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국방부 퀘스트를 깨기 위해 논산으로 향했다가 나도 몰랐던 내 질병을 발견하고 집으로 반송조치를 당했다.
이후 병무청 지시사항에 따라 여러번의 대학병원 검사 후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고 요양과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는 지친 일상을 보내는 중, 뚜벅이로 다닐 수는 없으니 급하게 300에 구해온 TG 380은 2개월만에 수리비로 300을 먹는 기염을 뿜는다.

10월이 끝나가는 어느 날, 월례행사인 대학병원 방문 후 밀린 과제와 시험기간, 그리고 업무의 피크시즌을 맞아 하염없는 현타와 밤이되면 찾아오는 우울감과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모든 일을 제껴놓고 차키를 들고 나선다.

시동을 걸자마자 '나는 ㅈ구형이다!' 를 당당히 외치는 듯한 람다엔진의 고질병 cvvt 굉음...
300짜리 차에 뭘 바라겠냐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고 예열을 하며 문산으로 향하기로 한다.
통일로ic를 지나 양주톨게이트 방향으로 달리고 싶지만 이 차는 ㅈ구형이라 하이패스가 없다...

파가니니와 클라우를 들으며 느지막히 갔다와야지 했던 다짐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빠른 비트의 철이 지나도 두 번은 지난 오래된 걸그룹 노래와 함께
구간단속 카메라를 지나 악셀을 짓누르니 순식간에 X80 돌파
카메라 전부터 짜증나게 왔다갔다거리던 여러 차량들을 백미러에 가둬버리고
Y00 도달 - 카메라 감속 - Y00 도달 - 카메라 감속을 반복 후 
성동ic를 지나 유유히 고속크루징을 즐기고 있는데 시퍼런 hid 불빛이 보인다..

우측 깜빡이 점등 후 하위차선 이동을 하니 비상등을 점멸하며 빠르게 지나가는 아방스
다시 오른발에 힘을 주고 Y20에서 간신히 추월을 한다..
낭창거리는 하체와 말도 안되는 차대강성이 스티어링을 잡은 손에 땀이 나게 한다..
비상등 인사 후 이름모를 Ic로 나와 담배 한 모금 후 여유롭게 복귀 중,
칼질하는 GLC 220d와 장항ic까지 즐겁게 달리고 주차장에 고이 주차를 하고
맑은 정신으로 밤샘 벼락치기를 했다

매출의 압박, 졸업의 압박, 여러 의무로부터의 압박때문에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었는데
애증의 TG380과 함께하는 시간은 나를 여러 압박들로부터 자유롭고 행복하게 해준다...
친구들에게 차를 보여줄 때 스스로 개썩차라고 낄낄거리지만 오래도록 나와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연료효율, 스포츠성과는 사실상 담을 쌓은 녀석이지만, 모든 사람이 완벽할 수 없듯 모든 차가 완벽할 순 없는거니까...!
나 또한 완벽할 수가 없는걸ㅎㅎ

숙원사업인 cvvt 정비를 하기 전에 
GP500 또는 VS500으로의 기변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