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드라이빙 스쿨 때 시승한 주요 차종에 대한 느낌을 적습니다.



996터보는 아쉽게도 자동변속기 사양이었다.

이날 우리 그룹이 받은 첫번째 교육은 핸들링 섹션으로 서킷의 정해진 루트를 따라 서킷의 일부를 도는 과정이었다.



피트에서 70km/h 정속으로 유지하면서 곧 펼쳐질 직선로에서의 가속에 대한 기대가 증폭되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피트를 빠져나가기 약 3,4m전에 풀쓰로틀을 시작했다.

피트와 서킷 사이에 있는 벽에 반사된 배기음이 나의 왼쪽 귓가에 전해지는데, NA 포르쉐의 굴러가는 소리가 아닌 비행기 이륙할 때 뿜어내는 음과 흡사한 것이 고온의 배기가스를 토해내는 420마력 심장이 최선을 다하는 소리이다.



2단에서 3단으로 넘어간 직후에 느껴지는 펀치가 엄청나고 속도계의 바늘 상승을 붙들어 맬 방법이 없다.



짧은 직선에 올라타 1번 헤어핀 직전까지 낼 수 있었던 속도가 185km/h였다.

이어서 헤어핀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90km/h부근까지 줄여야한다.



911의 브레이킹이 안정적일 수 있는 두가지 이유는 강한 브레이크와 전반적으로 뒤가 무거운 특성이라 제동시 밸런스를 잘 유지하기 때문이다.



뒤가 뜬다든가 머리가 심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전혀없이 브레이크 패달에서 발을 살짝 놓으면서 스티어링 조작이 들어갔을 때 밸런스를 잘 유지한다.

바로 이부분이 구형 911에서 현재로 진화되면서 향상된 부분중에 하나이다.

제동을 풀면서 스티어링이 들어갔을 때 여지없이 뒤가 밖으로 흘러나가는 빈도가 확실히 신형에선 많이 줄어들었다.



후륜이 선회라인 안에 들어온 상태에서의 액셀링에 차가 상당히 예민하지만 오버스티어되어 테일이 슬라이드하기 전에 PSM이 개입해 각도가 큰 오버스티어는 PSM을 끄기전에는 불가능하다.



320마력의 NA 911과 비교해 액셀링으로 전달되는 파워의 양이 크기 때문에 코너를 도는 시점에선 4륜구동의 느낌보단 후륜구동의 느낌이 강하게 들고, 대신 코너를 탈출하면서 풀액셀을 때릴 때 전륜이 당기는 힘이 느껴지면서 4륜 구동 덕을 톡톡히 본다.



일반인이 코너에서 다루기에는 카레라2보다 확실히 어렵지만 차를 컨트롤 하는 재미와 테일슬라이드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자신이 있다면 이보다 더 정확한 머신은 그리 흔치 않다.



카레라 4S는 반가운 수동이었다.

320마력으로 업그레이드 된 카레라의 엔진은 저중속에서도 좀 더 두터운 토크를 뿜어낸다.



변속기의 질감이 초기 996의 300마력 사양때보다 훨씬 절도 있고, 명확하게 느껴진다.

출력의 상승이 리니어하고, 액셀조작하는 양과 rpm상승량이 정확히 비례하기 때문에 힐&토우로 액셀링을 할 때 rpm을 맞추는 능력이 운전자의 의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부분은 당연히 운전자의 액셀링이 얼마나 정교한지의 몫이긴 하지만 그 수월함이 유독 돋보인다.



독일에서 건너온 내수 사양이라 그런지 배기음이 더 우렁찬 것 같고, 실내에 머플러 모양의 버튼을 누르면 배기음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이 재미있다.



코너에서 4S는 복스터S 다음으로 다루기 쉬운 차종으로 액셀링에 대한 부담이 적고, 탈출시 4륜의 덕을 역시 많이 본다.



슬라럼때 탔던 복스터S는 이날 준비된 모든 차량중 슬라럼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리어 엔진의 911보다 슬라럼과 같은 숏턴 코스에서 미드 엔진의 복스터가 더 잘 어울린다.



예전에 시승했던 250마력 수동변속기 사양과 비교해 10마력 높아진 출력의 양을 짧은 시승으로 느끼기는 힘들었다.



450마력의 초고속 SUV 카이엔 터보는 카이엔S에서 보여주었던 실력과 또한번 차별을 보여줄 정도로 성능이 대단했다.

3000rpm부근부터 급상승하는 부스트는 0.75바를 사용하며, 이 부스트는 6000rpm부근까지 유지된다.

150km/h를 순식간에 넘겨버리고도 차는 뛰쳐나가지 못해 안달이다.



폭스바겐 투아렉과 같은 샤시와 에어서스펜션을 가지고 있지만 훨씬 하드하게 설정 되어 있어 컨트롤에 치중한 세팅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조용한 것이 특징이고, 지상고를 295mm까지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오프로드에서의 실력도 상당하다.



마지막에 시승했던 카레라2는 GT3 서스펜션과 바디킷이 장착된 차량이었다.

공도에서 시승했던 이 차량은 수동변속기 사양이었고, 노면이 좋지 않은 태백 주변에서 GT3 서스펜션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카레라2와 카레라4는 일반적인 주행에서도 머리의 무게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카레라2는 급가속시 머리가 좀 가볍게 느껴진다. 다만 시승했던 차량의 순정대비 훨씬 강한 GT3 서스펜션은 머리가 들리는 것을 상당히 억제시키고, 전반적으로 피칭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클러치의 용량이 크기 때문에 3단에서 의도적으로 파워 다운시프트를 걸 경우 PSM을 꺼놓으면 후륜에서 짧은 휠스핀을 만들 수도 있다.



GT3 서스펜션은 기대했던 것만큼 강했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 '쾅쾅'거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극도로 짧은 스트록과 비교한다면 노면의 큰 충격 예를 들어 움푹 패인곳을 지날 때 실내로 전달되는 충격량은 상당히 적다.



이정도의 하드함이라면 일반적인 차량일 경우 노면 충격에 차가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역시 강하고 경고한 바디가 큰 역할을 해낸다.



행사의 마지막 코스인 인스트럭터들의 데모 주행에 처음으로 동승한 GT3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멋진 주행이었다.



일단 다른 4대를 조정했던 드라이버보다 GT3를 운전했던 드라이버의 기량이 좋았던 것과 그립주행과 드리프트를 적절히 섞어 보여주었기 때문에 비록 동승이었지만 차량의 모션 변화를 느끼고 읽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태백 서킷에서 보여주었던 직선 최고속도는 230km/h였고, 이는 996터보와 비슷한 수치였다.

후륜구동인 GT3는 NA엔진의 장점인 코너에서 액셀링에 유리한 특성의 극한을 보여주는 차였다.

테일이 완전히 흐를 때 액셀링과 핸들링이 동시에 들어갈 때 가속패달을 밟은 양에 정확히 비례해 출력이 상승하기 때문에 일체감이 극대화되고, 즉흥적인 동작을 소화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물론 차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운전자에 한정된 이야기이며, 일반인이 차의 능력을 과신할 경우 이보다 더 위험한 차도 흔치않다.



230km/h에서 헤어핀 진입을 위해 가한 풀브레이킹시 보여주었던 밸런스는 GT2와 함께 911 전체를 대표하는 우두머리의 카리스마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보통 그정도 속도에서 브레이킹을 할 때는 직선에서 제동을 가할 때도 때론 밸런스가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는데 반해 GT3는 설계 자체를 반복된 극한 제동상황까지도 고려해서인지 불필요한 모션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행사는 포르쉐를 느끼고 거기에 빠져들게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알차고 드라이빙의 참맛을 다시한번 일깨워주는 행사였다.



카이엔과 911, 복스터를 서킷에서 뿐 아니라 공도에서도 시승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의미가 컸다고 생각한다.

이런 행사가 단순히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출신장으로 이어져 행사의 효과가 극대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직 국내시장에서 눈에 띄는 판매를 보이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거금을 들여 이런 큰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던 추진력에 박수를 보낸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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