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des Benz가 고급차의 역사와 함께한 브랜드인 것은 분명하지만 워낙 다양한 각도에서의 도전과 평준화된 자동차기술의 보급으로 인해 벤츠가 무조건 기준이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80년대 벤츠를 몰아보면 이런 시절에 이렇게 훌륭한 차를 만들 수 있었다니하며 감탄을 하다가도 요즘 벤츠를 타보면 그 시절 감동의 1/10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빠르고 좋은 차들이 많아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벤츠만이 혹은 벤츠 이외의 극히 일부의 브랜드만이 만들 수 있는 차가 있다.
바로 CLK55 AMG와 같은 차가 바로 그것이다.
C클래스는 B세그먼트로 구분되어 Audi A4, BMW 3시리즈에 해당하는 세그먼트이다.
CLK는 벤츠의 C클래스 플랫폼을 사용하며, W208로 구분된다.

전세계에서 B세그먼트에 V8엔진을 올리는 메이커는 벤츠와 아우디(S4 & RS4)뿐이다.
BMW가 신형 E90 M3에 V8을 올린다고하는데, 이렇게 되면 독일의 3대 메이저 브랜드들이 B세그먼트 V8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벤츠는 대배기량 엔진을 상당히 선호하며, 넉넉한 배기량으로 뿜어내는 토크빨과 이를 통해서 얻는 저부하 운행조건은 엔진의 내구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벤츠의 엔진중에서 7000rpm을 넘게 돌릴 수 있는 엔진은 없으며, 쓸데없이 높은 회전수를 돌리는 것보다는 토크밴드가 두텁게 세팅하기만하면 6000rpm 회전한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토크가 받쳐주면 기어비를 낮출 수 있고, 따라서 낮은 배기량으로 회전한도를 높여 힘들게 고회전 고출력을 뽑아내는식의 엔진만들기는 벤츠의 관심밖의 기술이다.

때문에 겉으로 센세이션한 부분에서는 Audi나 BMW에 비해 떨어질지 모르지만 대배기량을 아무런 노하우없이 그냥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배기량이 늘어나면 엔진의 무게가 늘고 그로 인해 전후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전장이 짧은차에 대배기량 엔진을 올리고, 이런차를 세팅하는 것은 때론 스포츠카 세팅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CLK55 AMG는 V8 5.5리터 349마력이라는 걸출한 파워를 분출하는 CLK의 최고사양이다.
이미 신형이 나와있지만 개인적으로 구형에 더 애착이 가는 이유는 신형보다 볼륨이 있고, 균형이 잘 잡혀있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시대나 유행을 전혀 타지 않는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올라타자마자 D레인지에 고정시키고 가속패달을 밟으면 시원스러운 펀치와 함께 쭉쭉 뻗는 느낌이 역시 대배기량의 맛은 일품이다.

대배기량이기 때문에 초반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식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3400rpm을 넘어서면 회전수의 반응이 살아난다. 이렇게 큰 엔진의 회전분포에 경계를 만들어 두었다는 것이 바로 스포츠성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대배기량 빅블럭하면 미제 엔진들이 떠오르지만 기술적으로나 엔진이 가진 매력으로보나 독일제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AMG는 스포츠성과 럭셔리함을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에 AMG마크가 붙어있는 차량은 내부 소재에서도 일반 모델들과 차별된다.

결과적으로 방음재를 깔아도 한장 더 깔았을테고 그 때문인지 고속주행시 노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소음이 C클래스보다 한결 적었다.

반면 벤츠가 추구하는 고품질과 조립의 완성도는 최근 벤츠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플라스틱의 재질이나 조립완성도는 이미 다른 브랜드들로부터 추월당한지 오래다.

단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과했음을 나타내는 대목으로 특히 본넷을 열고 닫을 때의 느낌은 싸구려차가 따로없다.

주행의 전반적인 느낌에 가장 크게 감동할 수 있다는 것이 CLK55 AMG를 소장해야하는 이유이다.

언제고 가속패달을 밟으면 곧장 직선으로 튀어나가는 정력에 고속코너에서의 밸런스는 짧은차체의 머리 부분에 5500cc짜리 엔진이 올라간 차답지 않게 안정적이다.
순정 AMG서스펜션의 용량은 단단한 바디와 어우러져 승차감에서 큰 손해를 보지 않는데도 고속에서 롤이 적고, 다루기가 쉽다.

고속안정성의 극한 우수성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각단 6000rpm에서 1단 70km/h, 2단 120km/h, 3단 180km/h, 4단 240km/h, 5단 265km/h일 때 5400rpm에서 리미터가 작동해 더 이상 가속이 안된다.

이 영역까지 원샷에 정복하고 오르막 내리막 할 것 없이 언제고 원하면 가속패달을 끝까지 밟지 않아도 정복 가능하다.

최고속을 정복하는 것이 이처럼 쉽다면 오늘은 몇까지 밟았네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CLK55 AMG에게는 의미가 전혀없다.

이런차가 더없이 높은 가치로 평가 받기 위해서는 이런차가 필요한 사람이 타주어야 한다.
독일 소재 독일차만 튜닝하는 튜너들은 일상생활에서 주행거리가 긴 고객들 중에 안전하면서 덜 피곤하게 먼거리를 달려줄 수 있는 차를 원한다고 말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독일에서 속도 무제한 도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맨들이 차량의 가격을 떠나서 장거리를 안전하게 고속으로 달려줄 수 있는 차가 있다면 시간을 절약하는데 더없이 좋은 운송수단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독일의 고속크루저에 해당하는 순정 차량이나 튜닝 차량들은 Fun이상의 훌륭한 수송도구의 기능을 수행한다.

시간이 돈인 사람들에게 빠른차를 가져야하는 이유중에 그만큼 실제로 그런 주행성능으로 혜택을 보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CLK55 AMG로 220km/h로 항속해보면 맘이 편하고 불안함이 없다.
극도로 예민하지 않으며, 적은 제동노력으로도 차의 속도가 순식간에 줄어든다.
약간 빠른 페이스로 코너에 들어가도 조정이 용이하고 코너에서 가속패달을 놓거나 살짝 제동을 걸야야하는 상황에서도 조타 수정이 거의 필요없다.

운전자 몸의 바이오 센서들이 속도에 비례해 긴장할 필요가 전혀없으며, 제동을 걸어 올려놓은 속도를 부득이 줄여야하는 김빠지는 상황이 안벌어지길 바랄뿐이다.

속도가 올라가도 몸이 느끼는 피로감은 극도로 낮고 오른발에 부담이 전혀없으니 장시간 운전해도 지치지 않는다.

풀가속 초고속으로 일관되게 달리지만 않는다면 연비는 3리터 엔진 수준이며, 엔진이 힘들게 돌아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내구성은 영원할 것만 같다.

3시간을 연속으로 운전해도 피곤하지 않다면 바쁜 비즈니스맨들이 남는 에너지를 상당히 발전적인 곳에 투자할 수 있다.

Pure sports카와 CLK55 AMG와 같은 GT성격의 차를 비슷한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메르세데스는 절대로 차량이 가져야할 기능과 실수요자가 원하는바에 대해 오판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차를 타보지 않았거나 만든이의 의도를 모르는 짧은 지식으로 벤츠가 스포츠성이 약한 그냥 빠른 고급차로 평가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평가다.
차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차에 걸맞는 수준의 고객이 되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CLK55 AMG가 빠르기 때문에 혹은 Top of the line이기 때문에 선택하기 보다는 CLK55 AMG가 내게 시간의 여유를 주기 때문에, 이차를 장시간 운전하고나서도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할 수 있는 건강의 여유를 주기 때문에, 부부동반 모임장소에서 발레파킹할 때 와이프 친구가 보고 와! 너 벤츠 타고 왔구나?할 때 안목이 남다른 그녀의 남편이 아내의 말을 가로막으며 와우! 55 AMG 대단한차 타시네요?라며 말을 건낼 때의 그 짜릿함!!

CLK55 AMG를 오래 소장해야하는 이유이며, CLK55 AMG의 상징성은 이미 벤츠의 삼꼭지 마크 상위에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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