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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 GT3는 누가 뭐래도 동급에서 최고의 서킷 머신이다.

닛산 GT-R이 평균적으로 GT3보다 랩타임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드라이빙의 질감과 테크닉을 정교하게 구사하는 맛은 GT3쪽이 월등히 앞선다.

 

997 GT3는 초기에 3.6리터 415마력에 최대토크 40이었던 것이 2009 3.8로 배기량이 커지면서 435마력 최대토크는 4kgm가 증가했다.

 

배기량이 커짐과 동시에 높아진 토크는 모든 회전영역대에 실려있기 때문에 보통 배기량을 늘려 출력을 키우게 되면 회전한도가 낮아지거나 초고회전에서 쥐어짜는 맛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GT3 3.8에는 전혀 해당없는 내용이다.

 

3.6사양으로 계기판상 325km/h를 달렸을 때의 짜릿함은 정말 대단했다.

3.8은 철저히 3.6에 비해 서킷에서의 전투력에 초점이 맞춰 튜닝된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실제로 200km/h까지의 가속능력은 3.8이 빠르지만 300km/h까지의 가속은 3.6사양이 1초 가량 빠르다.

 

공력을 키운 덕분에 고속에서의 안정감이 분명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지만

4 250km/h에서 5단으로 변속할 때와 5 300km/h에서 6단으로 변속할 때 클러치를 밟고 재가속하는 그 찰라에 속도가 엄청나게 빨리 떨어진다.

 

200km/h이하에서는 확실히 3.8쪽이 3.6에 비해 풍부한 토크 때문에 빠르게 느껴지지만 230km/h가 넘으면 토크차이는 희석되고 300km/h부근에서는 둘간의 차이가 거의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엄청난 맛바람을 뚫고 속도를 높이는 듯한 느낌인데, 그런 공력의 이점은 일반 카레라보다 훨씬 높은 고속안정성을 가능케했다.

 

GT3를 제대로 다룰 수 있다는 의미는 실로 크다.

프로중에 프로드라이버들이 세대를 거쳐 가장 스포츠카다운 모습으로 만들어 놓은 작품이 바로 GT3이다.

 

운전자가 트랙에서 발휘할 수 있는 운전기술을 프로그램해서 전자제어하는 방식이 아닌 순수 기계적인 세팅과 아나로그적인 피드백으로 운전자 스스로 조작의 판단을 해서 코너를 돌아야하는 운전자중심의 기계는 이급에서 경쟁자가 없다 감히 말하고 싶을 정도다.

 

수동만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 또한 GT3가 다른 스포츠카들과 격을 달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속도와 랩타임에서 수동변속기는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되는 점은 듀얼클러치나 기타 싱글클러치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변속기들은 순정상태에서 과도한 랩타임을 견뎌낼 내구성이 입증된 변속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일온도가 상승해서 보호모드가 작동하거나 아니면 내구성의 문제로 잦은 오버홀을 해야하는등 그 비용과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이와 비교하면 클러치와 변속실수 그리고 싱크로나이져만 이상없으면 거의 내구력의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동변속기의 매력은 대단하다 할 정도다.

 

GT3에 적용된 수동변속기는 심지어 터보모델에 적용된 것과 비교해도 훨씬 조작감이 타이트하다.

3.8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메탈 싱크로나이져가 적용되어 변속의 질감과 치합의 정교함이 높아졌지만 반면 냉간시 시프트업, 다운 모두 더블클러치를 요하게 된 부작용이 생겼다.

 

이런 기계적 업그레이드도 운전자의 실력과 기계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이 안되면 오히려 기계를 상하게 할 수도 있다는 차원에서 GT3를 탈 정도의 열정이라면 더블클러치를 비롯해 수동변속기를 다루는 기본적인 수준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GT3를 진짜 멋지게 타는 법이다.

 

2 140, 3 180, 4 250, 5 300을 찍는 롱기어 세팅은 어떻게 보면 NA고회전엔진의 세팅으로는 말이 안되는 세팅이지만 그래도 8500rpm을 돌리는 내내 박진감이 장난이 아니다.

 

직분사로 모두 바뀐 카레라의 엔진과 비교해 여전히 MPI를 고집하는 이 엔진은 출력을 떠나 카레라의 엔진과 전혀 다른 스포츠성을 발산한다.

 

복잡한 엔진이 감성적으로 좋은 느낌을 주는데는 한계가 있다.

단순하면서 정교한 세팅으로 마무리된 엔진이 좋은 느낌을 준다는 차원에서 GT3는 아나로그적인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차종이다.

 

305km/h로 도는 완만한 코너에서 느끼는 묵직함은 도는 내내 숨도 못쉬는 긴장감이 있지만 그래도 든든하고 자신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서킷이든 고속이든 GT3는 도로를 가리지 않는다.

 

다만 컵타이어를 신고 고속주행을 하는 것은 상당한 공포를 주기 때문에 시승차에 장착된 미쉐린 Pilot Super Sport의 느낌은 공도에서만큼은 아주 훌륭했다.

 

컵타이어가 차선이 칠해진 페인트의 높이를 느끼면서 달리는 그런 타이어이기 때문에 고속주행을 하면서 상당한 담력을 요하지만 서킷에서는 천하무적인 것이 분명하다.

 

페라리가 늘 서킷을 고려해서 차를 만들기는 하지만 전혀 받쳐주지 않는 내구력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서킷보다는 고급호텔이 어울리는 차종이라면 GT3는 이 가격의 차로는 믿어질 수 없는 훌륭한 내구력과 메인트넌스의 수월함으로 진흙탕 싸움이건 링위의 싸움이건 어떤 종류의 싸움도 소화해낸다는 프로파이터의 깡다구를 느낄 수 있다.

 

깨끗하게 세차된 GT3보다 돌에 맞아 곰보가 된 앞부분과 살짝 깨진 프론트 립 그리고 불을 먹어 얼룩이 자욱한 디스크 로터를 보면서 더욱 흥분되는 차가 GT3이다.

 

실제로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드슐라이페를 달리는 GT3는 정말 차가 태어날 때 부여받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거칠게 다뤄지고 있다.

 

GT3는 전시용차가 아니다 서킷을 달리기 위해 태어난 차인만큼 그 목적이 아니고서는 존재가치가 희석된다.

포르쉐가 일본과 미국 브랜드들의 도전을 받고 있지만 일본 브랜드들이 지금처럼 사이보그와 같은 수퍼카 만드는데 집중하는 이상 포르쉐를 능가하는 차를 만들었다 자부할 수 없을 것이다.

 

GT-R을 만든 개발자와 테스트드라이버 자신이 만든 GT-R 911보다 빠르지만 그가 진정한 프로드라이버라면 포르쉐의 손을 들어줬을 것이다.

 

신형인 GT3가 신형 바디인 991에서 어떤 형태로 표현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문제는 지금 최신형 GT3는 내겐 안중에도 없다. 997만으로도 너무나 완벽한 모습에 부족한 모습은 커녕 어디를 어떻게 손봐야한다는 개선점을 발견할 수 없다.

 

포르쉐 형님들이 알아서 잘 만들었겠지하는 맹목적인 맹신도 어쩌면 GT3에 주눅이 들어 그 카리스마에 적응하는쪽을 택하게 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지 모른다.

 

993때는 부유했던 집안이 가난해졌지만 그래도 명문가의 자존심만은 지키고자했던 정신이 보였다면 997은 다시 부유해진 집안에서 엘리트 교육과 하고 싶은 것을 맘껏할 수 있는 나래를 펼 수 있는 여건을 집안에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브랜드가 처한 역사적 상황이 차에 반영되고 그것을 느끼고 애착을 갖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GT3는 무서울 게 없는차이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이 부여받을 수 있는 최고수준의 기술과 철학 그리고 더 무엇보다 중요한 부모의 엄청난 경험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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