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쓰는거라 다. 로 건방지게 끝남을 양해바랍니다..^^

미국에는 갈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내가
고성능 스포츠카와는 상관이 없을 줄 알았던 내가
제대 이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 S2000 을 손에 넣기 까지의 과정은
정말 사연도 많고 꿈만 같은 일 이었다.

한국과 같이 좀 달리게 생긴 것들끼리 도발을하고 달리는것이 이곳도 생활화가 되어있어서
몇 번의 배틀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인테그라와의 기억이 가장 인상 깊다.

집 앞에는 캘리포니아의 산타크루즈와 산호세를 연결하는 17번 왕복 2차선 고속도로가 있는데 꾸불꾸불한 산길특성상 미국에서 가장 사고가 많이 나고 위험한 도로로 손꼽히는 도로이다.이런길에 왜 고속도로를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느끼는 곳인데 이런 것은 나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매우 감사할 따름...
가끔 머스탱 GT 를 타는 친구와 가끔 이곳으로 드라이브를 가장한 배틀을 나가곤 한다.
후행 하던중 한번은 이 친구가 오버스티어가 나 산자락에 잡초를 캐러 다녀온 적이 있을 정도로 위험 천만한 일도 있었다. 정말 그당시엔 운이 너무 좋았다고 밖에 할말이 없다.
가드레일이 잠시 없는 곳에서의 오버스티어..그리고 산자락의 흙무더기때문에 충격이
많이 완화 되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고속도로임에도 불구 도로의 폭은 북악스카이웨이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

이 지역 주민들의 평균속도는 110km/h 로 도로의 특성을 감안했을때 무척 빨리 달리는 수준이다. 강원도의 트럭들이나 스웨덴의 할머니들은 드리프트를 할 줄안다고 했었던가..

집으로 향하는 길 17번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고 시계를 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 다되어 간다.
밥은 제때 먹고다녀야지...악셀에 조금씩 힘이들어가지만 이내 규정속도를 지킨다.
미국에서 운전하며 항상 머릿 속에 맴도는 단 한가지는
'경찰이 어디 있을까..지금 뒤에 따라오는 차가 경찰차일까..지금 경찰에게 잡히면
돈을 얼마를 내게 될까..한국들어가면 맘 놓고 달려야지...-_-' 이다.
이런류의 고민들과 내 오른발 근육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하는지 짜증스러워 하고
있을 즈음...다른 도로에서 합류한 하얀 인테그라 DC2 가 내 백미러에 포착된다......흠...
4기통의 카랑카랑한 배기음...오....어...카본 본넷.....무척 낮은 자세...
음..그정도면 멋지다는 생각에 뭔가 나도 작은 성의표시를 해주고 싶었다.
저렇게 차를 꾸미는데 저 사람도 밥 굶어 가며 많이 힘들었겠지...하고 생각하니 갑자기 슬퍼진다. 5단 정도로만 다운 쉬프트를 하고 일반차들보다 10km/h 정도만 빠른 속도로 구부진 길들을  돌아나가며 좁은 도로에서 가장 이쁘게 그릴 수있는 라인을 선사해주는 것으로 보답해주자 내 선물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답답했는지 알수 없는데..이내 방~~방~ 다운쉬프트를 연거푸 해대더니 차선이 열리자마자 튀어나간다. 내 성의 표시에대한 저 사람의
또 다른 방식의 선물이구나...라고 생각.....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건지..
따라갈까 말까 잠시 고민하는 찰나 벌써 저 멀리 코너를 빠른 속도로 해치우는 인..테그라..
나쁘지 않은데...라인이 조금 얼렁뚱땅으로 보인다....노폭이 좁아 그런가...
지금 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터라 이곳에서 경찰과 더 이상의 문제를 빚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6단 으로 변속을 하는데... 우........웅~........왕~~~~
?
하하하 4단으로 잘못 넣었구나... 왜 이렇게 변속 실수가 잦은지....쩝..
S2000 은 변속기가 뻑뻑한것 같다...
모르겠다....일단 쪽팔리니 풀악셀....하나 둘...완만한 코너들을 조금 평소보다 빠르다...하는 속도로 지나가다 보니 인테그라가 외롭게 혼자 가고 있는것이 보인다......
나 지금 바로 지나간다아~~~나 보고 있어야되~따라와~
인테그라를 바로 옆으로 지나치는 순간 변속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약간의 도발을 유도..5단으로 쉬프트 업을 잠시 늦추어 변속했다. 퓨얼컷이 짧게 걸리며
변속되는 소리를 들려주어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었다.
웅~다다~(퓨얼컷) 부웅~
내 싸인을 재빨리 읽은 인테그라는 가속을 시작해 금새 내 뒤에 붙었고
약간의 뱅크를 포함한 오르막 우 코너느 빠르게 다가오고있었다...
윌로우 스프링스 소 트랙의 그 뱅크가 있는 코너와 참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속도를 줄일까 말까..아니야 이 코너 몇개만 재미있게 돌아보자...이왕 달린거..아깝잖아..
미국 공도에서 그렇게 달려보기는 처음이었다.
4단 3단 힐앤토...웅~우웅~ 이내 뒷통수에서 들려오는 벽에 반사된 인테그라의 힐앤토 배기음도 이중창 처럼 연이어 들린다...이거 위험하지는 않을런지....하는 생각도 잠시..
S2000 이 가장 재미있는 점이 코너 진입전 밸런스만 잘 유지해서 들어가주면 뒤가 차분하게
빠져주며 거의 제로 카운터로 코너를 돌아갈 수있다. 더군다니 뱅크각을 이용해 라인을 타니 마치 차가 레일에 붙어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캬....딱 좋았어....
cp 를 지나 탈출하면서 3단을 그대로 이용해 8300rpm 까지 돌리며 코너를 탈줄 할수도 있겠지만 그 6000rpm 에서 출력 상승이 지금의 속도에선 차 밸런스를 깰것 같아 조금 부담이 되어 얌전히 4단으로 변속을 하여 가속을해나간다....이럴거면 코너 진입전에 3단을 넣지 말걸 하는 후회도 밀려오지만 인테그라가에게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시는 공도에서 이러지 말아야지..이번 한번 만이야....지금 내가 잔고가 얼마더라...? 악셀을 잠시 놓아주자 이내 붙어주는 인테그라...
이번엔 완만한 오르막 코너..3단으로 rpm 을 높게 쓰며 올라가기에는 살짝 부담이 되는 속도..이번에도 그냥 4단...조금 느렸나..? 코너링 중에 내 뒤에서 방방 거리며 더 달려보라는
나는 아직 더 빨리 갈 수있는데! 하며 신호를 보내는 인테그라...FF 코너링 최고봉 답구나...

다음은 내리막 직선후에 또 내리막 좌턴. 이 코너는 재미있는것이 코너 전에 내 차의 속도가 전광판에 찍혀 나오게된다. 운전자의 속도를 카매라가 측정해 전광판으로 재확인 시켜주는
장치로 긴 내리막 후 다가오는 코너에 대해 일종의 경고를 해주는 셈이다.

저 전광판에 찍히는 나의 코너 진입전 속도를 인테그라도 볼테고 저것으로 너와 나의
실력차이는 증명 되겠지. 레이트 브레이킹이라...
3단...4단...5단...쉴새없이 변속을 하여 180km/h 즈음에 다 다른다.
인테그라 운전자는 어디서 맡아 봤음직할 내 매케한 배기가스를 맡으며
아 좋아~ 하며 흥분하고 있으리라....캘리포니아 배기가스 규제를 통과한 배기가스기
때문에 조금 오래 맡아도 되는건 분명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아 내가 완전 필 받았구나 라고 느끼는 순간
전광판에 115 마일이라는 속도가 뜨자마자 바로 풀 브레이킹...5단 4단 3단...
연거푸 힐앤토를 하고 노면이 좋지 않아 타이어가 살짝 살짝 락이걸린다..
인테그라의 속도는 110마일 인것을 확인...오..제법..
3단 퓨얼컷이 잠시 걸리면서 코너를 진입...퓨얼컷이 잠시 걸리며 다운 쉬프팅 되는 느낌이
너무 좋다. 괜히 하드 코어한 느낌이랄까....
갑자기 열악해지는 노면때문에 내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고.
살짝 살짝 뒤가 흐르는 느낌은 내가 카운터를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

이정도면 됐지......

인테그라와 나는 한동한 그렇게 말 없이 차분히 쿨 다운 주행을 했다.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고민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너무 즐거웠구나..
인테그라가 정신이 들었는지 옆으로 와선 창문을 내리고 뭐라고 뭐라고 하며
즐거워 한다. 바람 소리와 인테그라의 배기음 때문에 뭐라고 하는지는 못들었지만 대충 재미있었다는 소리 였겠거니 짐작하고 최대한 착해보이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차를 세우고 얘기라도 잠시 나누고 싶었으나 배가 너무 고팠다.

타이어를 GS-D3 로바꾸고 이렇게 처음으로 빠르게 달려본 느낌은...
다 좋은데 정말 좋은데..사이드월이 2% 더 강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사이드월이 아주 살짝 뭉개지는 느낌이 든다.
미국 공도에서의 배틀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괜히 배틀이 끝난후 크게 한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