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공식으로 수입되지 않은 아우디 고성능 모델들 중에는 성능과 실용성의 조화를 상당히 강조하고 있는 모델들이 많다.



퓨어스포츠를 외치는 매니어들에겐 이러한 아우디의 컨셉이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달리기 성능을 기본으로 덤으로 얻은 공간활용도를 통한 실용성은 큰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

현세대를 포함해 역대 S4 모델들이 여전히 2도어 쿠페형 대신 4도어를 선택했다는 점과 A6를 베이스로 탄생한 455마력의 RS6 역시 왜건형 모델이 함께 시판된다.



‘발상의 전환’은 스포츠카만 빨리 달려야한다는 선입견을 잠재우고, 실용주의의 대명사인 왜건형에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파워풀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시승한 RS2는 포르쉐의 기술력을 접목시킨 고성능 왜건으로 얼마전 단종된 380마력의 RS4와 마찬가지로 왜건형만 생산되었으며 당대에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왜건 모델이었다.



국내에 한대뿐인 이 RS2는 1세대 S4에 얹혔던 2.2리터 5기통 엔진을 개선해 순정상태에서 315마력(0-100 5.3초)을 발휘하며, 6단 수동변속기와 포르쉐 968브레이크 시스템 그리고 콰트로 시스템으로 무장되어 있다.



아우디 80(코드명 B4;현재의 A4는 B6로 구분된다.)을 베이스로 전면부의 모습이 같고, 왜건형 외모만으로는 차의 성능을 짐작하기 힘들다.



18인치 휠과 그 안에 커다란 방열 브레이크 디스크와 캘리퍼, 그리고 낮게 깔린 차체등으로 범상치 않은 실력을 불확실하게 나마 예측할 수 있을 따름이다.



실내에 앉으니 레카로 시트의 옆구리 부근을 둘러싼 날개가 큼직하고, 궁둥이가 쏙들어 박히는 것이 자연스럽게 바른 운전자세가 나온다.



답력이 큰 클러치 패달은 쉽게 익숙해지긴 하지만 이차를 즐기고, 이보다 더 터프한 차를 즐기고자하는 Manual transmission only를 외치는 매니어라면 다리 운동을 게을리하면 차가 주는 즐거움을 누리기 힘들지도 모른다.



시승차는 터빈 업그레이드(Greddy TD06)와 MTM에서 세팅된 ECU를 국내에서 약간 조정한 상태였고, 아직 완전히 잠재된 출력을 끌어내지 못해 체감으로 350-370마력 부근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터빈의 용량이 500마력 대응이었기 때문에 독일에서 제시하는 세팅값으로 재무장할 경우 잠재된 출력을 여유있게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우디에서 이제는 생산을 하지 않는 2.2리터 5기통 엔진은 SOHC 2밸브 헤드의 165마력 엔진과 1세대 S4에 사용되었던 DOHC 4밸브 230마력 엔진과 그 뿌리가 같다.



이번 RS2 시승은 총 3회에 걸쳐 시행 할 수 있었다.

첫번째와 세번째는 시내 주행 위주였고, 두번째 시승은 고속주행 위주였다.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키자, RS2는 묵직하게 거동하기 시작한다.

재미있는 것은 3000rpm을 넘어서면 터빈이 가속을 받는 것을 소리로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토크가 급격히 살아나는 영역은 4000rpm부터이다. 때문에 그 이하의 영역에선 상당히 묵직하게 거동한다.



시내에서 잠깐잠깐 길이 뚫린다고 쓰로틀을 많이 열어 4000rpm부근에서 뿜어져 나오는 토크에 목이 뒤로 떠밀리며 튕겨나가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 이차를 경험했다 이야기하는 것은 힘들다.



120km/h이하의 속도에서 4000rpm이후 급격히 증폭되는 토크를 활용해 빨리 달리는 재미도 물론 크지만 160km/h가 넘어서 맘만 먹으면 4000rpm이상을 연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RS2는 정말 달리기 하나는 끝내주는 녀석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차를 고속화도로에 올리는데 난데없이 눈발이 날린다.

노면의 상황이 안좋아지는 상황이었지만 전방에 차량이 없고, 시야가 좋아 콰트로 4륜구동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슬립없이 안전한 상황에서 가속테스트를 해볼 수 있었다.



각단 7000rpm에서 2단 110km/h, 3단 172km/h, 4단 220km/h, 5단 260km/h를 찍는다.

전력 가속을 하는 경우 4000rpm이상을 사용하게 되고, 실제로 세팅된 최대 부스트 1.3바는 상당히 높은 5000rpm에서부터 발휘된다.



고회전 위주의 터보엔진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최대부스트가 뜨는 영역이 아주 높은 편이다.



결과적으로 7000rpm까지 1.3바를 끌고 갈 수 있는 지구력이 큰 장점이며, 200km/h의 속도계 숫자를 지난 바늘의 상승이 거짓말처럼 빠르다.



연속된 고속주행에서도 엔진오일의 온도는 100도 이하를 가르키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리터당 150마력이상을 내는 엔진이지만 내구성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눈이 오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300km/h를 충분히 찍을 수 있었을텐데,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아우디 전문 튜너인 독일 MTM 서스펜션은 상당히 하드하고, 245/35.18 P-Zero(F), 던롭 SP8000(R)의 타이어는 노면에 민감하기 때문에 88도로와 같은 도로에선 노면을 많이 타는 편이다.



서스펜션 세팅 자체가 노면이 좋은 고속화도로의 고속주행을 위한 세팅이기 때문에 시내에서는 다소 단단한 승차감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이차의 출력이나 주행성능을 감안했을 때 지극히 당연한 세팅인지도 모른다.



200km/h 이상의 고속에서 좌우로 움직여도 거동이 불안하지 않으며, 제동시 피칭의 억제도  훌륭하다.



RS2의 순정 클러치의 능력은 500마력을 충분히 받아낼 정도로 용량과 그립에서 여유가 있다.



7000rpm에서 1단 클러치 미트를 시키며, 로켓 스타트를 할 수 있는 능력만 보더라도 동력전달 계통이 얼마나 튼튼하게 설계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RS2는 온가족이 트렁크에 온갖 잡동사니를 싣고, 고속화도로에서 여유있게 250km/h를 항속할 수 있는 차종이다.



필자는 90년대 초, 중반에 생산된 독일차를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요즘 신차와 비교하면 독일차다운 쇠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전자장비가 요즘처럼 많아지기 직전의 독일차들은 그야말로 정직하고, 드라이빙시 운전자 개입의 폭이 넓다.



개인적으로 새차 위주의 시승이 많은 요즘 RS2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어느 메이커나 마찬가지겠지만 시대를 역행하는 차는 만들지 않는다. 즉 과거의 차에 애착을 가지고 복고를 외쳐보았자 메이커에겐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그저 공감할 수 있는 매니어들끼리 모여 차가 우리에게 보여준 행동과 메시지를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즐거울 뿐이다.



시승직후 RS2는 필자의 드림카 목록에 유일하게 왜건으로 자리잡아버렸다. 아우디는 계속해서 고성능 모델의 왜건형을 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RS2는 자신이 왜건을 운전한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체 짜릿한 드라이빙을 즐긴 후 차에서 내리면서 새삼 ‘네가 왜건을 운전했었어?’하며 놀라는 자신을 발견하게 만든다.



탈 때는 왜건이지만 내릴 때는 고성능 스포츠 카에서 내리는 느낌 즉 탈 때와 내릴 때 그 느낌이 다른 차! 바로 RS2이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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