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방문때 Lotus Korea측에서 엑시지S를 2박3일간 빌려주었다. 마침 시승차를 받을 당시는 영하에 육박하는 날씨와 밤새 눈이 내리는 등 Lotus를 제대로 즐기기에 그리 좋은 여건은 아니었지만 이번 기회에 Lotus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이나 즐기는 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부졌다고 하기에는 사실 너무 잘생겼다. 그래도 전투용 투구를 쓴 이미지는 Warrior(전사)의 강인함을 충분히 발산한다.








야간에 서울 한남동에 세워둔 체 조명을 받고 있는 엑시지가 가장 발걸음하고 싶은 곳은 다름아닌 남산 순환도로일 것이다.


218마력 미드쉽 후륜구동 엑시지 S가 그냥 엑시지와 다른 점은 수퍼차져의 유무이다. 처음에는 차져가 있는줄 눈치채기 힘들었을 정도로 차져의 구동소음이 적고, 저회전 고부하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4기통 차져의 소름돋는 음색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능보다는 기록을 위해 태어난 차인만큼 트랙이 어울리겠지만 이번 시승의 목적은 엑시지가 보여줄 수 있는 기록을 점검하기보다는 서울에서 이런 차를 가지는 의미가 있는지 만약에 그렇다면 어떻게 즐기면 좋을지를 느껴보기 위함이 더 크다.


엑시지S를 받은날 절친한 업계선배이지 의형이나 다름없는 랜드로버의 한형기 차장과 한남동에서 김치찌개를 먹은 후 남산을 2바퀴 함께 달렸다. 그는 업계에서 베스트 드라이버로 손꼽히는 출중한 운전실력으로 시승날 노면이 차갑고, 세미슬릭인 A048의 접지력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최대한 스포티하게 운전했고, 그가 운전하는 옆자리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고수가 운전하는 차는 꼭 빨리 달리지 않아도 옆에서 기량이나 차의 움직임을 잃는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이렇게 멋진 차를 만든 Lotus를 변태라고 표현하는 한형기 차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워지지 않는다. 늦은 저녁시간까지 업무에 시달리다가 동생이 찾아왔다고하니 만사제쳐두고 뛰쳐나와 김치찌개에 로터스 시승에 함께 한 시간을 지울 수 없다. 사는 것이 힘들고 늘 머리속이 복잡하다가도 업계에서 일하는 매니어로서 이런 재미라도 있으니 아무리 지치는 일상에 찌들어도 행복하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리라...


엑시지S를 몰고 북악스카이웨이를 타고 팔각정에 갔다. 북악스카이웨이는 서울근교에서는 고난도 와인딩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지만 이제는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 놓은 과속방지턱으로 인해 와인딩을 즐기기 위해서 방문하지 말아야할 곳 중 한곳이 되었다.


세미슬릭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일반 레디얼 하이그립 타이어가 주는 강렬함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끈적끈적하다. 하지만 이런 높은 그립의 타이어로 인해 차를 오판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서스펜션의 특성을 읽으려는 노력없이 차를 코너가 나있는 방향대로 그냥 꺽는식의 운전은 특히 위험한 행동이니 삼가해야 한다. 그리고 세미슬릭은 빗길이나 차가운 도로에서 전혀 그립을 하지 못한다. 세미슬릭이 주는 최대의 성능을 경험없이 상상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로 이 타이어가 눈도 없는 일반 도로에서 얼마나 미끄러울 수 있는지도 경험해보기 전에는 깨닫지 못한다.














머리위로 나있는 흡입구의 종착지는 인터쿨러이다. 엘리스와 비교해 엑시지S가 횡가속도에서 미세하게 불리한 이유는 바로 인터쿨러가 너무 상단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인해 전체적인 무게중심을 살짝 높여버렸기 때문이다. 액시지S의 935kg(엘리스R 860kg)밖에 나가지 않는 몸무게를 고려했을 때 작은 질량이 차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음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0->100km/h까지 4.3초밖에 걸리지 않는 가속력은 도요타제 1.8리터 수퍼차져 218마력 엔진이 만드는 영광스러운 숫자이다. 최고속도는 238km/h로 공력특성을 위해 추가된 바디킷이 아니었으면, 그 이상을 충분히 달릴 수 있는 파워이다.


엑시지S의 유일한 수납공간이 바로 엔진룸 뒤에 마련되어있다. 실제로 보이는 입구보다 안쪽의 공간은 더 크다. 아버지 생일케익과 카메라 가방 그리고 두성인의 외투와 노트북가방 등을 넉넉하게(?)실을 수 있었다.


엑시지때도 경험했지만 타고내리는 것이 과히 평범하지(?) 않다. 운전석 좌측에 두터운 턱에 냉각수, 엔진오일등이 지나가는데다가 강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인 특성으로 인해 타고내리는데 약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작년에 엑시지를 처음 경험했을 때는 타고내리는 것에 대해 좀 많이 부담스러움을 느꼈지만 2박3일 동안 수도 없이 타고내리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요령이 생기니 나름 잽싸게 타고내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운전석과 조수석이 상당히 가깝다. 덩치가 큰 승객은 운전자의 변속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신하게 앉아 있어야 한다. 장점도 있다. 연인이 함께 타고 간다면 그 어떤 차보다 손쉽게 입을 맞추거나 심지어 신호등에서 애인의 머리를 자기 어깨에 기대게 할 수도 있다.


시트는 거의 레이싱 시트처럼 생겼지만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정말 편안하고 몸에 뜨는 곳이 없어서 장시간을 타도 허리가 아프지 않다. 쿠션이 전혀 없기 때문에 탑승할 때 주의하지 않으면 엉덩방아를 찌을 수 있다. 애인을 태울 때 배려한답시고 밖에서 거들어 봤자 혹은 안에서 거들어봤자 도움이 전혀 안된다. 그저 자꾸 타다보면 익숙해지니 치마를 입고 나온다고 하는 날에는 엑시지를 몰고 나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2박 3일 동안에 엑시지S를 몰고 엄청나게 막히는 시내, 고속화도로, 와인딩, 한식집, 쇼핑센터등을 다니면서 엑시지S와 진정 어울릴만하지 않은 곳만 거의 다닌 셈이다.

일단 타이어의 압박으로 와인딩을 하드하게 공략하는 기회를 가지기는 약간 힘들었지만 차의 운동신경과 특성을 파악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엔진의 파워전개가 190마력 엔진과 비교하면 파워는 훨씬 강하지만 회전한도인 8500rpm까지 리니어하게 뻗어준다.
190마력 사양은 6000rpm이 넘어가면서 VVTi작동으로 한번 더 강하게 튕기는 듯한 가속력을 선사하지만 엑시지S의 수퍼차져 엔진은 일관되게 큰 토크를 뿜어낸다.

노면이 살짝 미끄러운 구간에서 급가속을 할 때 솔직히 뒤가 많이 흔들릴 것을 예상했지만 엔진의 파워전달이 큰 토크를 순간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적당한 토크는 꾸준히 시간을 가지고 넓은 회전영역대에 펼쳐둔 형태의 세팅이라 가속패달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정교함을 발휘하기가 수월했다.

1단에서 거의 70km/h까지 뻗으며 2단으로 110km/h까지 커버할 수 있는 나름대로 1,2단이 멀게 설정되어 있지만 엔진의 파워와 무게를 생각하면 너무도 당연한 설정이다.

8000rpm에 도달하면 시프트를 하라는 인디케이터에 불이들어오는데, 1단과 2단은 워낙 빠른 상승을 하기 때문에 이 불을 보고 난 후 클러치를 끊을 정도의 게으른 타이밍이면 이미 회전계는 8500rpm리미터에 부딪쳐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을 것이다.

반면 6단 100km/h는 3000rpm이 필요하니 3단에서 6단까지 얼마나 촘첨한지 짐작할 수 있을거다.

고회전 엔진이지만 저회전대의 토크가 워낙 좋아서 시내에서 바쁘게 시프트 다운을 하지 않고 3단이나 4단 원래 가던 기어로 가속패달을 꾸준히 밟아주면 속도를 쉽게 올릴 수 있는 유연함도 갖췄다.

to be continued...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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