도를 낮게 잡았다.

 

터널 경계점을 밟자마자 풀엑셀

역시 발통이 가벼운 상대가 먼저 치고나간다.

한 10센치쯤..??

 

3단넣고 부스터 뜨자마자 앞으로 나가기 시작

'그래 가자!!!!!!!!!!!!!'

 

4단...

'이히~~!!!!!!!!!!'

5단....

'우와 대박..!!!!! 이겼다 이겼어!!! 이겼어~~~ 꺄아~~!!!'

 

터널 종료지점까지 열대 이상의 차이가 난다.

다시 재경기.

 

오히려 더 차이가 나는...

그야말로 환호성을 지르는 나와

패배감을 맛본 형님.......

 

뭔가 큰 업그레이드를 하고 오신다는데...

불안불안 하다....

업글에 업글을 거쳐 둘다 머쉰이 되는 그날까~~~~지가 아니고

난 접는다. V8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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