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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스포츠카 브랜드이다.

포르쉐만큼 스포츠카의 본질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브랜드는 없다. 그 철학과 진화에 대한 정확한 개념은 궁극적으로는 German engineering에 의해 완성된다.

 

911자체로도 충분히 빠르고 차별된 주행능력을 보여주지만 카레라라는 이름대신 붙은 GT로고는 911의 최대 잠재력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며, 스포츠카의 영역에서 머신의 영역으로 올려놓는다.

GT3가 극강의 컨트롤 능력과 NA가 가지는 장점을 이용한 서킷 머신이라면 GT2는 GT3를 맘껏 요리할 수 있는 훈련된 드라이버들 조차도 겁을 내기에 충분한 공포가 실려있다는 점이 다르다.

 

475마력의 996 GT2를 시승했을 때의 공포와 무서움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미 996 GT2도 100km/h까지 3.7초 밖에 안걸렸으며 8.6초면 160km/h를 그리고 최고속도는 320km/h를 달릴 수 있는 수퍼카였다.

같은 힘이라해도 그 힘이 도로에 전달되는 느낌은 각양각색이다.

 

996 GT2는 내게 475마력의 힘을 가장 무섭게 표현하는 그런차였다.

부스트가 터지기 직전의 잠깐의 고요함은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예고가 없기 때문에 더욱 긴장된다.

변속타이밍을 잃지 않고 2단을 레드존 직전에 변속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차는 없었다.

실수로 리미터에 부딪치기라도 하면 달려나가던 탄력이 갑자기 죽으면서 급제동을 하는 듯한 감속이 발생하니 레드존 리미터에 닿지 않게 재빠르게 클러치를 끊고 변속후 클러치를 떼야했다.

 

997 GT2를 만나기도 전에 긴장이 극대화되고 무척이나 익숙한 도로를 달리면서도 엄청나게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걱정은 분명 새로운차를 시승하는 흥분을 압도하기에 충분했을 정도로 996 GT2는 내게 강인한 인상을 못박았던 그런 차였다.

 

997 GT2를 마추치는 대면식은 짧고 정신이 없었다.

차에 오르자마자 비가 쏟아지면서 이 난관을 어떻게 해쳐나갈 것인지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동안 많은차를 시승했고, 정말 다양한 조건에서 수없이 많은 경험을 했지만 결국은 그동안 내몸이 기억하는 시승의 룰과 패턴에 따라 차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뒤가 무겁고 앞이 가벼운 RR구조에 70kg최대토크 그리고 드라이 조건이 아니면 운전을 해서는 안되는 미쉐린 컵 타이어 등 GT2가 가진 최상의 무기들이 이런 악천후 속에서는 모두 시한폭탄과 같이 언제든 GT2를 폐차시키기에 충분할만큼 강력한 위험요소가 되어 버렸다.

 

530마력의 힘이 뿜어져나오는 양상은 996 GT2와는 분명 달랐다.

996이 터보의 스풀이 더딘 대신 들이 받는 듯 가속이 되었다면 997은 확실히 스풀이 빠르고 터빈이 민첩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패달반응이 분명 한박자 빠르고 즉각적인 가속면에서 997의 순발력은 차별되었다.

2단 풀가속을 시도해보고 나서 약간의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을 정도로 이미 모르기 때문에 무서운 요소들을 나도 모르게 하나씩 제거하고 있었던 것 같다.

 

200km/h까지 10.6초가 소요되는 가속력은 대략 400마력대 스포츠카들이 16초가 걸리는 속도대를 10초대에 끊는 것이다.

450마력의 C5 RS6가 100km/h까지 가속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GT2가 출발해도 가뿐히 200km/h 에 더빨리 도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300km/h까지 34초가 걸리니 가속패달을 기어 변속할 때를 제외하고 34초를 밟고 있으면 차는 300km/h에 도달할 수 있다.

숨을 참고도 너무나 쉽게 버틸 수 있는 시간이다보니 300km/h를 가리키는 속도계를 보기가 이렇게 쉬운 차도 드물다.

 

996때 없던 트랙션 컨트롤이나 자세제어장치를 997은 기본으로 장착하고 나왔다.

997이 996보다 훨씬 안전한 이유이기도 하다.  과부제조기라는 별명의 996 GT2와 비교하면 분명 포르쉐에서  997 GT2의 고객들의 생명보험이 오를 것을 걱정했을 지도 모른다.

 

빗길에서 RR은 순간의 판단력 착오로 그냥 한방에 골라가는 수가 있다.

500마력이 넘는 후륜구동에게 예고편이나 어떤 사전동작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이며, 너그러움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다.

그래도 후륜이 미끌릴 때 계기판에서 트랙션 컨트롤이 깜빡이는 것을 보면서도 풀악셀을 치며 3단과 4단 그리고 5단 6000rpm부근을 지날 때 잠깐잠깐 270km/h를 달리는 모험도 일삼았다.

 

왼팔은 쥐가 날 지경이었다. 전륜이 빗길에 표류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가속패달을 갑자기 떼는 동작 자체가 무서웠다.

고속에서 차선을 바꿀 때 컵타이어가 흰색 차선을 밟을 때마다 차가 흔들렸다.

컵타이어는 차선의 미세한 높이에도 신경질을 내는 그런 놈인데다가 분명 GT3때와 비교해도 예민하고 거칠다는 느낌이 강하게 와닿았다.

 

차가 완전히 직선 상태 그리고 스티어링이 완전혀 펴져서 직선을 보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풀액셀은 자살행위이다.

빗길에서 6단 250km/h로 크루징하면서도 고속이라 맘놓고 풀액셀 장난삼아 해볼 엄두가 안난다.

이속도에서도 가속패달을 깊이 밟으면 옆에 앉은 동승자의 모가지가 까딱까딱 헤드레스트에 바로 달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최대부스트는 계기판상으로 1.3바를 가르켰다. 대략 3000rpm부터 한계회전수인 6800rpm까지 1.3바가 유지되었다.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오버부스트를 10초간 사용할 수 있는데 대략 50마력 정도의 추가 펀치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스포츠 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

이번 시승 이후에 마른 노면에서 다시 타볼 기회를 오너가 약속했기 때문에 이날 모든 것을 테스트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했다.

 

GT3가 공명음을 활용한 상당한 음량을 내는 엔진이었다면 GT2는 오히려 풀가속할 때 엔진음색이 부드러웠다.

배기가스가 터빈에 부딪치면서 온순해지는 특성을 GT2도 거역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속패달에서 발을 떼면 회전수가 곤두박질치기 때문에 풀액셀 풀가속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는 변속하고 클러치를 미트시킬 때 항상 가속패달을 쳐줘야 했다.

NA고압축비 엔진의 느낌을 고부스트 터보 엔진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포르쉐가 그만큼 컨트롤에 중점을 두고 GT2를 세팅했다는 뜻이다.

 

가속패달의 세팅은 GT2로 프로드라이버들이 타임어택을 할 때 분명 큰 도움을 받는 세팅이다.

보통 터보엔진의 가속패달의 감각은 가속패달을 밟는 양에 일정하게 힘이 분출되는 것이 아니라 부스트가 터지면서 풀부스트로 가는 상황이 풀액셀이 아닌 하프 액셀 상황에서도 연출될 수 있어 풀액셀이 아닌데 풀부스트에 걸려 배기가스가 바이패스되는 상황에서 나머지 남아있는 액셀을 밟아도 차는 그냥 허당이다.

 

가속패달을 20을 밟으면 힘이 20이 나오고 10을 떼면 10만큼의 힘이 사라지는 NA엔진의 특성이 코너에서 액셀웍할 때 얼마나 중요한 포인트인지를 아는 드라이버라면 상대적으로 터보엔진은 30을 밟으면 50이 나왔다가 20을 떼면 40의 힘이 사라져버리는 터보의 까다로움도 잘 알것이다.

 

이렇게 가속패달의 반응이 리니어하지 않은 특성은 고압축비 꽝터보일 수록 심하기 때문에 이런차를 섬세하게 코너에서 한계상황으로 몰고가기 위해서는 일반 NA엔진을 다루는 액셀웍의 몇배의 난이도가 따른다.

997 GT2는 풀액셀이 아닌 상황에서 1.3바 풀부스트가 뜨는 상황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가속패달을 60%, 80%, 100%로 전개하는 구간을 임의로 연출했을 때 마치 NA와 같이 일정한 양의 힘을 뿜어주었다.

 

마찬가지로 가속패달의 힘을 빼는 상황에서도 힘을 뺀만큼 힘이 빠지는 그런 젠틀함을 보여주었다.

짹나이프와 같이 날카롭고 날이 바짝선 것과 같은 GT3의 날카로움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GT2가 가진 무시무시한 토크와 출력을 생각했을 때 이정도의 액셀웍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의 엔진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포르쉐는 그 어떤 드라이버나 전문가보다도 차에 대한 이해가 높은 브랜드라는 것을 새삼느끼게 했다.

 

정체구간에서 3시간반을 운전하면서도 등받이도 조절이 안되는 버킷시트는 운전자와 동승자를 너무나 편안하게 해주었다.

믿거나 말거나 이렇게 편한 경주용 버킷 시트는 처음봤다.

무거운 클러치 패달은 GT2가 분명 운전자를 매우 심하게 가린다는 하나의 경고메시지이다.

운전좀 한다고 깝쭉대는 운전자들에게 GT2의 클러치는 운전자를 겸손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GT2로 운전을 배워보겠다는 혹은 도전을 하겠다는 무모함보다는 만만한 일반 포르쉐로 실컷 산전수전을 겪고 GT2를 경험해야 그 진가를 알 것이다.

GT2를 911의 터보의 부스터업하고 서스펜션 튜닝 좀 해서 만든 그런차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정말 세계 최고수들이 순수하게 도로와 서킷에서 과거 70년대 초대 RS를 만들던 그 열정과 아나로그 감각에 의존해 만든 GT2는 그 어떤 스포츠카와도 닮지 않았다는 점이 매력이다.

 

GT2와 GT3는 숫자1의 차이가 지구와 태양의 거리만큼의 거리로 느껴지게 하는 그런 두모델이라 여건이 되면 반드시 두대를 모두 소유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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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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