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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부터 2002년까지 생산되었던 R129 SL클래스는 정말 멋진 차였다.

SL320 SL500을 시승한 경험이 있는데 빳빳하게 각이 살아있는 디자인과 라디에이터 그릴 한가운데 자리한 커다란 벤츠마크, 그리고 탑을 열고 윈드 브레이커를 달고 달리는 맛이 일품이었다.

 

한마디로 왠지 많이 배웠을 것 같은 중년 노부부가 함께 이차를 몰고 햇살 좋은 날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세상에 BMW, 포르쉐 아니 페라리도 안부러울 그런 만족감을 줄 것 같은 그런 차였다.

 

세대가 바뀌어 R230으로 풀모델 체인지가 된 후 타본 SL55 AMG 500마력에 비해서도 무지막지한 최대토크 71kg의 토크로 인해 뒤차축에 치어 죽을만한 공포 그 자체였던 데다가 코너에서는 정교한 컨트롤과는 거리가 먼 그런 차였다.

 

SL클래스가 가진 카리스마와 존재감은 확실히 비슷한 급의 650i를 가진 BMW와 차별된다.

이급의 스포츠카를 구입하는데 있어서 SL의 존재가치는 6시리즈를 확실히 앞서고 이미 구형에서 R129 SL클래스와 8시리즈의 싸움 역시 SL의 압도적인 승리였다고 볼 수 있을 만큼 벤츠가 가장 강력한 상품성과 이미지를 보여주는 모델의 최선봉은 SL이다.

즉 내게 벤츠하면 가장 벤츠다운 카리스마는 SL에 집중된다 말하고 싶을 정도다.

 

55AMG에서 63AMG로 바뀌면서 벤츠 초대배기량의 거의 최종버젼으로 NA머슬카의 매력을 약간은 과장이라 생각될만큼 과감히 표현하는데, SL은 정말 안성맞춤이다.

 

C63을 시작으로 E63, S63, CL63, ML63에 같은 심장을 서로 다른 출력대로 세팅을 했지만 SL이 부여받은 525마력의 V8에는 아주 특별하리만큼 값진 배기음을 얹었다.

 

독일제 8기통 머슬엔진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사운드는 분명 SL에서 발휘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런 배기음의 스포츠카를 만드는동안 BMW나 아우디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8기통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이다.

SL63 AMG를 이미 3주나 몰고 다니면서 느끼는 희열의 대부분은 이 배기음에서 비롯되었다.

 

내가 진정 강한 남성이 된 듯한 착각을 주고, 근원을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채워주는 이 마약과도 같은 배기음은 내가 마치 마초맨이 된 듯한 착각을 줄 정도다.

 

가속패달을 밟는 양과 회전대별로 배기음은 일관되게 다양한 음량대로 뿜어내는 것도 엔진이 나의 발놀림에 정확히 반응한다는 신호를 충실히 전달하는 개념이다.

 

감속할 때 배기통에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이상소음과 감속 자체때에 발휘되는 음량도 상당하다.

가속때만 발휘되는 배기음이 아닌 감속때도 살아있는 배기음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 수 있었는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이차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이 배기음이 차지하는 부분은 너무나 커서 다른 것은 언급할 것이 별로 없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55AMG에 초강력 펀치와 토크빨은 63kg토크로는 재현이 안된다는 점이다.

 

분명 55AMG는 카리스마에서 63AMG를 앞도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55AMG는 거칠고 정재가 안된데다가 왠지 냉각이 불안하고 게다가 거지 같은 5단 자동변속기는 도대체 언제적 골동품인지 판단이 안될 정도다.

 

반면 7단 멀티클러치 방식의 자동변속기를 가진 63AMG 55AMG에서는 전혀 누릴 수 없었던 변속의 재미와 더불어 전체적으로 세련된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변속기의 세팅을 바꾸는 다이얼에는 C, S, S+, M으로 구성되어있는데, C는 출발을 2단으로 하고 전체적으로 무겁고 중후한 움직임을 보인다. 이 모드에서 패들시프트를 작동하면 수동으로 바뀌지만 C모드에서의 수동변속은 한심하고 느려터지기 짝이 없다.

 

S모드부터 1단으로 출발하고 높은 회전수를 선호하는 세팅으로 바뀌고 S+를 선택하면 이 상태로 트랙을 타도 좋을 정도로 감속시 회전수 보상을 함께하는 다운시프트 기능이 추가된다.

 

M모드에서는 수동으로 선택하는 이유가 분명하리만치 가속때 듀얼클러치에 버금가는 시프트업 스피드를 발휘하고, 다운시프트 때도 매우 정확하면서도 빠른 회전수 보상과 이때의 배기음이 너무 명확하고 강력해 기존의 다른 벤츠모델과는 달리 수동모드를 가장 선호하게 만든다.

 

다운시프트는 듀얼클러치 방식의 그것보다는 약간 느리지만 서킷에서 타도 불만이 없을정도로 충분히 빠르고 스포티하다.

 

분명 SL63 AMG는 서킷이나 와인딩에서 아주 탁월하다고 볼 수 없다.

늘 힘과 토크가 남아돌다보니 결국은 파워슬라이드로 코너를 탈출하는 어쩌면 비효율적이지만 어찌보면 이런 엔진에는 오히려 더 어울리는 주법을 선호하게 된다.

 

ABC서스펜션은 스포츠 모드를 선택해 좀 더 단단하게 조일 수 있고, AMG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서스펜션은 스포츠 모드로 그리고 변속기는 S+로 변경이 된다.

 

이차로 부산을 왕복하면서 느낀 점은 GT카로서 무한한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함께 부산을 내려가면서 옆좌석의 아버지는 연신 탱크같다. 정말 안정감이 있어 속도가 무섭지 않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간 내가 운전하는 적지 않은 차에 동승한 경험에서 보시기에 무한한 안정감에 있어서만큼 당신이 타본 최고의 차라고 생각하신 것이다.

 

250km/h를 조금 지난 지점에서 여지없이 리미터가 작동해 싱겁기 그지 없는 고속주행이지만 고속에서의 자신감과 고속범프를 벤츠식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리바운스가 빠른쪽에 초점을 맞춰서 세팅한 BMW M버젼 차종들이나 아우디의 RS에 비해 분명 좀 더 편안하고 컨트롤이 쉽다고 평가하고 싶다.

 

현재까지 2,000km를 주행하는 동안의 평균연비는 4.3km/리터로 보통 75리터 고급유 시가 16만원을 넣고 320km를 타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시가지와 간선도로를 섞어타는 조건에서는 빨리 달리건 천천히 달리건 이 연비에서 큰 변동이 없다.

 

100km/h로 정속주행을 계속해본 적은 없지만 구간테스트를 해보니 트립컴퓨터상에 대략 평균 9~10km/리터를 이론적으로 마크할 수 있다고 계기판에 표기는 되는데, 수도승들이 참선할 때나 할 이런 쓸데없는 짓은 내가 이차를 타는 동안은 하지 않을 것 같다.

 

탑을 열고 달릴 때 들리는 배기음은 진짜 라이브로 필터없이 그대로 귀가 아닌 머리와 몸으로 전달된다.

정말 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환상의 배기음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고 아무리 오래 이차를 몰아도 큰 음량 때문에 머리가 아프지 않다.

 

55AMG때도 좋은 소리를 냈지만 한심한 변속기 때문에 그 소리가 멍텅구리처럼 연출이 안되었다면 63AMG때는 훌륭한 변속기 덕분에 훨씬 인텔리하면서도 스포티한 사운드로 재포장되었다.

그렇다 55AMG가 힘만 좋은 돌쇠같은 차였다면 63AMG는 힘도 좋은 것이 머리도 좋고 운동도 잘하는 그런 요즘 트렌드에 잘 어울리는 엔터테이너가 된 셈이다.

 

SL은 여자가 몰면 525마리의 말이 아닌 525마리의 야수를 끌고다니는 쾌감을 주는 차다.

525마력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은 SL63 AMG가 처음이었다.

세월이 갈수록 형편없는 배기음의 V8을 만드는 BMW나 아우디와 달리 역대 최고의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AMG엔지니어링 팀의 열정에 항상 박수를 보내고 싶다.

 

SL63 AMG의 남성미 넘치는 배기음과 매뉴얼모드에서 다운시프트때마다 터지는 대포 쏘는 사운드를 멋지다 말할 수 있는 멋진 여성과의 드라이브는 이차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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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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