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파리 오토살롱 방문때 볼 수 있었던 푸른색 S8은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몸도 튼튼하고 떡 벌어진 어깨에 감히 누구하나 얕잡아 볼 수 없는 자신만만한 외모였다.

구형 A8(D2)을 베이스로 제작된 알미늄 바디의 S8은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는 특권도 오너가 가질 수 있었다.





떡벌어진 어깨와 단단해보이는 궁둥이,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조금은 생소한 S뱃지에 6속 수동변속기는 속도를 원하는 오너들에게 차의 크기나 갖추어야할 격따위가 운전의 재미를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특이한 장르의 차량이었다.





MTM에서 한번 더 손을 본 S8의 V8 4.2의 배기음은 저음만을 강조하지만 바닥에 엎드리듯 깔려있는 음색이 상당히 럭셔리하면서도 V8을 가늠하게 할만큼 웅장하다.

모든 시트는 레카로에서 공급받았으며, 착촤감과 사이드 서포트가 좋아 타이트한 운전자세속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수동변속기의 질감은 너무 부드러워 BMW M계열의 변속기와 비교하면 꽂아넣는 맛은 적지만 치합이 정확하고, 퀵시프트 하기 좋은 변속기이다.

적당히 탄력이 강한 클러치 패달을 밟고 1단에 넣은 후 차를 움직여보면 4바퀴에 걸리는 동력이 듬직하고, D세그먼트이지만 C세그먼트를 운전하는 느낌처럼 경쟁브랜드의 S클래스나 7시리즈에 비해 크기에 있어서만큼은 위화감이 전혀없다.





실제로도 알루미늄 바디를 통해 얻은 다이어트 효과는 큰 차를 고속에서 민첩하게 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아시아지역을 위해 롱휠베이스 버전이 판매된 적이 있었지만, S8은 숏바디 버전만 존재한다.





실제로 뒷좌석의 안락성이나 크기를 가늠한다면 S클래스나 7시리즈보다 훨씬 떨어진다.

이와 같은 공간이나 운전자 이외의 탑승자 영역에서 불평할 수 있는 것들이 맘에 걸린다면 S8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차는 운전자에게 무언가를 표현한다. 이 표현을 해석하고 번역하듯 글로 풀어쓰는 것이 자동차 저널리스트라고 정의하고, S8이 운전자에게 표현하는 것에 대해 서술해보면 다음과 같다.





S8은 철저히 운전자를 위한 D세그먼트이고, 스포츠에 미쳐있는 운동선수를 꿈꾸었던  공학도를 연상시킬 정도로 뭔가 발산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엄청나게 빨리 상승하는 회전수와 속도계의 바늘로 제한되어져 있다.





고속에서 엔진의 음색이 실내에 우렁차게 전해지지도 목이 뒤로 재껴지는 듯한 피칭도 가속패달을 밟은 양에 비례해 차에 전해지는 가속감도 출력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둔감하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속도계의 상승만큼은 엄청 빠르고, 옆차선의 차를 재낄 때 느껴지는 순간 추월능력도 상당하다.





S8은 이처럼 자신의 본성을 극히 제한적인 표현법만으로 표현한 스포츠 설룬이다.

너무 요란하고 작은 것을 크게 부풀리듯 표현하는 식의 정열의 왜곡이 아닌 왠만하면 눈치채지 못할 내공을 소리없이 전달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원래의 S8의 감춰진 내공이 MTM을 통해 조금 더 드러내어지고, D세그먼트라는 신분의 한계를 S뱃지를 달고 있으니까라는 변명으로 합리화시킨지도 모르겠다.

몸이 느끼는 감성은 부드럽고 조용하고 편안하지만 보여줄 수 있는 데이터들은 참으로 기특할 정도로 멋지다.





MTM제원을 참고하면 최고출력 360마력에 0->100km/h를 5.6초대에 마크하고, 0-400m도 13.5초에 돌파할 수 있는 달리기 실력에 MTM소프트웨어로 제한된 최고속은 6단 6000rpm인 282km/h이다.





1단부터 풀쓰로틀을 해보면 각단 7000rpm에 1단 65km/h, 2단 120km/h, 3단 160km/h, 4단 210km/h, 5단 260km/h이며, 시승중 내본 5단 250km/h는 손쉽게 점령하는 영역이다.





초고속 상황에서의 풍절음이나 방음에 대한 부분도 D세그먼트 차량으로서 손색이 없다. 이는 어찌되었건 신분에 맞춰 기본기를 철저히 다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회전이 올라가면 배기음이 사라지고, 너무 심심할 정도로 조용해지는 실내에 동승자도 부드럽게 변속을 하면 속도계의 상승속도 만큼의 속도감을 느끼지 못한다.





V8 이면서도 저속보단 5000rpm이후의 고속에 길들여진 엔진이라 액셀링으로 느껴지는 무게감은 차의 실제 무게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독일차들이 대개 묵직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S8은 평균적인 독일차의 느낌 이상으로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이대목은 자동변속기를 가진 S8과 차별되는 부분으로서 가속패달로 느끼는 무게감은 어찌된 일인지 자동변속기 S8보다 수동변속기 사양 S8이 더 크다.





V8이면서도 7000rpm을 돌리는 엔진은 몇몇 고성능 엔진을 제외하고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을 정도로 토크가 고회전에 뭉쳐있는 유연함을 자랑한다.





4단 210km/h에서 5단에 들어가도 속도계에 붙은 탄력이 줄어들 기세가 없고, 240km/h가 넘어가도 220km/h때와 비교해 얼마나 올라갈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6단 180km/h에서 가속패달의 중간부터 무거워지는 영역만 터치해주면 속도계가 금방 꿈틀거리게 할 수 있다.





MTM S8의 가장 큰 장점은 고속코너링이다.

순정 S8보다도 하드한 하체는 고속코너에서의 밸런스가 우수해 230km/h로 길게 돌아나가는 코너에서도 운전자의 명령에 정확히 반응한다.





심리적으로 상당한 안정감을 준다는 점과 순정 A8(D2)과 비교했을 때 고속에서의 롤이 현저히 적다.

콰트로의 특징인 고속코너에서 머리가 코너 안쪽을 지긋이 파고드는 느낌이 운전자에게 엄청난 신뢰를 안겨준다.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초고속에서도 바람새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너무 정숙한 실내는 운전자가 귀머거리가 된 듯한 느낌을 줄 정도다. 이를 커버하기 위해선 더 큰 배기음이나 흡기음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S8은 초고속 설룬이지만 극히 제한적인 표현방법으로 스피드와 스포츠성을 표현한 차종이다.

이를 다시말한다면 수치적인 성능이나 속도를 제외하고 운전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D세그먼트라는 신분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MTM에선 S8이 본래 가지고 싶었던 요소들을 좀 더 강조하고, 좀 더 다양한 표현방법으로 고성능 스포츠 설룬을 표현하는 것을 도왔는지도 모르겠다.





MTM S8은 그 희소성을 떠나서 희귀한 럭셔리 스포츠 세그먼트의 중심에 서있다는데 의미가 있는 차종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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